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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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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중지수] 1/2

등록 2009-07-09 13:51 수정 2020-05-03 04:25

의식주, 아침·점심·저녁, 육·해·공, 철수·영희·바둑이… 세상은 3분의 1씩 쪼개지기도 하지만 반씩 쪼개지기도 한다. 사과에 힘을 주면 두 조각이 나듯이. 그 두 조각이 반듯하지 않듯이 반반은 미끈하지 않다.
세상의 반은 남자, 세상의 반은 여자, 그래서 연애에 눈이 벌건 사람이 서울 명동 거리에서 하는 말은 물 반 고기 반. 세상의 반은 남반구, 세상의 반은 북반구. 북반구는 비교우위 거래를 통해 남반구에서 먹을 것을 얻고 못 먹을 것을 준다. 세상의 반은 왼쪽, 세상의 반은 오른쪽. 오른쪽이 하는 말은 왼쪽이 모르고 왼쪽이 하는 말은 오른쪽이 모른다. 세상의 반은 동쪽, 세상의 반은 서쪽, 세상의 반은 남쪽, 세상의 반은 북쪽. N극이 가리키는 것이 정북이 아닌데, 세상의 반은 북북서, 남남동이 안 될 것은 또 무언가. 그래서 사람들은 짬짜면을 먹는다.
세상은 대략 하지인 6월21일에 반으로 기울고, 대략 동지인 12월22일에 이운다. 6월이 가면서 2009년의 반도 가버렸다. 쪼갠 사과는 반듯하지 않고 2009년이 정확하게 6월30일과 7월1일로 쪼개진 것도 아니다. 365일의 절반은 182.5일, 6월30일은 181일째다. 정확하게는 7월2일의 어느 때 한해의 반이 갔을 것이나, 그 시간은 지났으되 누구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게 경계는 얼핏하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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