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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누구냐, 넌

등록 2010-03-23 14:13 수정 2020-05-03 04:26
김연아와 유인촌 문화부 장관

김연아와 유인촌 문화부 장관

누구냐, 넌. 15년간 만두만 먹이며 자신을 가둔 정체 모를 이를 향한 오대수의 절규(영화 )는 세상살이 억울해서 들끓는 ‘부글부글’의 원형질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누리꾼을 고소했다. 문화부가 제출한 고소장은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꽃다발을 건네면서 축하하려고 했는데 마치 성추행을 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동영상을 편집해 올렸기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잠시 포옹하려고만 했을 뿐인데… ‘부글부글’은 유 장관의 부글부글을 깊이 이해한다.

그래서 대신 묻는다. 공개수사에 나선다. 동영상을 편집한, 누구냐, 넌.

1. 문화부 직원일 수 있다. ‘적’은 늘 주변에 있다. 그것을 인지했기에 지체 없이 고소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강 문란이며 하극상이니까. 그러길 바란다. 안 그러면 미스터리는 미스터리를 낳고, 누구냐, 는 또 다른 누구냐, 를 낳게 된다. 이미 “졸렬하다” “한 편의 코미디 잘 보고 있다” 말하는 누구냐, 넌.

2. 김연아 팬일 수 있다. ‘적’은 늘 적을 시기하고 질투한다. 국민 요정을 포옹하려는 데 대한 질시가 원인일 수 있다. 그러길 바란다. 유 장관도 그저 순수한 팬이었을 뿐. 안 그러면 누구냐, 는 누구냐, 를 낳는다. 대뜸 유 장관에게 “(순수의 시절) 로 돌아가라” 외치는 누구냐, 넌.

3. 아사다 마오, 는 아닐 것이다. 한국말을 모른다. 그 역시 궁금해할 뿐이다. “누구냐데스카, 넌데.”

4. 양촌리 주민, 도 아닐 것이다. 유 장관이 2008년 국정감사장에서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방송을 탔을 때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재잘대고 실개천이 흐르던 양촌리는 없었다.

아, 속보다. 3월18일 현재까지 아이디 ‘스프레이’를 쓰는 누리꾼이 최초 유포자로 추적된다. 그럼 이제 어쩔 거냐, 넌. 그때 ‘너’는 누구냐, 넌.

‘회피 연아’의 미스터리가 풀려도 ‘부글부글’의 공개 탐문은 계속될 것이다. 이 세상 억울한 부글부글 하나 남김 없이 치유하기 위함이다.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불러 조인트를 깐 누구냐, 넌.(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증언 토대) 좌파 교육 받아 아동을 성폭행하는 누구냐, 넌.(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증언 토대)

아, 또 속보다. “지난 10년간의 좌파 정권 동안에 엄청나게 편향된 교육이 이뤄져… 극악무도한 흉악범죄들, 아동 성폭력 범죄들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안상수 대표의 증언은 신뢰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1차 공개수사 보고다. 근래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살인범 유영철(70년생·수감 중), 정성현(69년생·사망), 성폭행·살인범 강호순(69년생·수감 중), 정남규(69년생·수감 중)씨만 봐도 모두 5·6공화국 때 초·중등 교육을 받은 이다. 한나라당의 전신이 창출한 정권이다. 한나라당, 누구냐, 넌.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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