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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외국인’ 뽑다보니 10명 중 9명?

용산국제학교, 한겨레21에 보낸 변호사 서면에 외국인 교원 현황 밝혀
등록 2024-08-17 16:57 수정 2024-08-20 16:13
2024년 7월30일 용산국제학교 정문 앞. 박승화 선임기자

2024년 7월30일 용산국제학교 정문 앞. 박승화 선임기자


한겨레21의 보도(▶‘한국 정부 돈 받고도 한국인 뽑지 않는 학교’ 참조)를 통해 한국인 교사 채용 차별 논란이 불거진 서울용산국제학교가 전체 교직원의 90%를 외국인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학교의 외국인 채용 현황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용산국제학교는 2024년 8월7일 변호사를 통해 한겨레21에 보낸 내용증명에서 “이번 학년 기준 학교의 E-7 비자(외국인 전문인력 취업비자) 소지 외국인 교원은 총 114명”이라고 밝혔다. 학교가 홈페이지에 밝힌 총 교원 수는 126명이다. 학교 쪽 주장대로라면 전체 교원의 90.4%가 외국인이라는 뜻이다.

전체 교직원 중 외국인이 90% 이상

앞서 한겨레21은 제1525호에서 “용산국제학교가 한국계 교사만 채용 차별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접수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학교가 E-7 비자 소지자만 선별적으로 채용하고, 재외동포 비자(F-4) 소지자나 결혼 이민 비자(F-6) 소지자 등은 채용 배제·차별한다는 취지다. 학교가 이를 명시적으로 밝힌 학교 교직원 지침을 한겨레21이 입수해 보도했고, 진정을 낸 전·현직 교사와 학부모도 취재했다. 진정인들은 “학교가 한국 장기 체류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배제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E-7 비자 소지자는 1회 체류기간 한도가 3년이지만, 재외동포 비자 소지자 등은 최초 갱신 이후 사실상 체류 제한이 없다.

학교 쪽은 “E-7 비자 소지자 114명 중 66명(57.9%)이 3년 이상 학교에 근무한다. 외국인 교원이 단기간만 머무르므로 학교가 선호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다만 한국계 교사 차별에 대해선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학교는 한국인 교사 채용 배제 원인으로 지목된 2017년 부당해고 사건도 오해라는 입장이다. 학교는 “해당 교사는 1년 계약직 아웃소싱 교사로, 고용조건에 관한 오해가 있어 오해를 풀었다”고 밝혔다. 앞서 한겨레21은 2017년 결혼 이민 비자를 소지한 한 교사가 계약만료 전 해고돼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고 소개했다. 학교는 합의금으로 700만원을 해당 교사에게 지급했다.

학교 재단 쪽은 교사 채용 차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 재단인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은 대한상공회의소 소속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겨레21과 만나 “외국인 학교니까 외국인 교사를 우선 채용할 수 있다. 그편을 학부모들도 선호한다”고 밝혔다. 외국인과 다름없는 문화적 배경을 가진 재외동포와 한국인 배우자를 둔 외국인까지 배제한다는 지적엔 “그다지 많은 사례도 아니고 ‘순수 외국인’을 뽑고자 하는 학교 인식이라 본다.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답했다.

교훈이 다양성인 학교의 ‘순수’ 선호

2006년 설립 당시 용산국제학교엔 산업통상자원부 예산 100억원이 투입됐고 7천 평 규모 서울시 땅도 무상 제공됐다. 국내 기업인 돈도 추가로 걷어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 코리아외국인학교 재단’을 세웠다.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작 학교가 세워진 뒤로는 교육의 질을 감독하는 주체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재단은 학교 운영을 국제크리스천학교(NICS)라는 업체에 위탁하고는 “학교에 개입 안 한다”는 입장이다. 계약할 때부터 교육과 시설·기금 관리 업무를 이원화했다는 이유다. 이사회 보고도 시설관리, 재무에 그치고 교육 관련 안건은 학사 일정조차 보고받지 않는다. 이사회 구성을 봐도 서울시·산업부·대한상공회의소·미국상공회의소 몫은 있으나 정작 교육 당국 몫은 없다.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외국인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법인 정관)한다는 재단 취지와 달리, 교육을 사실상 ‘하청’ 맡긴 모양새다.

재무와 교육을 편의적으로 나누기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학교 재단의 소관 부처는 산업부다. 외자 유치를 이유로 외국인학교 설립에 적극 나서지만 정작 교육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소관 비영리법인 설립·감독 규칙’을 보면, 산업부가 매년 보고받는 자료는 재단의 사업계획서와 수지결산서, 재산목록뿐이다. 반면 교육부는 외국인학교가 사립학교법 조항 상당수를 면제받아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외국인학교가 자율성을 이유로 사립학교법상 교사 보호 조항 등을 면제받기 때문에 적극 조처가 어렵다는 것이다.

무법지대 속 외국인학교를 둘러싼 논란은 NICS와 용산국제학교 사례만 있는 게 아니다. 2012년 수원외국인학교 총감과, 2016년 덜위치칼리지서울영국학교 입학처장과 법인 이사들의 교비 횡령 혐의가 드러났다. “학교 재단이 교육 사무를 NICS에 위탁했더라도 그 법적 책임은 여전히 재단에 귀속된다. 교사 채용 차별이 인권위법에 따른 공익 침해 행위로 평가되면 민법에 따라 재단 설립 허가 취소도 가능하다. 재단과 산업부, 교육부가 더 늦기 전에 학교 운영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진정인들을 대리한 문영섭 노무법인 로앤 노무사가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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