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비정상적인 프로그램이다. 출연진은 뭔가 화려한 이력도, 대단한 경력도 없는 평범한 청년들이다. 아이돌 준비생, 전직 프로게이머, 유학생까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다른 점은 단 하나, 외국인이라는 것뿐이다. 그런 이들의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가 TV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된다. 같은 조건의 우리나라 청년이라면 절대 꿈꿀 수 없는 TV 속 ‘발언권’이 그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TV 속 발언권은 성공한 기성세대의 전유물이다. 자극적인 경험, 처절한 실패담으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 이상 청년은 제대로 된 발언권을 얻기 힘들다. 언젠가부터 청년들의 고민은 너무나 평범하고 진부하다는 이유로 TV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TV는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보다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어른들의 성공 신화를 보여주는 것을 선호했다. 평범한 청년들의 평범한 아픔과 고민을 실제로 들을 수 있는 것은 뉴스 혹은 시사 프로그램의 5초 남짓한 인터뷰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정치권이나 이익집단들의 진영 논리와 이해관계를 위해 동원하는 소모품에 가깝게 느껴졌다. TV가 외면하자 대중도 외면했고, 결국 청년들도 체념했다.
처음 을 접했을 때, 한류 열풍, 삼겹살과 소주, 성형 수술 등을 말하는, 기존의 외국인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들의 입에서 나온 것은 우리의 얘기였다. 그동안 TV가 제대로 귀기울이지 않았던 평범한 청년들의 얘기였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 고달픈 원룸 생활, 꿈과 현실의 차이처럼 누구나 하는 뻔하디뻔한 고민을, 그들은 너무도 당당하고 뻔뻔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힘과 뜨거움이 있었다. 울컥함과 동시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화려한 성공 스토리에 짓눌려 자신의 평범한 고민을 숨죽여야 했던, 그리고 사소하게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성을 빌려 끄적거리며 만족해야 했던 우리의 초라한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취직이라는 현실에 파묻혀 있던 고민들이 가슴 한편에서 다시 타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국민연금만큼, 아시안게임만큼 그리고 통일만큼 중요한 것이 지금 청년들의 문제다. TV 속 우리의 발언권을 찾아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법은 비정상들을 뺨치는 뻔뻔함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취업난과 학자금 대출이 마치 나만의 문제인 양 호들갑 떨며 제보하고 사연을 올려보자. 모여서 얘기하고 시끄럽게 떠들어보자. 세상은 좀더 시끄러워지겠지만, 그만큼 나아질 가능성도 높아질지 모르는 일이다.
이승환 독자*‘레디 액션!’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소소한 제안을 하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에게도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제안하고 싶은 ‘액션’을 원고지 6~7장 분량으로 써서 han21@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레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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