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당연히 자살예방은 중요한 국가 정책 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2004년부터 자살예방대책 5개년 계획을 수립해 범정부적으로 자살예방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10여 년째 불명예스러운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font size="3">2013년 48억원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게…</font>
2014년 정부의 자살예방사업 예산 규모는 75억원(국민건강증진기금) 남짓에 불과하다. 중앙과 지역의 자살예방센터 지원에 20억원이 투입되고 나머지는 자살예방 교육 및 홍보, 자살시도자 관리, 모니터링 및 정책연구 등 다양한 사업에 쓰인다. 그나마 2013년 48억원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이 이 정도다. 더구나 내용을 보면, 생명문화조성 홍보사업에서 8억원 늘린 것이 증액분 27억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여전히 자살의 주된 원인을 사회적 문제보다 개인의 ‘생명문화 경시’에서 찾는 듯 답답한 모습이다.
물론 직접사업 외에 간접적인 관련 사업은 훨씬 더 많다. 2013년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자살예방 간접사업 예산은 총 1069억원(4개 부처 9개 사업)이다. 보건복지부의 지역정신보건사업, 교육부의 학생정서 관련 사업, 여성부의 건강가정지원사업, 노동부의 근로자지원 프로그램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를 감안해도 자살예방에 대한 정부의 노력에는 여전히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정부 스스로 세운 계획에 비춰봐도 턱없이 모자란 규모이기 때문이다. 제2차 자살예방대책(2009~2013년)을 보면, 2013년 예산 계획이 직접사업 106억원, 간접사업 1242억원, 총 1348억원으로 잡혀 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직접사업 예산(48억원)은 계획 대비 절반도 안 된다. 간접사업까지 포함해야 80%쯤 되는데, 이렇게 범위를 넓혀도 2009~2013년 동안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진 해는 첫해뿐으로 이후 4년 내내 한 번도 계획만큼 투자가 실행된 적이 없다.
<font size="3">24명 중 18명 상담받고도 자살</font>
이 와중에 유독 청소년·학생이라는 특정 집단에 대해서만 적극적 투자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자살예방 직접사업 범주에 교육부의 학생자살예방사업이 있지만, 2009~2013년 내내 연간 예산 규모가 3천만~1억원으로 ‘없다’고 봐도 좋을 지경이다. 교육부의 자살예방 간접사업에선 ‘Wee 프로젝트’(학교 부적응, 학교폭력 상담·치유 프로그램)가 중점적인데, 이는 중앙정부 직접사업이 아니라 각 지방교육청 소관사업이다. 교육부의 주된 역할은 돈(교육재정교부금)을 내려보내는 것이다.
부족한 예산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사업 방식이다. 여전히 성과목표를 센터가 몇 곳이냐, 이용자가 몇 명이냐 같은 외형적 수치로 잡는 등 실질적 성과보다 투입 실적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최근 경기도의회(김치백 의원)에서는 2013년 도내 자살 학생 24명 중 18명이 Wee 상담을 받고서도 자살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내용적으로도 청소년 자살 원인 1위는 성적, 그다음은 가정불화인데, Wee 프로그램은 학교폭력 등 학교 내 문제 중심으로 이뤄져서 한계가 많다.
국가적으로도 일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일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 확대 못지않게 내용적 혁신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최인욱 좋은예산센터 사무국장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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