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음모 뉴스의 타락
데스크는 부당한 지시하고 기자는 취재 상식 어기는 ‘립서비스’
상투적 플레이다. 추석 연휴를 틈타, 선거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기간에 맞춰, 휴일이라 즉각 반론이 용이치 않은 상황을 노린 듯, 한칼 찌른다. ‘의혹’이라는 표현으로 의혹을 만들며, “대선 가도의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말로 미래를 현실로 당겨내고자 한다. 아주 낡은 테크닉이다. 명백히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보도의 반복이다. 현 정권 들어 철저히 파괴된 MBC의 정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역사적 순간이라 아니할 수 없다. 후진 체제의 노회한 음모의 냄새가 짙다.
공모하는 조직 앞에 기자 개인은 무력했다. 꼼꼼히 획득한 정보를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소스에 대해 체크하는 취재 상식을 저버렸다. 부당한 지시에 맞서 데스크와 싸우며, 예민한 상황이고 중요한 기사이기에 충분한 반론 기회를 주는 보도 원칙을 포기했다. 저널리즘 기본 해체의 마땅한 결과다. 불량한 뉴스룸이 부정한 선전을 낳고, 반저널리즘적 선동이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 권력에 대한 방송의 친절한 봉사. 군부통치 시대나 쿠데타·유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립서비스다.
박근혜 쪽 송영선씨의 쇼킹한 녹취록을 갖고 MBC는 어떤 뉴스를 만들었던가? 파렴치한 박사 학위 논문 표절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관해서는 무슨 말을 했던가? 한쪽의 스캔들은 침묵으로 덮고, 다른 쪽의 의혹만 일방적으로 부풀리는 MBC 뉴스는 결코 공정하지 않다. 프로파간다에 가깝다. 의 비극, 데스크 뉴스의 절망은 이렇듯 저질의 선거 보도를 통해 충격적 행태로 드러난다. 조인트 까이고 구설에 시달리면서도 악착같이 버틴 사장이 내놓은 화려한 작품인가? 국장과 부장들은 과연 무슨 역할을 했나?
파업에 참여한 기자가 쓴 기사라고? 양심을 지키려는 기자들이 MBC에 여전히 더 많다고? 정말로 그러한가, 지금 정치부에도? 조직적 왜곡의 시스템 앞에서, ‘당신들 파업에서 뭘 배웠나?’라고 묻는 것조차 의미 없어 보인다. 대체 이 낡은 데스크, 환멸의 뉴스를 어찌해야 하나? 민주주의 능멸과 민주정치 배반의 방송을? 엄혹한 군사통치 시절에도 뒤집어보는 시청자의 역능과 행간을 읽는 시민의 의식은 살아 있었다는, 그 엄연한 현대사에서 위안과 희망을 찾을 것인가?
다시 유신의 가을이다. 정확히 40년 전인 1972년 10월17일, 공포의 조처가 취해졌다. 헌법이 중지되고, 국회가 해산되었다. 정당과 정치 활동의 금지,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으며, 계엄사가 내놓은 포고 제1호는 다름 아닌 대학 휴교와 언론의 사전검열이었다. 중단된 국정감사는 1988년에야 부활돼 오늘도 진행되는데, 과연 언론의 복구 상황은 어떠한가? 사전검열의 악령은 진짜 사라졌나? 자발적 뉴스 조작과 여론 왜곡의 음모세력들이 여전히 공영방송 내부에 단단하게 똬리 틀고 있지 않은가?
민주화 시기 숨어 있다가 기회를 틈타 대가리 내미는 저 야만의 보도망. 잘라내지 않으면 안 된다. 논문 표절 여부는 학계가 책임지고 판단할 일이며, 데스크 음모에 대해서는 당장 판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당신들, 그런 나쁜 짓 하면 진짜 안 돼!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방송판 ‘동아일보’ 막으려면 어떡해야?
파업 기자 해고 뒤 방향 잃은 연상케하는 MBC의 암울한 미래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시위대 내부에서 MBC의 위상은 대단했다. ‘조·중·동’ 기자가 배제의 대상이었고 와 기자가 용인 범주에 해당했다면 MBC 기자는 환호의 대상이었다. 그것은 사실상 <pd>의 보도에서 촉발된 시위의 참여자들이 그 방송사의 공적 역할에 대한 존경의 표시였을 거다.
시위가 끝나고 여러 필자가 모여 MBC에 관한 글을 모았을 때, 나는 방정맞게도 비관적인 얘기를 했다. “가 MBC의 미래가 되는 상황을 막아내는 일”이 우리의 과제가 될 거라고 썼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나 와는 확연히 다른 색깔과 품격을 갖춘 것으로 보였던 그 신문이 2001년 세무조사 정국 이후 방향을 잃고 표류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중·동’이라는 (당시로서는) 모멸적인 호칭으로 묶이기 시작한 뒤 는 죽 내리막길이었으며 오늘날엔 외려 와 의 정치적 대처 능력이나 취재력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으로 보일 지경이 되었다. 그때 나는 불과 안티조선 운동의 초창기만 하더라도 그 운동이 대체로 독자와 독자의 연합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4년이 지난 뒤 다시 한번 묻는다. MBC의 미래는 가 될까? 물론 최근 MBC가 휘청이는 이유는 가 몰락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주가 2000년대 초반에 우둔한 판단을 내린 것처럼 MBC 경영진도 잘못된 정파적 편향성에 줄을 대고 있다. 가 1970년대 파업하던 기자들을 대거 해직한 공백을 메우지 못한 것처럼 현재의 MBC도 파업 기자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해 질이 떨어지고 있다. 이번 MBC 뉴스의 안철수 논문 표절 보도는 정파적으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적어놓고 보면 MBC가 의 길을 비껴갈 수 있는 가능성도 보인다. 사주 가문이 영속적으로 통치하는 와 달리 MBC의 경영진은 교체될 수 있다. 또 가 100명이 넘는 기자를 해직한 파국적 결과를 낳았다면 MBC의 파업 기자들은 어찌됐든 현장에 복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사태를 이렇게 파악한다면 결국 MBC의 ‘정상화’를 바라는 이들은 ‘정권 교체’밖에 내세울 구호가 없게 된다. 사실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모든 논의 자체가 공염불이 될 판이다.
이것은 엄연히 우리가 처한 현실이며, 한국 언론운동의 무력함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일은 언제가 됐든 정권 교체가 된 이후에 해야 할 일의 목록이다. 더 이상 새누리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모든 것을 무(無)로 되돌릴 수 없도록, 더 이상 그런 가능성 때문에 진보언론들이 진보정당을 홀대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어느 당파가 집권하더라도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론의 영역을 제도적으로 디자인해야만 한다. 그것이 이루어져야만 MBC의 미래를 로 상상하는 우울한 일도 없어질 것이다.
한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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