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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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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

비행 경험한 청소년 수용시설 위주로 짜인 예산,

재범률 높아지는 상황에서 시설 벗어난 이후의 생활 지원해야
등록 2014-11-22 14:44 수정 2020-05-03 04:27

최근 청소년이 일으키는 범죄가 다양해지고 재범률 역시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발생한 범죄에 대해 처벌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교정·교화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재범률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난 11월10일 저녁 부산 범천동 어울림청소년회복센터에서 아이들이 저녁 식사 뒤에 모여 책을 읽고 있다. 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지난 11월10일 저녁 부산 범천동 어울림청소년회복센터에서 아이들이 저녁 식사 뒤에 모여 책을 읽고 있다. 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일반적인 범죄라면 범죄에 합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이것이 청소년 문제로 넘어가면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 청소년이라는 신분이 가져오는 보호와 관찰의 개념을 바탕으로 이후 사회에 나왔을 때 추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법무부에 편성된 예산을 살펴보면 그런 정부의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2014년 법무부 예산에서 청소년과 관련된 사업은 3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 사업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보호 및 감호를 위한 소년원 시설비로 19억4600만원이 사용된다. 비행청소년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것으로 교정과 직접적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다.

두 번째는 소년원에 수용된 청소년의 교육 예산이다. 소년원생 수용비 116억원이 편성돼 있는데, 이 분야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직업교육과 인성교육 등을 통해 사회 복귀를 돕고 비행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예산이다.

세 번째는 비행 초기 단계에 있는 위기 청소년과 부모를 대상으로 추가적 비행을 방지하기 위한 사업(53억8100만원)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법무부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이미 비행을 경험한 청소년을 수용하는 시설을 위주로 예산이 구성돼 있다. 수용시설을 벗어난 이후의 생활에 대한 관리·감독이나 지원은 전무한 상태다.

청소년 관련 부처 따로 없어

이번 ‘세상을 바꾸는 1% 지렛대 예산’ 사례는 일반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수용시설을 벗어나 사회로 원활히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을 필요로 한다. 수용시설을 떠나 사회로 돌아왔을 때 돌봐주거나 보호할 누군가가 없는 이들이 다시금 범죄를 저지르기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도 봤지만 현재의 청소년 비행 관련 예산과 사업은 범죄를 저지른 시점을 기준으로 소년원에 수용할 동안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청소년 관련 부처가 별도로 있지 않다. 과거 청소년위원회가 있었으나 이 위원회가 어떤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기도 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의 위원회로 존재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청소년 예산은 교육 예산이기 때문에 학교 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그 범주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돌보는 것은 쉽지 않다. 청소년은 국가의 미래라고 얘기한다. 현재의 잘못이 미래에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을 개인의 자성으로 미룰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채연하 좋은예산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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