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건강관리나 출산 지원사업은 어느 부처 소관일까? 가장 먼저 여성가족부,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떠올랐다. 두 부처의 올해(2014년) 예산에서 임산부 또는 출산에 관한 사업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찾아보니 ‘모성보호’에 관해 분명히 뭔가 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여성가족부에서는 그런 예산을 찾을 수 없었다. 아이돌봄 지원사업(792억원)이란 것이 있긴 하지만, 그 사업은 ‘아이돌보미’를 육성·관리하고, 가정의 돌보미 고용비용을 지원하는 보육 관련 사회서비스 사업으로 임산부 건강관리 성격으로는 볼 수 없다. 그 밖에는 연관성이 높다고 볼 만한 사업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특정 집단에 국한해 0.3% 규모 지출
그나마 임산부 관련 사업이 있는 곳은 보건복지부다. 하지만 그 규모는 극히 작다. 연관성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업 예산을 최대한 폭넓게 잡았는데도, 총액이 1192억원 남짓(표 참조)했다. 2014년 보건복지부 소관 지출액 47조원의 0.3%도 안 되는 액수다. 더구나 내용을 보면, 대부분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부조 사업이거나 난임부부, 고위험 산모 등 소수의 특정 집단에 대한 지원에 국한돼 있다. 많은 임산부들이 두루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1192억원 중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 긴급복지, 장애인 등 공공부조의 일환인 경우가 298억원으로 4분의 1을 차지한다. 분만 취약 지역 지원(49억원)이나 고위험 산모·신생아 지원(137억원), 제대혈 공공관리(24억원), 난임부부 지원(389억원) 같은 사업도 극소수 특정 지역 또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제대혈은행, 병원 등 업체에 지원되는 성격이 많아 다수의 국민이 혜택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물론 이 사업들은 대체로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서, 오히려 현재 예산이 충분치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나마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으로 산모·신생아 도우미 지원사업(273억원)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약간의 자기부담금만 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지역별로 50~80% 국고 지원)해 저렴한 비용으로 출산 전후 2~4주간 가정방문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소득수준 제한(가구 평균소득 50% 이하)과 가정방문에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지만, 현행 예산 사업 중 가장 수혜자의 폭이 넓고 직접적 혜택을 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보편적으로 다수의 임산부에게 혜택을 준다고 볼 만한 것은 모자보건수첩 배포를 포함하는 산전·산후 건강관리 강화(6억원) 등 아주 작은 사업밖에 없다.
평균소득 50% 이하, 출산 전후 2~4주 서비스정부도 돈 없이 사업을 벌일 순 없다. 예산이 없다는 것은 ‘일을 하지 않는다’, 더 근본적으로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정부 지출에 포함되지 않는 건강보험을 제외하면) 우리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국가의 지원이나 서비스는 거의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부터 ‘아이 좋아, 둘이 좋아’라는 정부의 TV 광고가 방송되고 있다. 그런데 그 광고를 보고 아이를 더 낳아야지 하고 생각할 부모가 과연 있을까? 오히려 반감만 사기 십상인 캠페인 광고 대신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에 세금을 쓰면 좋겠다.
최인욱 좋은예산센터 사무국장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경호처 균열 생겼나…다급한 윤석열 “체포 대신 구속영장” 왜
윤석열 수배 전단 “술 고주망태, 자주 쓰는 말은 반국가세력”
‘백골단’이 국회에 버젓이…“국힘, 깡패집단 공인하나”
25년 경호 공무원의 조언 “대통령 ‘개인’ 아닌 ‘공인’ 지키는 것”
아이들 200명 오가는데...한남초, 윤석열 지지 집회에 수난
박정훈 대령 “말할 사람 없어 돌·구름과 대화”…인고의 1년 반
[영상] 오동운 공수처장 “영장집행 방해하면 국회의원도 체포 가능”
붉은 장미·응원봉 쥔 시민들 “박정훈 만세” “정의는 살아 있다”
“최전방 6명 제압하면 무너진다”…윤석열 체포 ‘장기전’ 시작
‘백골단’ 국회 회견장에 올려준 김민전…이준석 “분변 못 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