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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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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하늘로 밀어올린 채 임상실험을 하고 있다”

현재와 과거의 고공농성자들과 의료진을 만나 살펴본 고공농성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 근육통, 기립성저혈압, 우울증 등 앓으며 극도의 위험 상태에 빠져
등록 2015-01-06 15:57 수정 2020-05-03 04:27
노동건강연대 소속 의사 최규진씨(오른쪽)가 2014년 12월11일 30일째 광고탑 고공농성으로 건강이 악화된 씨앤앰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강성덕씨의 팔에 주사를 놓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노동건강연대 소속 의사 최규진씨(오른쪽)가 2014년 12월11일 30일째 광고탑 고공농성으로 건강이 악화된 씨앤앰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강성덕씨의 팔에 주사를 놓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공은 위험하다. 한국 사회의 고공은 더욱 위험하다. 위험사회의 고공에 올라 장기 농성을 벌인 노동자가 성한 몸으로 내려오는 경우는 없다. 은 고공농성과 위협받는 삶과의 상관관계를 기획취재했다. 현재와 과거의 고공농성자들을 만나 그들 몸의 기억을 되짚었다. 그들을 진료하고 있거나 진료했던 의료진을 인터뷰하고 진료기록 일부도 살폈다. 고공농성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외 언론을 막론하고 연관성을 분석·정리한 보도는 없었다. 농성장 높이, 농성장 구조, 농성 기간, 날씨와 계절, 기저질환, 심리상태, 땅에서의 해결 의지, 사회의 무관심…. 수많은 요소가 작용해 ‘하늘 사람’의 건강을 망친다. 의 거친 정리가 과학적 보편성을 띤다고 단언할 순 없다. 다만 경고하고자 했다. 하늘 모서리에 매달린 노동자들의 생사를 개인의 안위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그들의 절망에 무책임한 사회는 그들보다 더 위험하게 병들어 있다. _편집자


고공농성이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을 연구한 전례는 지구촌에 없다.

연쇄적이고 동시다발적이며 장기적인 고공농성은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다.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 중 한국만큼 고공농성이 빈번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2013년 7월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대학)는 을 만나 단언했다.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천의봉씨가 살던 철탑 아래서였다. 그는 “고공농성은 죽는 것 빼곤 다 해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자기 몸을 소멸시키며 싸우는 고공농성은 노동의 힘이 약한 나라에서 나타나는 불행한 현상”이라고도 했다.

세계적으로 흔히 관찰되는 단식투쟁은 연구가 축적돼 있다. 건강과의 연관성을 살핀 보고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단식농성자를 존중하며 보호하기 위한 진료 가이드라인과 선언문(세계의사회의 ‘단식투쟁에 대한 몰타 선언’)도 나와 있다. ‘고공농성 파생증상’ 연구가 없는 이유는 단식투쟁처럼 빈번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만은 상황이 다르다. 고공농성이 갈수록 흔해진다. 고공의 극한투쟁이 빈발하고 장기화되면서 인체와의 상관관계를 따질 수 있을 만큼 사례를 축적해가고 있다. 고공농성자들을 검진해온 의사들은 보통 세 단계를 거치며 농성자들의 몸과 마음이 극도의 위험 상태로 빠져든다고 설명한다.

[1단계] 농성을 시작하면 물리적 환경의 영향부터 받는다.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이 인간을 공격한다.

추위가 맹렬하게 달려든다. “두들겨맞아 온몸이 멍든 것 같다.” 70m 굴뚝에서 고공농성(2015년 1월2일 기준 21일째) 중인 이창근(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씨는 근육통과 두통이 심하다고 했다. 혹한의 추위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신체 반응이다. 고공의 바람과 추위는 지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 있지 않다. 움직임이 제약된 공간에서 경직된 자세로 사나운 추위와 맞닥뜨릴 때 근육은 긴장하고 굳는다. 근육경직과 떨림이 심화되면 근육세포가 깨질 수도 있다. 피 속에 근육세포가 섞여나와 콩팥이 상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공농성이 조기 종결되지 않고 날짜를 더해갈수록 기저질환이 농성자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땅에서 약을 먹으며 관리하던 질환이 하늘에선 통제를 벗어난다. 농성 환경의 극악함과 물려 참기 힘든 수준으로 치닫는다.


근육통은 두통으로 이어진다. 고공에선 따뜻한 식사가 힘들어 소화기관에도 무리가 온다. “근육통과 두통, 변비, 불면증, 소화불량은 겨울 고공농성자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 증상이다.” 성수의원 의사 최규진(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노동건강연대)씨는 말했다. 그는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5m 광고탑에서 내려오기(2014년 12월31일)까지 5차례 진료했다. 임정균·강성덕씨는 농성 일주일째 첫 진료 때부터 앞의 증상이 모두 나타났다. 강성덕씨는 근육통이 심해져 한쪽 어깨를 사용하기 힘들 만큼 고통을 호소했다. 임정균씨는 방광염이 생겼다.

3주째부터 두 사람은 극심한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심할 땐 짧은 순간 정신이 끊겼다 돌아온다”고 했다. 최규진씨는 “강한 바람으로 광고탑이 계속 흔들린다. 평형감각에 이상이 생긴 것인지 광고탑이 내뿜는 전자파 때문인지 단정짓기 어렵지만 고공농성자들에겐 매우 위험한 증상”이라고 했다. 광고탑 위엔 버섯 모양의 환풍기 덮개가 있다. 의식이 끊길 때 덮개를 밟으면 균형을 잃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대희 인의협 사무국장(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 전문의)은 ‘기립성저혈압’ 가능성을 언급했다. “추위에다 잘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몸은 열을 발산해야 하므로 체액이 부족해진다. 심장에서 머리로 가는 피가 적어지면서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기립성저혈압은 땀을 많이 흘리지만 수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여름철 고공농성자들에게도 나타난다. 2012년 11월부터 171일 동안 송전탑 농성을 벌였던 한상균 전 쌍용자동차 지부장(현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자)이 같은 증세를 보였다. 동창동상도 불청의 객이다. 쌍용차 굴뚝의 김정욱(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씨는 동창(영하에 가까운 추위에 장기노출되면서 빨갛게 염증이 생기는 증상·심해지면 동상으로 발전)에 걸려 있다.

혹서의 더위도 추위만큼 건강을 갉는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천의봉(2012년 10월부터 296일간 철탑 농성)씨는 2013년의 무더위가 끔찍했다. “여름 날씨가 일상적으로 36℃를 넘었다. 겨울엔 옷을 껴입으면 되지만 여름엔 다 벗어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2013년 초부터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202일을 견딘 재능교육 노동자 오수영씨에게도 여름은 공포였다. “겨울엔 텐트에 들어가 있으면 조금은 나아지는데 여름엔 더위를 피할 공간이 없었다. 너무 더워 하루 종일 잠을 자고 두통 때문에 맥을 놓는 경우가 많았다.” 폭우나 태풍, 천둥과 번개는 여름 고공농성자들을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로 몰아넣는다.

농성장 구조는 하늘에 오른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충격이다. 스타케미칼 굴뚝(2015년 1월2일 기준 221일째)의 차광호(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대표)씨는 추락의 공포와 불면증에 시달렸다. “굴뚝에서 떨어지는 악몽을 매일 꿔 몸에 밧줄을 묶고 지냈다.” 그는 등을 바닥에 붙여야 안심했다. 물통과 소변통을 한쪽에 쌓아 허공을 시야에서 가려야 견딜 수 있었다.

고압 송전탑은 감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쌍용차 굴뚝을 24시간 지원하고 있는 ‘굴뚝지기’ 복기성(전 쌍용차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씨는 한상균 전 지부장과 ‘송전탑 동지’다. “15만4천V의 고압 전류가 흘렀다. 안개가 끼고 비가 오면 미세먼지가 삼겹살 구울 때처럼 ‘치이’ 소리를 내며 탔다. 전류단자에 먼지가 끼면 타닥타닥 하는 소리도 났다. 그 공포 때문에 새벽마다 소름이 돋으며 잠을 깼다.”

쌍용차 농성 굴뚝에선 액화천연가스(LNG)가 솟는다. 다량을 장기적으로 흡입하면 폐장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2단계] 고공농성이 조기 종결되지 않고 날짜를 더해갈수록 기저질환이 농성자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땅에서 약을 먹으며 관리하던 질환이 하늘에선 통제를 벗어난다. 농성 환경의 극악함과 물려 참기 힘든 수준으로 치닫는다. 자신도 모르던 질병이 존재를 드러내기도 한다.

“어떤 고공농성자도 농성이 장기화되길 원치 않는다. 농성에 돌입하면서 챙겨가는 약은 대개 수일 분량에 불과하다. 약품이 떨어진 뒤부터 증상이 악화된다.” 쌍용차 송전탑 농성 노동자들을 진료했던 김대희 국장은 말했다. 한상균·복기성씨와 함께 송전탑에 올랐던 문기주(전 정비지회장)씨는 챙겨간 약이 떨어진 뒤부터 고통이 배가됐다. 의료진이 주기적으로 송전탑에 올라 응급처방을 했으나 한번 나빠진 몸은 조절이 불가능했다. 왼쪽 어깨 충돌증후군과 극 상단 인대 파열증으로 농성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그는 116일 만에 홀로 하늘에서 내려와야 했다.

고공농성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든 기저질환 중 하나가 당뇨였다.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 때 3명의 노동자가 굴뚝농성을 벌였다. 현재 김정욱·이창근씨가 올라가 있는 동일한 굴뚝에서였다. 김을래(쌍용차지부 부지부장)·김봉민(정비지회 부지회장)씨 모두 땅에서부터 당뇨를 앓았다. 함께 굴뚝에 올랐던 서맹섭(전 쌍용차지부 비정규직지회장)씨는 “한 달 뒤부터 혈당 관리가 안 돼 두 사람의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기억했다. 39일째 되는 날 김을래씨는 먼저 땅을 밟았다.

고혈압도 고공농성자 다수가 앓았다. 기저질환으로 갖고 있었거나 심한 스트레스로 새로 발병하기도 했다. 신무철 내과전문의(신내과의원 원장)는 2013년 국내 두 번째(최장기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309일)로 최장기 고공농성을 한 최병승·천의봉씨를 진료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혈압이 점점 올라 고혈압 수준으로 치솟았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운동량 급감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본다. 지속되면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뇌경색이 올 수도 있다.” 그는 같은 해 6월15일 다음과 같은 진료 메모(‘최병승·천의봉님 내과적 진료 소견’)를 남겼다.

“두 분 다 3월까지의 혈액검사는 정상이었으나 6월 혈액검사에서 고지혈증 및 간수치 상승 등 이상 소견이 관찰되기 시작. 신체활동 제한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지방간 등 여러 문제가 시작되는 것으로 판단. 최병승님의 경우 신장기능 장애 소견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으나 만일 지속된다면 신부전 등으로 발전할 수 있어 조만간 혈액검사를 다시 해볼 필요.”

복기성씨의 혈압도 송전탑 농성 막판엔 180까지 올라갔다. 씨앤앰 광고탑 농성자인 임정균씨는 하늘 생활 50일째가 가까워지면서 혈압이 상승해 의료진이 약을 처방했다.

요추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은 고공의 환경과 기저질환이 결합해 농성자들을 괴롭히는 대표 질환이다. 움직일 공간이 없고 허리를 곧추세우기 힘든 농성장이 뼈를 압박한다. 복기성씨는 농성 마지막 보름은 움직이지 못한 채 누워만 지냈다. “원래 허리가 안 좋은데다 가로세로 2m 널빤지를 깔고 스티로폼과 비닐로 얽어놓은 천막에서 지냈다. 운동을 하기도 어려웠고 살짝 잘못 디디면 추락할 수 있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면서 허리도 굳었다.”

천의봉씨는 2013년 7월20일 희망버스가 다녀간 날 평소보다 오래 철탑 난간에 서 있었다. 직후부터 그의 허리는 급속히 무너졌다. 그를 진료했던 양동석 울산대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평화와건강을위한울산의사회 대표)는 “바로 서기도 힘든 환경에서 오래 견디다보면 근골격계 질환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천의봉씨는 4번과 5번 척추 돌출로 농성 해제 뒤 바로 입원했다.


공농성의 장기화·일상화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강화되고 있다. 이전과 이후의 변화는 확연하다. 고공농성 역사상 50일 이상 고공농성은 이전엔 한두 차례 정도였다. 이후엔 최소 12차례 이상 발생했다. 100일 이하면 주목조차 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김정욱씨도 2014년 12월29일 허리통증이 재발했다. 굴뚝 농성 17일째 날이었다. 2007년 공장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친 그는 병원 치료를 오래 받았다. 그는 이창근씨와 1인용 텐트 하나에서 잠을 자며 추위를 피하고 있다. 그마저 1m 넓이의 굴뚝 난간대 폭이 수용하지 못해 찌그러져 있다. 키 큰 두 남자가 누우면 어깨가 걸리고 텐트가 꽉 찬다. 두 사람은 서로 앞뒤 엇갈려 자되 등을 붙이면 텐트가 비좁아 모로 눕는다. “허리가 아프면 좀 뒤척여야 하는데 꼼짝할 수 없어 통증이 심해지고 있다.” 누울 땐 둥근 굴뚝 곡선을 따라 그들도 허리를 휘어야 한다. 회사는 추가 텐트를 올려주지 않고 있다.

이창근씨는 2013년 전정신경염 진단을 받았다. 김대희 국장은 우려했다. “몸의 균형감각과 시각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병이다. 둘을 끊임없이 일치시키려고 하면서 멀미가 난다. 농성이 장기화되면 위험하다.”

[3단계] 가장 위험한 단계다. 1단계와 2단계를 거치며 증폭된 육체적 고통이 심리적·정신적 불안과 겹치며 우울증을 낳는다. 고공농성 경험자들과 그들을 진료해온 모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최악의 상태’다.

이 단계로 농성자들을 밀어넣는 요인은 고공농성의 장기화·일상화다. ‘하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이유는 해결되지 않고 사회적 무관심 속에 ‘농성’이 ‘생활’이 될 때다. 농성자들을 둘러싼 불안한 기운은 급격히 짙어진다. 김대희 국장은 진단했다.

“장기화된 농성에서 오는 만성피로감이나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상의 문제가 중첩될 경우 우울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우울장애 환자의 3분의 2가 자살을 생각하고 10~15%가 실제 자살을 시도한다.”

그는 한상균·복기성씨가 농성을 접기 하루 전 송전탑에 올랐다. “복기성씨에게 우울증 진단 질문을 순서대로 던졌다. 모든 질문에서 증상이 확인됐다. 농성 중단을 권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매우 다급한 상황이었다.”

복기성씨는 “절망스러웠다”고 했다. “농성 한 달 뒤 대선 후보들이 서로 찾아와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선거 이후엔 대통령도 집권 여당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모른 척했다. 곳곳에서 죽음의 비보도 잇달아 들려왔다. 송전탑 위에선 동료들끼리 대화도 줄어들었다. 슬픔이 북받쳤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나도 알 수 없었다.” 마음에 맺힌 어혈이 부풀어 터지면서 허리 상태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천의봉씨의 상태도 비슷했다. “농성 200일 이후부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왔다.” 세 계절이 넘도록 사태 진전은 없고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줄어들었다. 그는 “절박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했다. “환경은 적응하면 되고 질병은 참으면 된다. 농성 장기화가 위험한 것은 환경적·육체적 문제가 앞이 안 보이는 절망과 겹쳐 정신을 곪게 만들기 때문이다.”

차광호씨는 스타케미칼 굴뚝에서 홀로 고공농성(1월2일 기준 221일째) 중이다. 투쟁 동력은 적고 찾아오는 사람도 많지 않다. 굴뚝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공장은 문을 닫아 텅텅 비어 있다. 근래 고공농성 사례 중 가장 악조건이다.

“연말에 이창근 동지의 페이스북을 보니까 방송사 헬리콥터가 날아와서 촬영을 하고 갔더라. 우리한테도 오겠나 잠깐 생각했다. 알리기 위해 고공농성을 하는데 봐주는 사람이 많지 않아 외로울 때가 있다.”

고공농성의 장기화·일상화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강화되고 있다. 이전과 이후의 변화는 확연하다. 고공농성 역사상 50일 이상 고공농성은 이전엔 한두 차례 정도였다. 이후엔 최소 12차례 이상 발생했다. 100일 이하면 주목조차 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자본이 강해지고 노동이 약해지는 현실 흐름과 무관치 않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진료했던 정운용 인의협 부산대표는 “지금은 의사 진단서가 필요 없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뭘 해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아무리 굴뚝에 오래 있어도 무관심하다. 정말 심각한 시대다.”

의사 최규진씨는 2005년부터 수많은 고공농성장과 단식농성장에서 의료 지원을 했다. 고공농성 사례와 그들의 진료 데이터가 쌓이고 있는 현실 자체를 그는 끔찍해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이 노동자들을 하늘로 밀어올린 채 임상실험을 하고 있다”고 봤다.

복기성씨는 강조했다. “굴뚝에 올라간 사람들이 스스로 내려올 순 없다. 사회가 뜻을 모아 그들이 올라가야 했던 원인을 고쳐줘야 내려올 수 있다.”

개인의 질병이 개인의 것일 수만은 없다. 고공이 인체에 새기는 고통은 특히 그렇다. 하늘 노동자의 몸이 무너지고 마음이 부러지는 사태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다. 전국 곳곳에 꽂힌 고공농성장은 병든 한국을 찌르는 바늘이다. 하늘에 올라서가 아니라 땅에 다시 내려설 수 없어 노동자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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