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과 당뇨, 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질환도 학력과 소득에 따라 ‘낮은 곳으로’ 임했다. 흡연이나 운동 등 건강 관련 활동에서도 계층별로 뚜렷한 격차가 나타났다.
이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건강 불평등 완화를 위한 건강증진 전략 및 사업개발’ 용역 보고서를 보면, 학력·소득과 고혈압, 당뇨, 고콜레스테롤혈증, 비만, 주관적 건강상태, 흡연, 음주 등의 상관관계가 광범위하게 분석됐다. 보고서는 1998~2007년 네 차례에 걸쳐 정부가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초자료로 활용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남성 고혈압, 소득에 따른 격차 뚜렷
고혈압의 유병률을 보면(표1·2 참조), 남성은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이 위의 세 계층보다 고혈압 빈도가 뚜렷이 높았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 저학력자의 고혈압 빈도가 다른 학력을 가진 집단보다 오히려 더 낮게 나타났다. 고혈압은 남성의 학력을 차별하지 않은 셈이다. 그렇지만 여성의 학력은 차별했다. 여성은 중졸 이하 학력자의 고혈압 발생 비율(25.4%)이 대졸 이상(8.2%)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당뇨도 소득보다 학력에 따라 발생 빈도가 크게 차이가 났다(표3·4 참조). 중졸 이하 남성이 당뇨에 걸릴 확률은 4명 가운데 1명(24.2%)이었지만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남성은 6.7%였다. 여성은 중졸 이하 학력자(6.8%)의 당뇨 유병률이 대졸 이상(1.3%)보다 5배 정도 높았다. 남성의 소득수준은 당뇨 발생 비율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여성은 소득이 올라갈수록 당뇨에 걸리는 비율이 줄었다.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 함량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선 고콜레스테롤혈증의 경우(표5·6 참조), 여성은 중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집단에서 유병률이 17.6%로 나타나서 고졸(9.3%)이나 대졸 이상(9.5%)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남성은 학력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나타내지 않았다. 소득과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상관관계는 선명하지 않았다.
비만에서 남성은 소득이 늘수록 비만 비율이 높아지는 반면, 여성은 반대의 경향을 나타냈다(표7·8 참조). 말하자면 남성은 소득이 늘수록 뚱뚱해지지만, 여성은 부유할수록 날씬해졌다는 뜻이다. 남성은 소득 최상위 집단에서 과체중 비율이 69.1%로 소득 최하위 집단(61.4%)보다 비만 비중이 높았지만, 여성은 반대로 소득 최상위 집단의 과체중 비율(42.9%)이 소득 최하위 집단(51.7%)보다 낮았다.
설문 응답자가 자신의 건강을 ‘나쁘다’라고 진단한 비율인 주관적 불건강률에서는, 남·여 모두 소득이 줄어들수록 자신의 건강이 나쁘다고 평가한 비율이 높았다. 남성은 주관적 불건강률이 소득 최상위 집단에서 10.6%였지만 소득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커지다 소득 최하위 집단에서는 15.0%로 늘었다. 여성도 최상위층(14.8%)과 최하위층(20.1%) 간에 격차가 있었다. 학력에 따른 주관적 불건강률은 남성과 여성이 반대의 경향을 보였는데, 남성은 학력이 오를수록 자신이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여성은 많이 배울수록 자신의 건강에 만족했다. 남성 대졸 이상 집단의 주관적 불건강률은 13.3%로 중졸 이하 남성의 10.2%보다 높았다. 여성은 대졸 이상 학력자의 주관적 불건강률이 12.3%로 중졸 이하 여성의 28.5%보다 크게 낮았다.
고학력 남성·고소득 여성 음주 빈번
흡연 문제에 이르면 학력과 소득에서 모두 뚜렷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다만 남성의 학력과 흡연율은 예외적으로 어떤 경향성도 나타나지 않았다. 고졸의 흡연율(55.6%)이 가장 높았고, 중졸 이하(47.2%), 대졸 이상(41.2%) 순이었다. 여성의 흡연율은 학력별로 큰 차이가 있었다. 중졸 이하 흡연율이 12.7%인 반면, 대졸 이상 학력자의 흡연율은 1.8%에 불과했다. 여가 시간에 규칙적인 운동을 했는지를 묻는 신체활동 항목에서는 남·여 모두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이 많을수록 운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음주율에서는 남성은 학력이 높을수록, 여성은 소득이 높을수록 술을 자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비만·고혈압·흡연·운동 등에서 건강 불평등이 광범위하게 관찰됐다”며 “우리 사회의 건강 수준을 ‘평균’ 혹은 ‘총합’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집단에 따른 차이로 평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