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1% 지렛대 예산’으로 7건이 선정됐지만, 심사 막판까지 선정위원들의 마음을 ‘빼앗은’ 공모작도 여럿 있었다.
우선 다문화가정 출신 아이들이 외국인 엄마 또는 아빠의 모국어를 배울 수 있는 ‘다문화 외국어고등학교’(최영준씨 공모)를 만들자는 제안은 위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입시 기관으로 변질된 현재의 외고 형태가 아닌, 캄보디아어·타이어·베트남어 등 엄마 또는 아빠 나라의 언어를 가르쳐 ‘아시아의 인재’로 키워내자는 아이디어다. 최영준씨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력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들의 언어를 장점으로 키워 한국 사회를 주도할 인재로 키우려면, 이런 특수 욕구를 발전시키고 도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공모 이유를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이주민 자녀들이 자기 언어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오건호), “수요가 있다면 좋은 아이디어”(박진) 등의 평가를 내놓았다. 다만 “다문화가정 아이들만 따로 공부할 경우, 차별 또는 낙인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박갑주)는 우려가 제기돼 최종 선정작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을 위한 공동체 공간을 만들자는 의견(한규용씨 공모)도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받았다. 연립주택 등 비아파트 주거지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이 없어, 지역이 ‘황폐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제안이다. 한씨는 “비아파트 주거 지역에 마을도서관, 육아품앗이와 공동부엌 등의 커뮤니티 시설을 짓고, 이를 위한 초기 임대비와 시설에 예산이 지원됐으면 한다”고 공모 이유를 밝혔다. 이에 “비어 있는 경찰지구대 등 공공기관을 지역 네트워크 공간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박갑주)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미 주민센터에 마을문고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어떻게 활용하는가의 문제”(김태일)라는 반론이 맞서면서 결국 ‘아차상’에 머물렀다.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에 대한 시급(8550원)을 현실화해야 장애인에 대한 질 높은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김동수씨 공모)에도 대부분의 위원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김태일 교수는 “우리나라 행정의 주요 특징은 값싸게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형식은 갖췄지만 내용이 부실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낮은 단가는 현재 이뤄지는 복지 서비스의 고질적 문제라는 점에서 ‘지렛대 예산’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이 밖에 중·고등학생을 위한 ‘등교용 공공 셔틀버스 운행’(송수진씨 공모)과 폐지 줍는 노인을 위한 ‘수거 전동차 보급’(임인숙씨 공모), 노동 현장의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특별 근로감독관 1만 명 채용’(오민규씨 공모) 등도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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