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
위대한 개인주의자 스노든은 보호받아야 한다
966호 크로스트윗
“논란이 되고 있는 (프리즘) 프로그램은 수십 건의 테러를 무산시켰으며 최근 (에드 워드 스노든의) 폭로는 국가 안보에 큰 해 를 끼쳤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인 키스 알렉산더의 말이다. 미 정부기관의 광 범위한 통신 감청, 검열 실태를 제보한 에드 워드 스노든의 폭로 이후 세계가 발칵 뒤집 혔다. 스노든이 미국을 대표하는 유명 기성 언론이 아닌 영국의 , 정확히는 특 정 칼럼니스트를 지목해 사건을 제보한 사 실 또한 미 언론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왜 등에 먼저 제보하지 않았느냐 는 질문에 스노든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믿 을 수 없어서”였다.
미국의 수정헌법 4조에는 정부의 감시가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침범해서는 안 된다 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수 정헌법 이야기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영화 은 이미 너무 오래된 예 시로 전락했다. 2001년 9월11일 이후 미국의 정보기관은 초법적인 지위와 수단을 ‘국회 동의하에’ 얻어왔다.
스노든 사건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격 한 논쟁을 낳고 있다. 흥미로운 건 대개의 사 례와 달리 이번 문제가 민주당과 공화당이 라는 두 진영의 입장에 따라 말끔하게 나뉘 어 대립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스노든 사건에 관해서는 각 정당 안에서도 서로 다 른 목소리가 첨예하며, 이는 전통적인 공화 당 지역이나 민주당 지역의 여론 안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노든을 영웅으 로 보는 시선과 반역자로 보는 시선이 전통 의 진영이나 이해관계를 넘어 날카롭게 대립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노든이 “2009년 이후 미국 국가 안보국이 홍콩과 중국의 표적 수백 건에 대 해 해킹을 해왔다”는 2차 폭로를 한 이후 에는 더욱 그렇다. 개별 언론사들 사이에 서도 그를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로 지칭할지, 혹은 ‘누설자’(Leaker)로 표현할 지 의견이 갈린다. 이런 와중에 미 연방수 사국(FBI)의 로버트 뮬러 국장은 스노든 을 범죄 혐의로 추적하고 있다며 “스노든이 폭로한 민간인 감시 프로그램들은 합법적 인 테두리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 (중략) 그 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 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강대국 이 단 한 명의 개인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 한 것이다. 향후 이 사안은 미국과 중국 사 이의 힘겨루기 차원으로 환원될 공산이 짙 어 보인다.
미 건국의 아버지들은 지금 이 상황을 지 켜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명백히 반헌법적 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합법적인 테 두리 안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실제 효과가 있었다는 결과론적 근거를 들고나오는 미 정 부의 태도를 보면 할 말을 잊게 된다. 그것은 주관의 정의나 소영웅주의가 아니었다. 특 정 진영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테러리즘도 아 니었다. 스노든의 폭로는 헌법에 근거한 최 소한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원칙을 상기하게 만드는 모든 종류의 지적과 그 발 화자는 반드시 보호받아야만 한다. “나는 프라이버시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 았다. (이라크전 관련 비리를 위키리크스에 제보해 간첩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브래들 리 매닝은 공익을 추구했지만, 내 행동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스노든이 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스노든은 지켜 져야 한다.
허지웅 영화평론가
제국의 프리즘 그 바깥은 없다
전세계가 대상이었던 감시 프로그램에 한국은 왜 무관심한가
966호 크로스트윗
‘인 랜드 엠파이어’, 제국 내부에서 큰 스 캔들이 터졌다. 체계적 감시의 권력과 사적 인 폭로의 탈주. 쫓고 쫓기는 제국의 신종 게 임이 국경을 가로질러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 글로벌한 스케일의 플레이를 어떻게 따라 잡을 것인가?
꽤 한참 전의 일이다. 일본 우익 신문의 서 울특파원이 유창한 한국어로 세미나장에서 비아냥대는 걸 들었다. “세계는 한국을 중심 으로 돌지 않습니다.” 의도와 상관없이, 이념 과 별개로, 옳은 말이다 싶었다. 이 땅의 신 문과 방송은 우물 안 개구리임이 확실하다. 국민국가의 울타리 안에 갇힌 수인이다. 보 수나 진보 가릴 것 없는 공통 증세다. 알 필 요 없는 내수용 기사를 부지기수로 양산하 기 때문에 빚는 후진 사태다.
보고 들을 가치도 없는 국산 불량품 뉴스 가 외설처럼 쏟아지는 이유다. 내수를 노린 저질의 ‘메이드 인 코리아’ 뉴스 상품들. ‘세계 의 창’은커녕, 대한민국을 치명적 무지와 맹 목의 상태로 빠트린다. ‘세계인’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때, 대중은 세계사에 관한 한 문맹의 상태에 머무른다. 세계시민성의 발휘 가 중대하게 요구되는 글로벌 시대의 부끄러 운 초상. 이만저만한 낙후 현실이 아니다.
이런 분리·소외·폐쇄의 질병은, 해외의 사태를 ‘우리’의 문제로 끌어내 해설하고 독 해하지 못하는 지능 부족의 우환과 겹친다. 의도적 회피, 고의적 배제의 혐의마저 짙다. 미국 군사외교를 한반도의 정치·경제와 연 결시키지 못하며, 아시아의 빈곤 모순을 해 외로 팽창한 한국 자본의 탈취·수탈적 성격 과 결부시키지 않는 식이다. 그럼으로써 명 백한 국내외 연관성, 안팎의 결정적 관련성 에 대한 일반의 이해 가능성, 여론의 형성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 노든에 대한 국내 매체의 보도 행태가 정확 히 그렇다. 충격적인 ‘폭로’는 다투어 보도할 것이다. 미국 정부가 얼마나 불편해하는지, 오바마의 변명을 옮기며 신속히 설명한다. 딱 거기까지다. 이제 뉴스는 스노든이 어디 로 망명하려는지, 그의 행방이 어떻게 묘연 해졌는지, 그래서 그녀의 애인이 얼마나 안타 까워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전형적인 황 색저널리즘, 표피적 선정주의로의 추락이다.
그러다보니 희생되는 가치, 삭제되는 의미 는 무엇일까? 내부고발자가 결연하게 고발 코자 했던 것은, 미국 정부의 비밀 감시 시 스템이 미국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하 고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국경 없는 인 터넷 공적 공간의 자유가 제국의 빅브러더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는 현실에만 그치지 않는 다. 세계시민, 바로 나·우리의 삶이 감시·수 집·통제되고 있다는 중대한 진실이다. 바로 이 진상 소개의 가능성이 프리즘 바깥으로 밀려난다.
‘프리즘’, 전세계를 타깃으로 한 감시 프로 그램이었다. 유럽인들도 대상이기에, 유럽연 합(EU)이 심각하게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독일 정부도 조사에 나선다. ‘자국민 보호’와 ‘주권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마땅한 조치다. 불행하게도 이 당연하고 마땅한 반응을 대 한민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스노든은 스노든이고, 우리는 우리. 그래서 우물 안 개 구리들의 공화국은 감시·치안의 제국적 스테 이트에서도 이리 태평일 수 있다. 홀로 도는 별세계, 폐쇄된 게토의 위태로운 증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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