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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지 않는 날 하늘이 뿌옇다

정부는 ‘짧은 기간 미세먼지 스모그 현상’과

‘중국으로부터 장거리로 이동하는 대기오염물질’로 나눠서 대응책 수립해야
등록 2014-04-25 15:05 수정 2020-05-03 04:27
한국발 미세먼지 대책 부실을 지적한 제1007호 표지이야기(‘Made in Korea 미세먼지’)를 읽고, 한 대기환경 전문가가 글을 보내왔다. 그는 단·장기 대기오염물질을 구분해 좀더 구체적으로 미세먼지 대응 정책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_편집자


서울 중구에 있는 STX 남산타워의 모습. 그룹 지주회사였던 (주)STX와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STX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들이 입주해 한때 STX그룹을 움직이는 곳이었다. 지금도 아직 한 빌딩에 모여 있지만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채권단 자율협약을 진행하면서 STX그룹 체제는 해체됐다.탁기형 khtak@hani.co.kr

서울 중구에 있는 STX 남산타워의 모습. 그룹 지주회사였던 (주)STX와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STX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들이 입주해 한때 STX그룹을 움직이는 곳이었다. 지금도 아직 한 빌딩에 모여 있지만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채권단 자율협약을 진행하면서 STX그룹 체제는 해체됐다.탁기형 khtak@hani.co.kr

지난겨울은 예전보다 훨씬 따뜻했다. 이른바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다.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의 찬 대륙성고기압을 저지하면서, 평년보다 온난했던 것이다. 기상청 자료에도 올해 1월 우리나라 평균기온(0.5℃)은 지난 30년간의 평균기온보다 1.5℃나 높았다. 2월 평균기온도 2.5℃로 평년 대비 1.4℃나 높았다.

한반도에서 단기간에 발생하는 스모그

따뜻한 기온은 고농도 미세먼지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정체하면서 한반도는 대기가 안정적이고 바람 속도도 매우 느려져, 공기의 이동·확산이 둔해졌다. 또한 ‘복사냉각 현상’으로 지표면 기온이 떨어지고 지상에서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나는 역전층이 발생해, 대기가 안정적이고 안개를 만드는 데 유리했다. 따라서 미세먼지의 이동·확산이 둔해지고, 안개와 미세먼지를 포함한 스모그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조건이었던 것이다.

에어코리아(환경부 대기환경정보)의 2월23~28일 자료를 보면, 백령도 102㎍(마이크로그램)/m³, 인천 122㎍/m³, 서울 129㎍/m³, 경기 138㎍/m³, 충북 135㎍/m³로 중국과 가까운 백령도보다 내륙 및 도시 지역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대기환경이 기상조건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좋은 사례다. 물론 한반도는 지형적으로나 편서풍이 우세한 기상학적 요인으로 인해 중국에서 장거리로 이동하는 대기오염물질에 취약한 위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06년 11월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 전문가 회의’에서 황산화물(SOx)에 관한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의 상호 영향에 대한 공동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중국으로부터 받는 영향은 한국 41%, 중국 39%, 일본 34%였다. 중국 전문가가 한국의 대기환경이 중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그 뒤 여러 연구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한국이 받는 영향은 연평균 30~50% 수준임이 드러났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30~50%)은 1~5일 단위로 한반도에서 단기간에 발생하는 스모그 현상에 단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차량 2부제 등 특단 조치도 고려해야

그렇다면 최근 한반도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미세먼지 스모그 현상의 주요 원인은 뭘까. 2월23~28일 미세먼지 농도는 100㎍/m³ 이상으로 환경 기준치를 넘었다. 이 기간의 기상 자료를 자세히 보면, 우리나라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로 구성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다. 이동이 느려 공기를 정체시키는 이 고기압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아진 것이다. 역전층도 발생해 대기가 가라앉고, 안개가 끼면서 미세먼지를 포함한 스모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대기환경 조건이 됐다. 한마디로 최근 미세먼지 스모그는 중국보다는 한반도에 발생하는 국지적인 기상 현상과 대기환경 조건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 지역에서 미세먼지가 최고 농도를 나타낸 2월23일로부터 불과 일주일 뒤(3월2일)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28㎍/m³로 매우 낮았다. 이날은 대륙성고기압의 영향으로 북풍이 우세하고 바람이 매우 강했다. 미세먼지를 흩트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이 장거리로 이동할 수 있는 기상 조건이었다. 이 말은 시민들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 않다고 느끼는 평소에 오히려 중국발 대기오염물질이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 정책은 ‘국지적인 기상 현상 등으로 짧은 기간에 발생하는 미세먼지 스모그 현상’과 ‘평소 중국으로부터 장거리로 이동하는 대기오염물질’로 나눠서 수립해야 한다. 물론 환경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만들고, 황사에 대비해 미세먼지 사업장에 대한 지시·점검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환경부 정책을 반영해 아침저녁으로 도심 도로변에서 살수·진공 청소차로 먼지를 제거하고, 고속도로·노천 소각장과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실천 계획을 짜야 한다. 또한 미세먼지 스모그 현상이 발생하면 수도권 지역에서는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도심지에 대형 차량의 진입을 금지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

짧은 기간 동안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 스모그는 중국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한반도의 기상 현상과 대기환경 조건에 크게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언론이 주장하는 ‘중국발 미세먼지 스모그’의 사고틀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대기환경 조건과 기상 현상을 면밀히 분석해 국민의 호응을 받는 대응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지 ‘중국발 미세먼지 스모그 등의 영향으로~’라는 식의 표현을 쓰는 건, 중국과의 불필요한 환경외교 분쟁을 야기할 뿐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도권에서 효과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정책을 진행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된다.

이러한 접근법은 미세먼지 문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산성비·해양오염·황사 등 오염원이 중국으로부터 장거리로 이동하는 경우, 환경문제는 더 폭넓게 접근해야 하고 대립적 양태가 아니라 협력적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수행하는 ‘한·중·일 3국간 동북아 장거리이동 국제공동연구’에서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까지 제시하는 것이다. 현재 동북아 지역의 정치적 긴장관계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환경문제에서 협력을 시도해 긴장을 푸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산성비·황사 등도 협력적 방식으로

‘중국발 미세먼지’ 예보가 언론에 보도되면, 기상청에서 전문가에게 공개하는 기상 자료를 습관적으로 확인한다. 대기 상태의 ‘나쁨’ 주의보가 발령된 2월25일에는 한반도 전역이 정체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풍속이 매우 약하고, 전반적으로 습하고 따뜻한 남동풍 계열의 영향을 받고 있어 안개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따라서 안정된 대기에서 먼지가 정체돼 많은 먼지가 안개에 혼합된 스모그가 발생할 수 있는 기상 조건이었다는 뜻이다. 최근 프랑스 파리는 평년 기준을 넘는 따뜻한 기온에 바람이 불지 않고 맑은 날씨가 이어졌고, 복사냉각 현상으로 공기의 이동이 정체돼 지난 3월13일 미세먼지(PM10) 농도가 베이징에 맞먹는 180㎍/m³를 넘었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미세먼지 스모그 현상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과연 중국만 탓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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