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경제성장 하나만 존나게 팠거든. 그때 대한민국은 스타크래프트 같은 건데, 박정희가 커맨더센터에 딱 있고, 국민들은 SCV처럼 수출 존나게 한 거야. SCV도 가스 캐다가 죽잖아. 그때 국민들도 베트남 파병 가서 고엽제 존나 맞으면서 싸우고 SCV랑 똑같았어. 근데 대우는 ×같았어도 산업의 역군이다 뭐다 립서비스가 대단했지. …나이 드신 분들이 왜 태극기랑 성조기 같이 들고 거리로 나오는지 알겠지? 진짜 나쁜 새끼들은 따로 있어.”
3월11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동영상 ‘박사모가 성조기를 드는 이유’에 나오는 국범근(20) 쥐픽쳐스 대표의 ‘리포팅’이다. 방송이라면 ‘삐~’ 소리가 수도 없이 나올 법한 ‘상스러운’ 동영상에 대해 ‘이게 무슨 리포팅이야?’ 하는 반문은 무의미하다. 이모·삼촌 세대, 부모·조부모 세대와 뉴스 소비 방식이 판이하게 다른 1020세대가 ‘아스팔트 극우’의 등장을 이해하기 위해 찾는 ‘언론’은 점잖은 신문이나 고상한 방송이 아니라 이기 때문이다. 새빨간 육회를 먹으며 한국 현대사가 낳은 빨갱이 트라우마를 분석하는 국범근 대표의 이 동영상은 8월24일 현재까지 43만 명이 봤다. 페이스북 팔로 수는 7만9706명으로 의 7만7427명보다 많다.
개인 블로그에서 하나의 ‘미디어’로2014년 10월21일 기사에 소개된 고3 학생이 2년 뒤 10대 청소년이 대상인 미디어 스타트업의 대표가 되고, 3년 뒤 페이스북 팔로 수를 추월하는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는 애초 국범근 대표 혼자 운영하던 개인 블로그였다. 그러나 국 대표가 2015년 ‘구글 뉴스랩 펠로십’ 1기를 수료한 뒤 하나의 ‘미디어’가 됐고, 2017년 ‘메디아티’의 5호 투자사로 선발돼 4천만원을 지원받으면서 ‘미디어 스타트업’이 됐다. 기존 아이돌 업계에 강다니엘과 워너원(Wanna One)이라는 ‘뉴 플레이어’가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이라는 육성 프로그램이 있었듯, 미디어 생태계에 작은 균열을 내는 뉴 플레이어 뒤에 구글과 메디아티라는 ‘뉴 프로듀서’가 있었던 셈이다.
메디아티는 지난해 8월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표방하면서 출범했다. 창업에 나선 젊은이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자금 지원과 교육까지 책임지는 게 액셀러레이터다. 미국에선 2005년 유명 해커가 만든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가 최초다. 이곳을 통해 세계 호텔 업계의 판도를 바꾼 ‘에어비앤비’가 육성됐다. 한국에도 케이스타트업 등 국내 벤처 1세대가 주도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있지만, 미디어 분야 스타트업만을 대상으로 한 액셀러레이터는 메디아티가 처음이다. 메디아티는 선발된 팀에 4개월간 4천만~6천만원의 초기 자금을 투자하고,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공간과 기자재뿐만 아니라 지식·기술 교육까지 ‘풀 패키지’로 제공한다. 주요 언론사의 디지털 혁신에 조언해온 강정수(46) 박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강 대표는 “메디아티는 1년에 미디어 스타트업 10곳 안팎을 육성할 계획이다. 지금 추세라면 2~3년 뒤 최소 20~30개의 뉴 플레이어가 시장에 나온다. 기존 언론사 내부에서도 디지털 혁신이 이뤄지고 있지만, 미디어 생태계가 디지털 시대에 맞게 혁신하려면 뉴 플레이어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아티가 지난해 1기 투자팀으로 육성한 곳은 모두 5곳이다. 가장 성공한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는 자신들이 다루는 주제를 정치·사회, 페미니즘, 성평등(LGBT), 미래기술, 도시생태 5가지로 특정한다. 지난 4월 미국 시사주간지 는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살 이하 리더 30인’(Forbes 30 under 30 Asia)에 조소담 대표를 선정하기도 했다.
전통 미디어와 협업 체계 만들어미디어 스타트업인 는 두 여자의 체험 및 리뷰 전문 매체다. “세상의 모든 남자는 두 가지로 나뉜다. 드로즈를 입는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로 시작하는 리뷰는 기자가 체험해본 여성 속옷 브랜드를 소개하는 기사였다. 기사는 이어진다. “삼각은 타이트하고, 사각은 루즈하다. 난 삼각과 사각 그 사이 어디쯤을 원하는걸. 내가 여러분이 입는 속옷 취향까지 간섭할 자격은 없지만, 그래도 다들 이걸 입었으면 좋겠다.” ‘공학 미디어 스타트업’ 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를 실제 제작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제공한다. 미국의 유명 캐릭터인 슬픈 개구리 ‘페페’ 외관을 한 정수기인 ‘음성인식 페페 정수기’는 슬픈 말을 해서 페페를 울려야 페페 눈에서 나오는 (눈)물을 마실 수 있다. 강정수 대표는 “ 등 미국 및 유럽의 주요 언론사들은 자체 펀드를 만들어 미디어 스타트업 인수를 디지털 혁신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언론사는 주로 디지털 관련 신규 사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고 사업을 접는 방식인데, 앞으로 메디아티가 육성한 미디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편이 낫다는 걸 입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프로듀서는 구글이다. 2015년부터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호주 4개국에서 시작한 ‘구글 뉴스랩 펠로십’은 미디어 스타트업이 배출되는 ‘인큐베이터’ 구실을 한다. 9주 동안 장학생으로 선발된 이들은 전통 언론사와 협업해 실제 디지털 뉴스 콘텐츠를 제작해본다. 장학생에게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가 지급된다. 한국 프로그램을 기획한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홍보총괄 상무는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를 실험하면서도 전통 미디어의 혁신을 촉구할 수 있도록 협업 체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범근 대표, 박찬후 대표 등 미디어 스타트업 대표들은 물론 국내 언론사에선 최초로 가상현실(VR) 뉴스를 만드는 등 다양한 뉴스 콘텐츠 실험을 하는 ‘뉴스래빗’에도 구글 뉴스랩 펠로십 1기 출신인 강종구씨가 데이터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구글이 예산을 지원하고 과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가 기획하는 ‘넥스트저널리즘스쿨’(넥저)도 뉴 플레이어가 자라는 또 다른 산실이다.
양질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지난 8월15일부터 2주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4기 넥저가 진행됐다. 넥저의 마지막 행사인 미디어 스타트업 창업 아이디어 경연에서는 곽효원씨가 ‘정신질환자를 위한 미디어’를 창업하겠다는 제안으로 40여 명의 수강생 가운데 우승을 차지했다. 넥저 우승자에게는 미국 구글 본사 탐방의 기회가 주어진다. 정김경숙 상무가 사내 프로젝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예산을 확보하면서 2014년 1기가 시작됐고, 올해부터 구글호주가 이를 수입해 ‘호주 넥저’ 1기가 시작된다. 정김 상무가 말했다. “4년 전 한국의 뉴스 환경이 너무 안 좋았다. 모든 언론사가 ‘제목 장사’를 하고 트래픽 경쟁에 치중할 때였다. 검색 대상인 양질의 콘텐츠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은 검색엔진 구글의 생존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구글은 믿는다. 그게 넥저를 시작한 이유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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