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곧 주검을 봐야 한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잠도 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기자가 되면 부검을 참관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것 같다. ○○랜드 ‘귀신의 집’도 들어가지 못하는 새가슴이, 주검을 마주할 용기는 더더욱 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부검이 끝난 뒤, 내장탕을 먹게 한다는 반인륜적 후일담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찾아가 부검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시야가 충분히 가려질 수 있도록 ‘거두’(巨頭) 동기들 뒤에 자리를 잡았다. 슬쩍슬쩍 훔쳐본 여성의 주검은 무섭기보다 처연했다. 얼마 전까지 살아 숨 쉬던 육신은 마네킹 같았다. 그 위로 톱질과 칼질이 이어졌다. 온몸에 힘을 주고 서 있자니 허기가 졌다. 그날 저녁 감자탕을 뼛속까지 쪽쪽 빨아 먹으며, 죄책감에 시달렸다.
인생사에서 죽음을 빼놓을 순 없지만, 죽음이 관련된 취재는 언제나 곤혹스럽다. 해병대 총기 난사 사고로 아들을 잃은 유가족을 붙잡고 ‘지금 심경이 어떠시냐’는 한심한 질문을 던지던 순간엔, 내가 내 입을 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수습 시절 접한 자살사건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40대 남자와 50대 남자가 야산에서 10m가량 거리를 두고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 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다. 열혈 ○ 선배는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자살동호회 사건이 아니겠냐며, 두 남자의 사연을 알아볼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아무리 ‘읍소 취재’를 해보아도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두 사람의 죽음엔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고 했다. 결국 두 남자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을 찾았다. 50대 남자의 빈소엔 내 또래로 보이는 딸이 있었다. 어렵게 말을 붙였다. 반응은 차가웠다. “좋지 않게 돌아가신 분 이야기를 캐내려는 의도가 무엇이냐. 당신이 하는 일이 그렇게 가치 있는 일이냐.” 유가족을 괴롭히면서까지 이 취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자, 서러움이 복받쳤다. 빈소 귀퉁이에서 한참을 대성통곡하고 있자니, 한 어르신이 조용히 오셔서 ‘저기 관 나간다’고 일러주었다. 유가족인 줄 아셨나보다.
빈소에선 간혹 뜻밖의 인물을 만나기도 한다. 2011년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 빈소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멀끔하게 차려입은 건장한 남자가 빈소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조문객이 그리 많지 않던 오전 시간대였다. 그는 몇몇 어르신에게 ‘여기 계셔라. 저기 계셔보시라’ 주문을 했다. MB가 곧 빈소를 찾는다고 했다. 한산한 빈소에 경호원들이 몰려왔다. 유가족과 무슨 말을 나누는지 궁금해 MB 쪽으로 다가갔다. 매섭게 생긴 경호원이 바로 제지에 나섰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혔지만 소용없었다. “부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야 된다.” 최시중씨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입각하자 김 전 총장이 그에게 당부했던 말이라고 했다. 빈소에서 뒤태밖에 볼 수 없었던 MB. 그 모양새가 어떠했는지는 노 코멘트. AA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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