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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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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바꾼다 세상을 바꾼다

‘2016 넥스트저널리즘스쿨’에서 탄생한 뉴미디어의 씨앗들… 모두가 기자, 정보는 공평하게, 뉴스는 쉽게
등록 2016-09-07 21:36 수정 2020-05-03 04:28
‘2016 넥스트저널리즘’ 참여자들이 2주간의 일정을 끝내고 한자리에 모였다. 블로터 제공

‘2016 넥스트저널리즘’ 참여자들이 2주간의 일정을 끝내고 한자리에 모였다. 블로터 제공

여름에 시작해 가을에 끝났다. 구글코리아··이 공동 주최한 ‘2016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은 2주(8월16~27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부지런히 열매를 키우고 수확하는 알찬 시간이었다. 강연 마지막날 ‘내가 뉴미디어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면’이라는 주제로 수강생들이 제안한 뉴미디어 아이템 또한 계절의 변화만큼 강렬했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새로운 미디어를 고민해왔던 예비 언론인들은 강연을 들으며 각자 얻은 통찰과 영감을 바탕으로 33개 새 미디어의 씨앗을 뿌렸다.

시민의 목소리가 바글대는 미디어

발표자들은 미디어에서 정치나 법은 독자에게 어렵게, 사회문제는 선정적으로 유통되는 데 공통적으로 문제의식을 느꼈다. 파편화된 뉴스가 맥락 없이 전달되는 데서 미디어와 독자가 멀어졌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보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착한, 쉽고 재밌는 미디어를 다수 발표했다.

우승자는 수강생들의 투표로 뽑았다. 박빙의 승부 끝에 시민정치 미디어 ‘PolitiC:us’(폴리티쿠스)를 발표한 정인선(26)씨가 우승을, 시민과 정치인을 잇는 ‘민민’을 발표한 박상현(24)씨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10때(時) 광장’(조승진), ‘아마도시사플레이어’(이동근), ‘틈:타’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최종적으로 뽑히지 못했다.

‘10때(時) 광장’은 뉴스의 소재로만 등장하는 10대들을 위한 미디어다. 이들 세대를 위한 읽을거리를 10대가 가장 많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매일 밤 10시10분에 제공한다는 콘셉트다. 10대에게 중요한 이슈를 읽을거리로 전달하고, 목소리를 분출하는 대나무숲을 표방한다. 10대들이 더 이상 ‘가만히 있지 말고’ 바글바글 소리를 내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아마도시사플레이어’라는 뉴스 콘텐츠 페이지를 이미 운영하고 있는 이동근씨는 쉽게 뉴스에 접근하자고 제안했다. 애니메이션 기법을 이용해 뉴스의 논점을 짚어 이용자들이 시사 이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틈:타’는 우승자 정인선씨가 가장 아까웠던 아이템으로 꼽아 아래에 다시 소개한다.

정치 어렵지 않아요, 폴리티쿠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정인선씨는 대학에 들어와 신문을 읽으면서 정치 지면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선씨는 정치인 이름이 뭐고 어느 계파에 속해 있는지 모르다보니 기사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어릴 때도 같은 종류의 책이 재미있지가 않았다. 정치 기사 읽기의 어려움은 연달은 물음표로 다가왔다. 권력관계를 떠나서는 정치 기사를 읽을 수 없을까? 정치는 분명 중요한 것 같은데, 얽히고설킨 관계를 떠나서 나와 정치는 어떻게 연결돼 있을까? 정치에서 정치인만큼 중요한 것은 정책과 유권자일 텐데, 이들을 연결해주는 기사는 없을까?

그런 질문을 품고 다니던 가운데 세월호, 메르스, 가습기살균제 사태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사고의 첫 단추를 생각하게 됐다.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일련의 사고들은 왜 발생하게 되었을까? 정치를 잘했다면 이런 일을 미리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물음표가 꼬리를 이어 마침내 도달한 곳이, 그가 제안한 ‘폴리티쿠스’다.

폴리티쿠스는 일상 속의 정치 미디어를 표방한다. 정책의 생로병사를 따라가는 정책 타임라인과 여기에 결합하는 르포 기사가 큰 물줄기다. 정치인들이 어려운 얘기만 할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모든 정책은 생활과 밀착해 있다. 예컨대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건축 관련 법안을 개정한다고 하자. 이 법안이 누구로부터 어떻게 발의돼 국회에서 움직이는지 타임라인을 그려 따라간다. 그 가운데 각 시점에 발생하는 사건들을 촘촘하게 취재해 덧붙인다.

그는 폴리티쿠스를 통해 시민의 정치 참여도를 끌어올리고 싶다. “내 삶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공무원에게 민원을 넣거나 시민단체를 찾아가고 정부기관에 항의하는 방식보다, 직접 자신과 맞는 정당에 가입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길” 바란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다. “밀양 사태가 크게 다가왔다. 학교 다니는 내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었는데, 밀양의 상황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녹색당에 가입해서 청년 조직 활동을 하고, 친구들과 토론하기 시작했다. 정치 참여가 되게 어려운 일인 줄 알았는데, 그냥 두세 명 모여 밥 먹으면서 관심사 얘기하며 토론으로 이어나가면 되는 거더라.”

폴리티쿠스는 시민의 정치 참여를 유도하면서 다양한 ‘굿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세월호 리본을 가방 등에 달고 다니면서 문제의식을 표시하는 것처럼, 정치색도 그런 식으로 표출이 가능하리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의류업체 아메리칸어패럴을 예로 들면서 ‘당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냐’고 물어보고 그걸 표현한 상품을 디자인해서 팔기도 하던데, 이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선거법 등의 제한이 있어서 정해진 기간에만 이런 방식이 가능하지만, 앞으로 제도가 바뀌고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 성향을 자유롭게 밝히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오리라 생각한다.”

>>아깝다, 이 매체!


정인선씨는 오도영씨가 제안한 스마트워치 기반 미디어 ‘틈:타’가 현실화한다면 당장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틈:타’는 수강생 투표에서 박상현씨와 같은 수의 표를 얻으며 박빙의 승부를 벌이다 결선에서 안타깝게 떨어졌다.
도영씨는 ‘넥스트 미디어’는 ‘넥스트 디바이스’에 얹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PC에서 랩톱으로, 랩톱에서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그릇이 점점 작아졌다는 점에 착안해 플랫폼에 맞는 문법을 개발할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가 제안하는 스마트워치용 미디어는 쉬는 시간에 슬쩍, 작은 화면을 통해 짧게 볼 수 있는 간추린 뉴스, 짧은 영상 등이다. 운동 등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볼 수 있는 피트니스 관련 콘텐츠를 특화한 미디어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켜보고 있다, 민민

‘민민’은 시민과 정치인을 밀접하게 연결하는 정치 미디어다. 소수의 미디어 엘리트가 아닌 모든 시민이 기자가 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했다. 상현씨는 투표소에서 도장 찍기 전에 가장 많이 생각나는 뉴스가 좋은 정치 뉴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뉴스가 더 가치 있다는 뜻이다.

민민이 제 기능을 다하려면 시민과 정치인이 가장 애용하는 정치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 민민은 게임처럼 재미있는 방식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증강현실을 이용해 정치인의 정치활동을 독자에게 세세하고 친밀하게 전한다. 독자도 증강현실을 이용해 민원이나 민의를 정치인에게 전할 수 있는데, 예컨대 정치인이 어떤 장소에 머물 때 그 장소에서 누군가 전달한 민원이나 정치 제안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정치인 개인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상현씨는 이 방식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좀더 입체적으로 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활발하게 움직인 정치인에게는 포인트를 부여해 매달 순위를 매기기로 했다. 시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법안을 발의하고,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어떻게 애써왔는지 등을 취재해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민민은 정치인을 지켜보는 시민의 눈에 기댄 시민 미디어다.

상현씨가 민민 개발을 제안하게 된 배경도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의무경찰로 군생활을 한 그는 국회 앞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시위를 목격했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목소리는 정치인은 물론, 일반 시민에게도 잘 전달되지 않는 듯했다.

그러던 가운데 지난 1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단체인 ‘하늘로 소풍 간 아이를 위한 모임’의 시위가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서, 법이 바뀌면 세상이 조금씩 바뀔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 과정이 시민들의 지난한 싸움이 아닌 좀더 쉬운 방법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바꾸고,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라면 그걸 잘 구현할 수 있는 매체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깝다, 이 매체!


박상현씨는 심규일씨의 ‘시끌‘법’적’을 꼽았다. 시끌‘법’적은 일상에서 법을 이야기하자는 매체다. ‘법이 일상의 수다가 될 때, 민주주의와 사회가 발전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씨앗 삼았다. 시끌‘법’적은 기존 미디어가 법을 너무 어렵고 딱딱하게 다룬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보가 권력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미디어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규일씨는 디지털 환경에서 법률 서비스 중개 시장이 막 형성되고 있는 지금, 법을 일상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설명해주는 매체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시끌‘법’적은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쉬운 말과 시각화를 통해 설명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주요 법안에 대한 공론장을 형성해 법에 대해 쉽게 묻고 답한다. 누구나 어떤 법안에 대해 어젠다를 설정하고, 이를 누가 받아 이야기하고, 지속적으로 논의를 확산해 선순환을 이루자는 것이 시끌‘법’적의 주요 모토다.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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