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해 곡기를 끊었던 아빠는 딸을 위해 밥술을 떴다. 46일 만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47)씨가 8월28일 단식을 중단했다. 둘째딸 유나양과 전북 정읍에 사는 노모의 간절한 요청 때문이다. 김씨는 이날 병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유나가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 ‘단식 그만하고 같이 밥 먹자’고 계속 문자를 보냈다.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께서는 계속 우신다”고 단식 중단 이유를 밝혔다.
어머니 건강 악화, 둘째 딸의 만류 때문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지난 8월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동부병원 병실에서 46일 만에 단식을 중단한 뒤 미음을 먹고 있다.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제공
5년 전 대장 수술을 받은 어머니는 김씨의 단식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지난 8월22일 TV 뉴스를 보고 알게 됐다. 김씨가 건강이 악화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동부병원에 입원할 때다. 5남1녀 중 막내인 김씨 소식에 어머니는 충격을 받아 수술 부위에 이상이 생기고 말았다.
한 살 터울인 언니를 잃은 유나양은 김씨에 대한 비방성 의혹 제기로 사생활을 위협받았다. 아빠가 10년 전 이혼한 뒤 두 딸을 돌보지 않았다는 인터넷 글이 퍼지자 유나양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청했다. “친구 같은, 다정다감한 아빠다. 같이 있으면 편하다. 사고 이후 전화를 걸어오는 횟수가 많아졌다. 아빠가 언니 몫까지 더 잘해주고 싶다고 했다.”( 8월24일치) 유나양은 아빠까지 잘못될까봐 전전긍긍했다.
결국 김씨는 착잡한 마음으로 단식을 중단했다. “특별법이 제정된 것도 아니고 (정치권과) 협상이 된 것도 아니다. 특별법을 통해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 나서 단식을 멈추려 했는데 그 전에 중단하게 돼 착잡하다.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가 끝까지, 될 때까지 노력할 것이다.”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다.
김씨의 몸 상태는 여전히 ‘빨간불’이다. 주치의인 이보라 서울시립동부병원 내과과장은 “긴장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보다 착륙할 때 더 위험한 것처럼 식사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심부전·호흡부전 등 생명이 위험해지는 합병증과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오랜 단식을 경험한 이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단식한 지) 5년이 지났는데 위가 많이 상해서 3주 전부터 밥을 조금씩 먹고 있다. 잇몸이 내려앉아 지금도 치아 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2010년 1월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맞서 24일간 단식하다가 병원에 실려갔다.
김소연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륭분회장도 2008년 ‘불법파견 정규화’를 내걸고 단식하다가 쓰러진 뒤 지금까지 6년간 후유증을 안고 살았다. “단식할 때도 힘들지만 회복하는 기간이 고단하다. 유민 아빠는 100일 이후에도 정상적인 식사가 어렵고 그 전 몸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다.” 그는 또 “단식을 하고도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때문에 정신적으로 더 괴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빠가 멈춘 그 자리는 시민들이 채우고 있다. 김씨의 단식 중단 소식이 알려진 8월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현장 접수한 동조단식자는 270명. 하루 평균 단식 참여 인원(150~200명)을 웃도는 수치다. 이날 단식에 참여한 고등학교 2학년생은 “내가 만약 세월호에 타고 있었다면 우리 아버지도 저렇게 하셨을 것 같아 유가족을 볼 때마다 존경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8월29일오후3시 현재 동조단식 참여자(누적)는 광화문광장 5145명, 온라인 2만6595명이며, 단식농성장은 전국 36곳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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