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태형
맛뉴스 위원회(막뉴스 아님)가 아무리 맛없는 뉴스를 소개할지언정 아무 말이나 쓰진 않는다. 가령 ‘풍으로’가 그렇다. 풍(風)으로. ‘바담 풍으로 말해도 바람 풍으로 알아들으라’는 버르장머리 없는 이 단어(풍이 직접 발언한 것은 아니란 얘기도 있다)는 함의가 많은 꼴로 쳐도 둘째가길 싫어한다. 그 가운데 모습 풍, 기질 풍은 이윽고 ‘~풍(모습)으로’ ‘~풍(기질)으로’가 되어 장삼이사의 입말로 널리 사용되는 지경이나, 맛뉴스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어의 품격이 첫 번째요, 언어의 정확성이 두 번째 까닭이라 할 만하다. 예를 들어 맛뉴스 위원회가 ‘현병철풍 인권위’는 아니 된다 말하면, 그것은 현병철 현 인권위원장처럼 인권 영역에서 경력이 없는 분이 수장인 인권위는 안 된다는 말인지, 현병철 위원장과 비슷한 인사가 새 위원에 임명되어선 안 된다는 말인지, 인권위의 결함이 도처에서 지적되는데 “잘하고 있다”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하는 몰염치가 인권위원장의 자질이어선 아니 된다는 말인지, 아니면 그 모두를 가진 인권위원장은 결코 아니 된다는 말인지 모호할 수밖에 없다.
‘MB풍으로 공정사회를!’이라는 표현은 어떤가. MB만큼만 공정하면 된다는 말인가, 모두가 공정할 수는 없으니 너부터 공정해야 한다는 말인가. 독자들은 헷갈릴 게 뻔하니, 군살 없는 사실들의 메마른 직렬보다 쓸모가 적다. 대포폰 제공으로 민간인 사찰과 청와대와의 연관성이 구체화했다. 정치인의 부인, 심지어 전 국정원장까지 ‘광폭 사찰’한 정황이 추가됐다. 민주당은 △검찰의 권력 남용과 국회 유린에 대한 대통령 사과 △민간인 불법사찰과 대포폰 게이트 관련자 문책 △국정조사와 특검 수용 △검찰총장 사퇴 등 4개 항을 담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청와대 쪽은 “야당의 주장과 요구는 국회와 사법 당국 관련 사항으로, 번지수를 잘못 찾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야당 의원을 주 과녁 삼은 ‘청목회 관련 국회의원 후원금 수사’에 대해 청와대 쪽은 “검찰의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말했다. ‘MB풍으로’는 얼핏 모두가 공정할 순 없으니 너부터 MB만큼만 공정하면 된다는 말처럼 이해되지만, 그럼에도 맛뉴스는 사용하길 저어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두루 사용해왔던 모양이다. 최근 부산 쪽 경찰은 강도사건 용의자로 “신장 180cm가량, 노동자풍의 마른 체형, 마른 얼굴”을 공개수배했고, 2008년 경기 쪽 경찰은 “노동자풍의 얼굴이 길고 퉁퉁”한 용의자를, 그해 전북 쪽 경찰은 “노동자풍 조선족 말투”를 쓰는 용의자를 공개수배했다. 용의자를 잡으려는 바람이 바람 풍에 실려 ‘풍(風)으로’ 되었겠으나, 그야말로 ‘멋대로 풍(風)’이라 노동자의 마음을 풍풍 뚫어버린다는 게 노동자풍의 생각이다. 민주노총이 “노동자를 하찮은 존재, 남루한 이미지, 사회적 낙오자, 잠재적 범죄자 등 매우 부정적으로 규정하고 폄하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경찰청에 항의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힌 까닭 되겠다.
이른바 ‘그랜저 검사’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이 이 사건 관련자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 하여 눈 바른 청소년 독자도 많은 에서 ‘대한민국 검찰풍으로’ 일하면 되겠느냐고 말할 수는 없다. 수요가 커진다면, 혹 경사에는 써봄직하다. ‘박태환풍으로’(3관왕), ‘김윤미풍으로’(임신 7개월의 투혼) 금메달이 순풍풍!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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