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필더 이청용의 침투패스는 절묘했다.] 최전방으로 찔러주는 이청용의 패스는 단단하기만 했던 러시아 수비벽을 단숨에 허물었다. 잊고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박주영이 있었다(박주영으로 말할 것 같으면, 카메라 앵글 바깥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기술이 세계 제일이라는 ‘은둔형 스트라이커’). 오른발로 톡 찍어 차기만 해도 손쉽게 골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는 굳이 왼발을 들이밀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브라주카는 두 팔을 활짝 벌려 ‘비행~기’를 연출하던 박주영을 외면하며 골라인 바깥으로 사라졌다.
[박주영의 비행기는 ‘의리 축구’ 논란,] 그러니까 실력이 아니라 홍명보 감독과의 친분 덕분에 대표팀 명단에 올랐다는 구설의 당사자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훨훨 날고 싶다는 바람과도 같았다. 어쨌든 박주영은 비행기가 되어 날았고, 한국팀의 승리 기회도 날아갔다. 그때 그가 실망하는 동료와 축구팬을 위해 보여준 건 추어올린 오른쪽 엄지손가락, 그건 분명 ‘따봉’이었다. 브라질 월드컵 1차전에 선발 출장한 박주영의 최종 성적은 0골0도움0슈팅, 그리고 1따봉1비행기. (2차전 알제리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음.)
[의리 축구 논란에도 ‘선수 기용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라는 태도를 굽히지 않던 홍명보 감독을 보며,] ‘국무총리 인사는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박근혜 대통령은 일찌감치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한 정홍원 총리를 부활시켰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총리의 재활용은 심한 것 아닌가 할 수 있지만, 이번 황당 인사는 박 대통령 고유의 숱한 비행~기(록)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아마도 그녀에게 정홍원 유임 카드는 ‘선수 선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어서 따봉~! 성가신 인사청문회를 아예 해경처럼 없애버리고 싶었는데, 피해갈 수 있으니 따따봉~!!이었을 것.
최성진 사회정책부 기자 csj@hani.co.kr *최성진 사회정책부 기자가 한 주의 시사 문제를 촌철살인합니다. 최 기자는 촌철살인마!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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