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도착 있어요?
회견장에서도 치마 정장 입은 사고기 여승무원들
영웅적 헌신 찬양할 일이나 여성 신체 상품화 지나쳐 최서윤 <r> 발행인</r>
승무원을 직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생각 해본 적 있었다.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좋아 보였다. 또한 승무원은 선반에 승객들 짐 올리고 내리는 것을 도와 줘야 하므로 키가 커야 한다던데, 내 키는 풍 문으로 들은 항공사 기준 신장을 넉넉히 웃 돌았기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승 무원 준비생 인터넷 카페에 방문하며 본격 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승무원이 되기 위 해서는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 같았다. 관 련 학원 수강료는 몇백만원이 기본이었고, 면접관이 코앞에서 피부를 검사하므로 웬만 하면 레이저 시술을 받아라, 미소가 예뻐야 하니 치아 교정을 하라는 등 미용시술 추천 글도 보였다. 면접관들이 다리를 유심히 보 므로 다리가 곧고 흉터가 없어야 한다는 글 도 있었다. 읽다보니 빡쳤다. 승객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일하는 것이 항공기 승무원 업 무의 본질 아님? 무슨 외모를 이렇게나 많이 봄? 그냥 승무원 되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지금보다 많이 어렸을 때의 일이다.
이번 항공사 사고 뒤 승무원의 영웅적 행 위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보도를 보 며 내가 승무원 하면 저렇게는 못했겠지, 라 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그때 포기하길 잘했 다고 ‘정신승리’했다. 부상자를 업어 운반하 는 승무원들의 사진, 위험에 침착하게 대처 한 승무원의 기자회견 보도를 보며 존경심 을 느끼다가 승무원의 다리에 시선이 갔다. 역시 다리가 참 곧고 예쁘시군요. 아니 잠깐, 왜 다들 치마를 입고 계시는 거죠? 치마를 입고 구조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니 불편해 보였다. 부축을 받아야 할 정도로 부상을 입 은 여성 사무장도 치마 유니폼을 입고 기자 들 앞에 서서 웃으며 답변해야 했다. 문득 올 해 초 아시아나항공의 유니폼 관련 언론 보 도가 떠올랐다. 올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에 따라 바지 유니폼을 도입했지만, 바지를 입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내 분위기 때문에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선뜻 바지를 입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항공사 대표님, 복장도착증 있으세요? 아니 면 다리 페티시즘이라든지….
남성 승무원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의아 했다. 이번 사고 항공기 승무원 12명 중 1명 만이 남성이었다고 전해진다. 보편적인 남성 은 보편적인 여성보다 체력과 체격에서 우위 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남성 승무 원은 항공기 사고 발생시 더 많은 부상자를 신속하게 옮길 가능성이 높고, 기내 음주 등 으로 소란을 피우는 승객을 제압하는 것도 더 수월할 수 있다. 지난 4월 불거진 ‘왕상무 진상 사건’ 관련 승무원 기록일지에도 여성 승무원에게 하대하고 진상 부린 손님이 남성 기장이 등장한 이후 ‘쭈구리’가 됐다고 나온 다. 그런데 왜 한국 항공사에는 남성 승무원 이 드문 걸까. 남성 승무원에겐 치마를 입힐 수 없어서? 역시 대표님의 복장도착증과 다 리 페티시즘이 의심된다.
이번 사건에서 아시아나 승무원들의 직업 윤리를 지키는 모습과 헌신적인 행동은 영웅 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찬양하는 데만 머 무르지 않기를 바란다. 승무원이라는 직업 의 본질적인 목적과 가치를 되새기고, 이런 본질에서 벗어나 승무원의 신체를 상품화하 는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계기가 되 기를 희망한다.
소거되는 진실국정원도 대운하 공작도 완벽히 밀어낸 항공기 사고
보여주며 감추는 ‘친위대 방송’ 꼼수를 두고 봐야 하나 전규찬 <r>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r>
초기의 충격과 흥분도 계속 끌면 오히려 역작용. 휴먼 다큐, 영웅 드라마는 반복을 통해 곧 식상해진다. 아시아나 사고 뉴스가 딱 그렇다. 사고 항공사와 미국 연방교통안 전위원회의 차이 나는 이해관계를 이미 대 다수 시청자가 눈치챘다. 원인은 조종사 운 전 미숙과 기체 결함, 관제사 실수 중 하나 이거나 그 총합일 것이다. 추측도 예단도 금 물.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증거로써 가려 낼 때다. 그 결과를 냉정히 기다릴 때다. 수 다 떨지 말고.
그런데도 이 칼럼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KBS가 짜 증 나는 짓을 하기 때문이다. 해도 너무하다 는 불쾌가 콱 치솟은 탓이다. 왜 나만 갖고 그래? 그대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특수한 국가재난 주관 방송사니까. 다른 채널, 신문 은 안 그랬느냐고? 당신은 사회 공통 이익, 즉 공익에 힘써야 할 특별한 국가 기간 방송 사니까. 이젠 안 그런다고? 못 믿고, 엉터리 같은 짓은 확실하게 기록에 남겨둬야지.
7월10일 딱 하룻밤 뉴스만 슬쩍 다시보기 하자. 무려 9개 꼭지나 뽑았구나. 대단해. 개 성공단과 이산가족, 금강산 관광과 관련된 중차대한 아이템은 톱에 올리지 않을 수 없 었나? 그러고는 주야장천 아시아나 사고 뉴 스. 탑승 승무원 튕겨나가? MB 대운하 공작 에 대한 감사원 발표도 단신으로 취급하곤 툭 튕겨버렸잖아. 4대강 대사기극의 전모 탄 로가 그리 하찮고 가벼운 일인지. 쯧쯧.
포함은 배제를 수반하는 법. 특정 현실로 써 또 다른 실제 현실을 은폐한다. 국정원 사 태에 대한 시민들의 공분과 상식이 완벽히 삭제된다. 연이은 시국선언을 눈 닦고 찾아 볼 수 없는 허방의 9시 뉴스. 의식불명인 뉴 스, 정신 나간 공영방송이다. 정치적으로 중 요하고 사회적으로 핵심인 의제를 억압·축 출하면서 아시아나 사고에 몰입하는 고의. ‘왜곡의 비행’이라 부르고 ‘조작적 외설’이라 이름 붙이겠다. 너무 튀어 실패한, 불량한 프로파간다의 정수를 보인다. 말하는 듯 사 실은 말하지 않는 기술.
보여주면서 오히려 감추는 꼼수. 정확히 30년 전 KAL 007기가 옛 소련 영공에서 격 추됐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경위 와 책임 소재를 두고 지금까지도 논란이 분 분하다. 미국 시사주간지 이 20세기 세계사 중 한국과 관련해 유일하게 꼽은 사 건. 동서 냉전 체제 해체의 시발점이 된 국제 정치적 대사건이다. 노엄 촘스키는 좀 다르 게 주목했다. 체제 선전 장치인 미디어는 어 찌 작동했나? 신문과 방송은 왜 그 사건을 그렇게 보도할 수밖에 없었는가?
이번 사건도 불안한 보도 운행이라는 관 점에서 꼭 짚어야 한다. 진상 파악은 전문가 들에게 맡기고, 수상쩍은 뉴스의 비행은 당 장 드러내야 한다. 다행스레 인명 피해가 적 었다. 자주 일어나는 비행기 사고도 아니다. 반면 선전뉴스의 비행 운항은 훨씬 빈번하 고 또 위태롭다. 이미 막대한 피해를 입혔 다. KBS의 자동안전장치는 꺼진 지 오래. 계속 저리 아슬아슬하게 날아다녀도 되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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