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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키스방 알리미 운영자 재수사 검토할 것”

미온적 수사 태도 비판 나오자… 한겨레21 탐사 보도 뒤 고발사건 다시 들여다보기로
등록 2024-09-21 17:49 수정 2024-09-22 08:15
화이트해커 최준영(가명)씨가 2024년 8월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성매매 알선 플랫폼 ‘키스방 알리미’에 접속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화이트해커 최준영(가명)씨가 2024년 8월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성매매 알선 플랫폼 ‘키스방 알리미’에 접속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경찰이 성매매 알선 플랫폼인 ‘키스방 알리미’(제1529호 참조) 운영자를 불러 조사하고도 불송치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키스방 알리미는 성구매자에게 돈을 받고 키스방 예약 정보를 텔레그램 등 메신저로 보내주는 신종 회원제 온라인 성매매 알선업체인데, 경찰이 수사를 미온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불송치·불입건… ‘노○’ 운영자는 잠적해 수사 중지

2024년 9월9일 한겨레21 탐사팀 취재를 종합하면, 성매매 업소를 모니터링하는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다시함께센터)는 2023년 11월 대표적인 키스방 알리미 ‘노○’과 ‘렛츠○’을 서울경찰청에 성매매 알선·광고 혐의로 고발했다. 성구매자들이 키스방에서 성매매할 수 있도록 키스방 알리미 두 곳이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올라오는 성매매 여성들의 출근 정보를 크롤링(데이터 끌어모으기) 해서 성구매들에게 전송하는 성매매 알선·광고를 했다는 혐의다.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 종암경찰서는 ‘렛츠○’의 운영자 신원을 확인한 뒤 이 운영자를 소환 조사해놓고도 “‘렛츠○’가 인터넷 정보를 전하는 것에 그치는 것으로 광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2024년 5월 불송치했다.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지 또는 회원들이 해당 업소에 방문해 성매매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혐의를 부인한 ‘렛츠○’ 운영자의 주장을 경찰이 받아들인 셈이다. 가장 유명한 키스방 알리미인 ‘노○’의 경우 운영자인 조아무개(39)씨가 현재 잠적 상태로 경찰이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중지됐다.

특히 ‘노○’의 경우 다시함께센터의 고발 외에도 두 차례 더 경찰에 수사가 의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이트해커 최준영(가명)씨가 2023년 6월과 2024년 6월 ‘노○’ 운영자 조씨가 서버 증설·이전 과정에서 실수로 노출한 정보를 바탕으로 조씨의 신원을 특정해 “‘노○’이 불법 성매매를 알선하고 있다”며 경찰에 수사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민원을 받은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와 일산동부경찰서 모두 “실제 유료회원들이 성매매했는지 알 수 없다”며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키스방 알리미는 현행 성매매처벌법의 알선과 광고 죄에 해당하는 명백한 처벌 대상이다. 대법원은 알선죄에 대해 “성매매를 하려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연결하여 더 이상 알선자의 개입이 없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성매매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주선 행위만 있으면 족하다”고 밝혔다.(대법원 2020도3626 판결) 법무법인 대륜의 이승호 변호사도 “키스방 알리미가 성매매 여성의 출근 정보를 알려 실제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게 확인된다면, 그 중간 플랫폼 운영자도 성매매 알선죄를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으로도 명백한 처벌 대상

특히 성구매자들이 성매매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키스방 알리미의 죄는 성립한다. 대법원은 “성매매 알선죄는 성매매죄 정범의 존재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독자적인 정범”이라며 “알선자가 위와 같은 주선행위를 했다면 성매수자에게 실제로는 성매매에 나아가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성매매 알선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0도3626 판결)

결국 경찰이 두 키스방 알리미들을 불송치·불입건한 것은 수사 의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세 경찰서는 공통적으로 ‘실제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인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키스방 알리미 비밀 게시판과 각종 성매매 커뮤니티를 보면 매일같이 키스방 알리미를 통해 키스방을 예약해 성매매했다는 후기가 올라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노○’과 ‘렛츠○’ 등 키스방 알리미들은 공통적으로 유료회원을 위한 비밀 게시판이나 비밀 텔레그램 대화방을 직접 운영하는데, 유료회원들은 이곳에 적나라한 성매매 후기를 남기고, 여성들의 스킨십 수위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겨 평가하기 때문이다. 다시함께센터와 최씨 역시 경찰에 성매매 후기들과 키스방에서 쓰이는 은어 등이 담긴 자료를 수집해 전달했다.

비밀 게시판에 올라오는 이런 성착취 관련 글은 현행법으로 이미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4년 7월 성매매 여성 평가·후기 게시 등 성매매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명시하는 정보통신망법·성매매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개정안들은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김건오 국회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2024년 8월26일 이 개정안에 대한 법률 검토보고서에서 “(법 개정이 없어도) 이미 현행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런 상황임에도 경찰이 ‘ 노○’의 비밀게시판이나 텔레그램 대화방 등에서 공유되는 성매매 관련 불법촬영물에 대해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권경란 다시함께센터 감시사업팀장은 “경찰이 성매매 알선죄를 법리적으로 너무 협소하게 판단해서 불송치한 것 같다. 성매매 여성은 에스엔에스(SNS)에 광고를 올린 것만으로도 처벌하면서, 키스방 알리미는 너무 쉽게 풀어줬다”며 “키스방 알리미는 성구매자가 직접 성매매 알선에 뛰어들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키스방 알리미가 대중화하면 성매매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 성매매 알선·홍보 혐의 관련 법리 재검토”

경찰은 한겨레21이 키스방 알리미를 고발하는 탐사 보도를 내보낸 뒤에야 뒤늦게 고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키스방에서는 은밀하게 성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키스방 알리미의 성매매 알선·홍보 혐의에 대한 법리 검토를 다시 하고 재수사를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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