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부터 120일 동안 이어진 김영환 충북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이 막을 내렸다. 주민소환 투표가 시작되려면 충청북도 청구권자의 10%인 13만5438명의 서명이 모여야 하지만, 주민소환 기간 마지막 날인 12월12일까지 13만2천여 명의 서명(김영환 충북도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 추산 집계)만 모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운동본부는 12월22일까지 지역별로 받은 서명을 취합한 뒤 요건을 충족하면 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 서명부를 제출한다.
사실상 주민투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주민소환 투표를 위해선 최소 4개 시·군(청주·옥천·진천·보은)에서 각각 청구권자의 10% 이상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청주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지역에선 10%에 크게 못 미치게 집계됐기 때문이다. 투표 최소 서명을 넘는다고 해도 무효표가 많이 생길 수 있다. 애초 운동본부의 서명 목표는 20만 명이었다.
<한겨레21>은 제1484호 표지이야기(‘선거도 리콜이 되나요? 도지사 소환 나선 충북도민’)를 통해 주민소환에 참여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애초에 불가능한 고지를 설정한 주민소환법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직접 현장을 돌며 마주한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온라인을 통한 서명 요청 활동이나 홍보가 불가능하도록 규정돼 주민투표 자체를 알릴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운동본부는 서명을 받는 수임인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수임인도 자발적으로 나선 주민들이었다.
120일 동안 직접 발로 뛰며 서명을 받으러 다닌 수임인 최일권(54)씨는 “조금이나마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분들에게 도움이 됐길 바란다”며 “모든 시민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송 참사 당시 “한두 명의 사상자가 났구나 정도 생각했다”는 김 지사의 발언에 분노해 스스로 거리에 나섰다. 집 근처 아파트와 상가 등 거리를 돌며 120일 동안 5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렇게 최씨처럼 서명을 받으러 다닌 수임인은 모두 900여 명이다.
“처음부터 성공을 바라고 하진 않았어요. 의미 있는 한 명, 두 명의 공감이 소중했지 무조건 김 지사를 끌어내리고 그런 것까지는 큰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냥 정말 많은 사람이 유가족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 이것만 전하고 싶었어요.” 최씨는 “만약 이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릴 수만 있게 해줬어도 정말 엄청난 수가 더 서명했을 것”이라며 “아직도 서명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현웅 주민소환운동본부 대표는 “충북에서 주민소환 운동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무책임하고 무능한 도정을 심판하고 싶어 하는 도민들의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며 “앞으로도 주민소환운동본부를 유지해서 지역에 일하지 않는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계속 긴장감을 주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집계를 마친 뒤 12월18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 등을 발표한다. 이 대표는 서명 요건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조만간 김 지사를 만나 120일 동안 서명을 받으며 들었던 도민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할 방침이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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