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동안의 철도노조 파업이 종료된 뒤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원들을 상대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전국 법원에서 기각되고,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된 2명의 노조원까지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됨으로써 “철도 파업 구속자 ‘0’명”이 됐다는 소식을 모두 들으셨을 것이다. 정부의 ‘철도 민영화’ 계속 추진과 이에 대한 철도노조의 대응에 따라 철도노조 지도부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체포영장을 집행한답시고 백주에 신문사 건물 유리창을 깨고 요란을 떤 결과치고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특히 세밑 주말 아침부터 벌어진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진입작전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앞두고 있다는 2013년의 대한민국 국민에게 엄청난 위화감까지 안겨줬다. 다른 한편으로는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다고 하면 저렇게 남의 집 문까지 부수고 들어가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도 들게 했다. 프레임에 능한 정부나 검경은 늘 하던 대로 ‘적법한 공권력 집행’과 ‘위법한 공무집행방해’를 반복했고, 다음날 여당은 “민주노총은 ‘소도’가 아니다”라는 수사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소도가 아니듯 공권력 집행이라고 하여 모두 적법한 것은 아니다. 위법·부당한 공권력의 행사, 많이도 봐왔다.
체포영장 ‘범죄 혐의의 상당성’도 의문
우선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적법했나?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체포영장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는 자’에게 발부된다. 특히 범죄 혐의의 상당성 요건은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 발부 요건과 동일한 것으로, 수사기관의 주관적 혐의가 아닌 객관적 혐의여야 한다. 그런데 전국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는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거나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범죄 혐의의 상당성 충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는 동일한 요건 충족이 필요했던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가 출석 불응 사유만 가지고 이루어져 위법했던 것이 아닌가 강한 ‘의심’이 든다.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그 집행 과정은 적법했나? 정부와 특히 경찰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집행이므로 집행은 무조건 적법한 것처럼 선언하고 타인의 소유인 경향신문사 건물을 그 소유자의 동의나 허락 없이 깨고 부수어 진입했다. 그러나 영장 발부가 적법해야 하는 것처럼 그 집행도 적법해야 하고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함이 당연하기에, 검찰은 진입작전 다음날 전날의 진입작전의 근거로 형사소송법 제216조와 제120조를 들면서 적법성을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에 따르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체포영장(제200조의 2)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내에서 피의자를 수사(수색)하거나(제1호), 체포 현장에서 압수, 수색, 검증을 할 수 있다(제2호)’.
그런데 영장 없이 가능한 체포 현장에서의 압수·수색·검증은 체포할 피의자가 현재하는 장소에서 체포하는 자에게 해가 될 만한 무기나 범죄의 증거를 발견하는 데 한정되는 것이므로, 체포를 위하여 진행하는 영장 없는 피의자 수색은 제216조 제1항 제1호에 따라서만 가능하다. 동 조문의 해석에 따르면 타인의 집이나 건물 내에 피의자가 소재한다는 개연성이 있으면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이 없다고 하더라도 체포영장의 집행을 위하여 타인의 집이나 건물 내에서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가 경향신문사 건물 내의 민주노총 사무실에 소재한다는 개연성이 있었다는 가정하에서 보면(실패한 경찰의 진입작전 결과만 놓고 보면 개연성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찰이 체포영장의 집행을 위하여 경향신문사 건물 내(의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노조 지도부를 수색한 것은 위법하다고 할 수 없을지 모른다.
남용된 공권력, ‘공무집행방해’도 아냐
그러나 이와 같이 타인의 주거나 건물 내에서의 영장 없는 피의자 수색이 가능하다고 보더라도 주거자·건물주의 동의나 허락 없이 주거나 건물 외부에서 잠겨 있는 건물의 잠금장치를 열거나 유리창을 뚫고 벽을 부수는 등으로 타인의 집이나 건물 내로 진입하는 것이 압수수색영장 없이 체포영장만으로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에 대해 검찰이 든 근거가 형사소송법 제120조인데, 제120조 제1항에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건정(자물쇠)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규정은 형사소송법 제138조에 따라 ‘검사, 사법경찰관리 등이 구속영장을 집행하는 경우 타인의 주거나 건물 내에 들어가 할 수 있는 피의자 수색(제137조)’에는 준용토록 되어 있으나, 체포영장의 집행과 같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이를 준용하는 규정은 없다. 즉,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구속하기 위하여 별도의 압수수색영장 없이도 타인의 주거나 건물에 들어가 피의자를 수색할 수 있고 이를 위하여 잠금장치 등을 열고 건물로 진입할 수는 있으나, 체포영장만이 발부된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압수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나 건물 내에서의 피의자 수색을 위하여 강제로 타인의 주거나 건물의 잠금장치를 열거나 건물을 파손하고 진입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경찰이 건물주인 경향신문사의 동의나 허락 없이 건물 유리창을 파손하고 건물 내로 진입한 뒤, 역시 민주노총의 동의나 허락 없이 사무실로 진입해 철도노조 지도부를 수색한 일은, 헌법정신과 강제처분법정주의·영장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에 위배된 것으로 적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십수 명의 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수천 명의 경찰력을 동원한 뒤 타인 소유의 건물과 사무 공간을 훼손하고 진입한 행위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비례성 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공권력 남용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이에 저항한 시민들과 노조원들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정당한 방어행위를 한 것으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당일 연행된 138명 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 1명에게만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그마저도 ‘범죄 혐의의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내용으로 기각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시작부터 ‘불법’으로 규정된 파업
철도노조 파업을 시작부터 ‘불법’ 파업으로 규정한 정부 입장의 옳고 그름은 이른바 ‘수서발 KTX 자회사 설치’가 철도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직접 관련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나,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체포영장만으로 아무 건물이나 뜯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과잉이고 남용이다.
남상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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