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H&M 매장 헌 옷 수거함에 넣은 티셔츠가 향한 우간다 캄팔라시 외곽 지역. 구글 스트리트뷰 갈무리
한겨레21이 의류에 넣은 추적기를 통해 확인한 결과, 글로벌 패스트패션 의류 브랜드 에이치앤엠(H&M)이 ‘친환경’ 정책의 하나로 서울의 한 매장에서 수거한 의류가 5개월 만에 아프리카로 향한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H&M은 이 의류를 두고 글로벌 모기업의 규정에 따라 재활용한다고 해명했으나, 재활용보다는 사실상 최종적으로 매립·소각될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이동한 셈이다. ‘그린워싱’(친환경과 거리가 있음에도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행위) 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H&M은 2013년부터 전세계 매장에서 의류를 수거하고 있다. 회사 누리집에도 이를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홍보한다. “더 이상 원치 않는 옷과 원단을 매장으로 가져오세요. (…) 수거, 분류, 재판매, 재사용, 재활용 과정을 통해 우리는 수거된 물품 중 다수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대량생산으로 의류가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의식해 이를 ‘친환경’ 이미지로 전환하기 위한 기업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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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겨레21이 추적기를 단 의류 6벌을 서울과 경기에 있는 H&M 매장의 수거함에 넣은 결과는 이 회사의 설명과 크게 달랐다. 우간다로 이동한 티셔츠를 포함해 3벌이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12월27일 6벌 중 2벌이 말레이시아로 이동했다고 보도(제1545호 참조)한 이후 더 많은 수가 집계된 셈이다.
먼저 우간다로 이동한 티셔츠는 서울 중구의 H&M 수거함에서 출발했다. 2024년 8월16일 투입된 이 중고 티셔츠의 경우, 4일 만에 경기 이천시의 물류창고로 이동했다. 이후 11월17일께 말레이시아의 클랑항 인근 창고에서 발견됐다. 클랑항은 싱가포르와 인접한 대규모 항구다. 제1545호 보도 당시 한겨레21이 의류가 말레이시아로 이동한 점을 지적하니 H&M은 “한국 매장 헌 옷 처리를 글로벌 모기업 본부 차원에서 진행한다. 본부가 계약을 맺은 재활용·분류 업체가 선별작업을 하기에 (해당 의류가) 국외에 모였다”고 밝혔다. 헌 옷이 말레이시아로 이동했더라도, 재활용이 절차대로 진행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2025년 1월 중순 이 티셔츠는 아프리카 케냐 뭄바사 항구로 이동했다가, 2025년 2월10일에는 우간다 캄팔라의 시 외곽 인근에서 발견됐다. 앞서 옷이 말레이시아 클랑항에 있었을 때는 H&M이 자체 시스템에 따라 이 의류를 재활용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우간다로 이동한 옷이 있는 곳은 공터 또는 민가 주변 도로로 보인다. 이 옷들의 최종 처리까지 H&M이 촘촘하게 관리한다는 설명을 신뢰하기 어려운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오정미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아프리카로 이동한 옷이 제대로 된 시스템에 따라 재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도 “국외로 이동했어도 중고의류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소각되거나 재활용돼야 한다. 현재 위치인 아프리카로 이동한 것을 보면, 옷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현지 중고업체에 판매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간다에서는 자국의 제조업 성장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헌 옷의 대량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서울 용산구와 경기 용인 H&M의 수거함에 투입한 옷도 2월10일 기준 말레이시아 슬랑오르 주의 항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류들도 앞선 사례들처럼 아프리카 등으로 이동해 사실상 매립·소각 단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한겨레21의 추가 해명 요청에 H&M은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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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10일 기준 한국의 의류 수거함에 넣은 옷이 아프리카로 이동한 현황. 스마트태그가 보낸 신호를 캡처한 사진. 박준용 기자
H&M 수거함 외에도 국내 의류수거함에 넣은 헌 옷이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정황도 나타났다. 2024년 12월까지만 해도 아시아와 남미에서만 헌 옷의 이동이 확인됐는데, 2025년 1월 이후 아프리카에서도 옷들이 신호를 보내왔다. 수출업계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면, 헌 옷의 아프리카 수출은 국제 정세 불안과 현지 사정 등으로 최근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보낸 회색 고무줄 바지는 2025년 2월10일 가나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파주시의 의류수거함에 2024년 9월13일 넣은 옷이다. 인천항(추정)을 거쳐 2025년 1월 중순 가나 수도 아크라의 마콜라 시장으로 향했다. 가나의 아크라에는 매주 1500만 벌의 의류가 기부·수출 형태로 보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언론 에이비시(ABC) 등 외신을 보면, 이 옷들은 취재진이 보낸 회색 바지처럼 시장으로 향하는데 대부분 팔리지 않는다. 팔리지 않은 옷은 해변에 쌓여 의류 쓰레기 산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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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로 간 옷도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2024년 8월9일 버려진 바지 한 벌이 경기 고양시의 수출업체를 거쳐 같은 해 10월 인천항으로 갔다. 항구로 이동한 지 3개월 만인 2025년 1월16일 나이지리아 중북부의 도시 카두나로 이동했다. 이곳 시내 인근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글 지도 등 검색을 통해서도 바지가 있는 위치가 어떤 곳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겨레21이 추적기를 넣어 헌 옷 수거함에 넣은 의류는 국외에서 추가로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2월10일 기준으로는 말레이시아 11개, 인도 9개, 필리핀 6개, 인도네시아·볼리비아·타이 각 2개, 일본·우간다·나이지리아·가나·페루 각 1개 순이다. 총 11개국 37벌이 국외에서 신호를 보냈는데, 이는 2개월 전(2024년 12월12일)에 견줘 나라는 3개국, 옷은 6벌 증가한 수치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호주 언론 에이비시(ABC)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가나 아크라로 이동한 헌 옷들 중 많은 양이 팔리지 않는다. 이 옷들은 끝내 쓰레기 산에 버려진다. 가나 아크라의 의류 쓰레기 산에서 소들이 걷는 모습. 에이비시 다큐멘터리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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