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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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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좋아? 세금부터 쓰시지…

‘임산부 건강관리’ 관련 사업 여성가족부에는 없고 보건복지부에는

극히 작은 규모… 캠페인 광고 대신 실질적인 혜택 줬으면
등록 2014-11-13 15:33 수정 2020-05-03 04:27

임산부 건강관리나 출산 지원사업은 어느 부처 소관일까? 가장 먼저 여성가족부,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떠올랐다. 두 부처의 올해(2014년) 예산에서 임산부 또는 출산에 관한 사업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찾아보니 ‘모성보호’에 관해 분명히 뭔가 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여성가족부에서는 그런 예산을 찾을 수 없었다. 아이돌봄 지원사업(792억원)이란 것이 있긴 하지만, 그 사업은 ‘아이돌보미’를 육성·관리하고, 가정의 돌보미 고용비용을 지원하는 보육 관련 사회서비스 사업으로 임산부 건강관리 성격으로는 볼 수 없다. 그 밖에는 연관성이 높다고 볼 만한 사업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font size="3">특정 집단에 국한해 0.3% 규모 지출</font>

그나마 임산부 관련 사업이 있는 곳은 보건복지부다. 하지만 그 규모는 극히 작다. 연관성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업 예산을 최대한 폭넓게 잡았는데도, 총액이 1192억원 남짓(표 참조)했다. 2014년 보건복지부 소관 지출액 47조원의 0.3%도 안 되는 액수다. 더구나 내용을 보면, 대부분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부조 사업이거나 난임부부, 고위험 산모 등 소수의 특정 집단에 대한 지원에 국한돼 있다. 많은 임산부들이 두루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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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2억원 중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 긴급복지, 장애인 등 공공부조의 일환인 경우가 298억원으로 4분의 1을 차지한다. 분만 취약 지역 지원(49억원)이나 고위험 산모·신생아 지원(137억원), 제대혈 공공관리(24억원), 난임부부 지원(389억원) 같은 사업도 극소수 특정 지역 또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제대혈은행, 병원 등 업체에 지원되는 성격이 많아 다수의 국민이 혜택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물론 이 사업들은 대체로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서, 오히려 현재 예산이 충분치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나마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으로 산모·신생아 도우미 지원사업(273억원)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약간의 자기부담금만 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지역별로 50~80% 국고 지원)해 저렴한 비용으로 출산 전후 2~4주간 가정방문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소득수준 제한(가구 평균소득 50% 이하)과 가정방문에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지만, 현행 예산 사업 중 가장 수혜자의 폭이 넓고 직접적 혜택을 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보편적으로 다수의 임산부에게 혜택을 준다고 볼 만한 것은 모자보건수첩 배포를 포함하는 산전·산후 건강관리 강화(6억원) 등 아주 작은 사업밖에 없다.

<font size="3">평균소득 50% 이하, 출산 전후 2~4주 서비스</font>

정부도 돈 없이 사업을 벌일 순 없다. 예산이 없다는 것은 ‘일을 하지 않는다’, 더 근본적으로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정부 지출에 포함되지 않는 건강보험을 제외하면) 우리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국가의 지원이나 서비스는 거의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부터 ‘아이 좋아, 둘이 좋아’라는 정부의 TV 광고가 방송되고 있다. 그런데 그 광고를 보고 아이를 더 낳아야지 하고 생각할 부모가 과연 있을까? 오히려 반감만 사기 십상인 캠페인 광고 대신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에 세금을 쓰면 좋겠다.

최인욱 좋은예산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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