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부글부글] 검찰교육헌장- 업무방해 단속 전문

등록 2009-06-23 11:23 수정 2020-05-03 04:25
[부글부글] 검찰교육헌장- 업무방해 단속 전문. 사진 한겨레 이정아 기자

[부글부글] 검찰교육헌장- 업무방해 단속 전문. 사진 한겨레 이정아 기자

우리는 정부와 기업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대통령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정권 자유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기업 번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떡검·견찰’ 조롱 이겨내는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기소독점권으로, 광우병 위험성을 알리고,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방송을 “악의에 의한 것이거나 현저히 공정성을 잃은 경우로 판단”하며, 가맹점 모집과 판매계약이 취소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판매업자 7명의 처지를 수사의 발판으로 삼아, 비판의 힘과 촛불의 정신을 자극한 〈PD수첩〉은 ‘업무방해죄’로 다스린다.

공익과 질서를 앞세워 법과 원칙을 숭상하며,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PD수첩〉 작가의 7년치 전자우편도 만천하에 공개하며, 명랑하고 따뜻한 협동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고소 없어도 광고주 불매운동 대상 기업을 먼저 찾아 “위압감은 없었는지, 회사 영업에 차질은 없었는지” 물어 수호하고, 정권의 무소불위가 나의 무소불위의 근본임을 깨달아, 스스로 비판 없고 시위 없는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복종하는 국민정신을 드높인다.

반공보수 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이며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이 총체적으로 왜곡·조작됐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며 경악을 금할 수 없다”는 가녀린 정권을 지켜내고 그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통제 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검찰로서,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비판언론 없고 업무방해 없는 새 역사를 창조하자.

추신: 업무방해죄가 유행이다. 걸면 걸리는 ‘제2의 국가보안법’이 될 조짐이다. 포털 다음의 개인 전자우편이 안전하지 않다는 걸 소비자에게 폭로했으니, 검찰은 이 기업의 업무방해범? 가수 장윤정과 맞선 본 의사가 장윤정-노홍철의 열애 소식에 분노하였으니, 그 연애는 의사직 업무방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광고한 정부, 시식회에 나서며 ‘맛난 쇠고기’를 홍보한 여당 국회의원도 새삼 한우업계의 업무방해범? 하지만 그것은 업무방해가 아니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을 테니까. 검찰은 “‘MB’에 대한 적개심으로 광적으로 (방송·보도)했다” “정권의 생명줄 끊으려 했다”는 보도에 간 떨어질 뻔한 정부 지키기에 바쁘다.

아무튼 누군가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면 지금이 적기다. 그 수사에 관한 한 이명박 정권에서 실력 키운 2009년 검찰이 으뜸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