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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고발남’이란 기발한 서사의 구축으로 ‘성희롱범’이란 부박한 현실을 셀프 극복하려 했던 그의 무모한 도전은 적어도 어느 시점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강용석이 만든 고소와 고발의 판타지 월드에서 사람들은 강용석으로 수다를 떨고, 강용석에게 조롱을 바치고, 강용석에게 패러디를 헌정하며 정답고 또 정다운 풍경을 연출했다.
시점의 문제였을 뿐, 그의 망쇠(亡衰)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누가 봐도 망쇠(亡衰)뿐인 길에서 흥성(興盛)을 꿈꾸었고, 결과적으론 대실패였다지만 성공의 가능성이 ‘파블로프의 개’처럼 주어지며 아예 없지는 않아 보였단 점이다. ‘뻘짓도 계속하면 태산을 옮길 수 있으리라’는 그의 정신승리가 예상 밖으로 너무 허약한 것이었다는 게 아쉽다면 아쉬울 뿐 망쇠의 길에서 흥성의 꿈을 꾸었던 그의 존재는, 존속 자체만으로 다른 뭔가를 풍부하게 설명할 수 있는 문제적 텍스트 그 자체였다.
강용석은 이전의 한국 사회가 한 번도 마주해보지 못한 유형의 ‘악당’이었다.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 법대 대학원을 나온 그의 스펙은 그 법적 긴장감에 오금이 저릴 정도다. 30대 나이에 보수 여당의 지역구 공천을, 그것도 서울에서 자력으로 따냈다는 불꽃 같은 인생 역정도 마찬가지다. 그의 비범한 이력은 평범한 이들에겐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를 되묻게 되는 어떤, 찬란하고 잔인한 이력서 같았다.
그런 그가 ‘고소·고발남’의 서사 외엔 외통인 길에서, 인생의 롤러코스터에 올랐다는 건 그래서 묘한 쾌감을 던졌다. 그의 예견된 망쇠는 흡사 몰락한 대세론을 부여잡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국 보수정치의 운명처럼도 보였고, 그 길에서 그가 꿈꾸는 흥성의 비루함은 그를 택했던 정당이 지금 저지르고 있는 맥없는 일들에 대한 우화처럼도 읽혔다. 만에 하나 그가 보수의 ‘판타지 스타’가 되기라도 한다면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보수주의는 금방이라도 망할 것만 같단 흥분에 난 솔직히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 맥없이 현실과 접선했고, (비록 그 외엔 흥행을 이어갈 도리가 없었다 하더라도) 끝내 자기공명영상장치(MRI)의 과학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의 실패는 과학은 법보단 정확하고, 현실은 인간의 의지보단 강력하단 세상의 규범을 다시금 확인케 했다. 그를 통해 판타지는 판타지 그 자체일 때 유의미한 것이지 현실과 맞설 땐 대체로 비루해진단 평범한 진리가 정치적 보수주의에 교훈으로 남겨졌다면, 너무 지나친 말일까. 강용석이 끝내 귀환하고자 했던 집단은 종종 그가 구축한 판타지 월드의 일부처럼 보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확실히 그랬다. 계속 누추해지고 또 쇠잔해가며 그래도 끝내 존재해주었더라면 그래서 더 통쾌했을 텐데. 그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난, (박원순 서울시장 가족에겐 너무) 미안하지만, 즐거웠다.
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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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담은 남의 일이 아니다몰락한 악당이 쏜 총알의 파편에 맞고도 모르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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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 강용석의 총구가 강용석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는, 수다기계(트위터)에 올라온 어느 진술(@presidentyskim)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선적인 해석에 그치고 있다. 그는 자신만 쏜 게 아니었다. 그의 총알은 전방위로 향하는 산탄이었다. 특이한 것은 그가 쏜 총알을 맞고도 피격 사실을 자각하는 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작 박원순은 피격되지 않았다.)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은 세월이 흘러 ‘ 코피’ 사태에서 기시감으로 귀환했다. “여성 아나운서는 모든 걸 다 줘야 한다”는 시정의 언어와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했다는 과학주의적 표현은 얼핏 격이 다르지만, 후자의 드높은 언격(言格)이란 여성에 대한 남성 지식인 부르주아지의 우생학적 이데올로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럼 강용석이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저격한 건 인가. 당신이 남성이라면 혹 통증이 와야 하지 않을까.
박원순 아들 병역 의혹 사건의 경우, 그는 잘못된 증거에 기반한 추론으로 정치적 가사 상태에 빠지고 말았지만, 진중권(@unheim)의 말대로 6분의 1 확률의 주사위에 올인한 셈이다. 사실의 개연성에 의지적 확신이 결합된 것이라면, ‘에리카 김의 눈 찢어진 아이’ 의혹 제기보다 문제적이라고 할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두 달 남은) 의원직까지 건 것은 ‘쫄지마 씨바’의 산상수훈을 좇은 ‘돌격 앞으로’가 아닌가. 그런데 육박해오는 그를 보고 아무도 쫄지 않는 건 왜일까.
강용석의 무통 저격술은 다른 우파 논객의 계보도에 쉽게 포섭되지 않는 그의 고유함에 닿아 있다. 1990년대의 박홍은 레드콤플렉스의 사제였을 뿐, 강용석처럼 실재를 둘러싼 진위 쟁투를 벌이지는 않았다. 조갑제는 기의의 부박함에 비해 지나치게 근엄한 아이콘이라는 점에서 강용석과 견줄 바가 못 된다. 강용석은 ‘화성인’ ‘찌질이’ ‘예능 늦둥이’를 자처한다(@Kang_yongseok). 외계인 계보상, 강용석이 화성인이면 변희재는 금성인이다. 슬랩스틱과 부조리극의 차이랄까.
실제 당한 사람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의 저격은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낸다. 실소와는 질감이 다른 웃음이다. 트위터에는 “‘빅웃음’ 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진술이 오른다. 사이즈 차이만도 아니다. 그가 웃음을 파생하는 맥락은 단순하지 않다. 이를테면 그는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해 스스로를 조롱함으로써, 최효종이 정치·시사 풍자 1인자의 반열에 오르는 데 도약대 구실을 했다.
안영춘 한국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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