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가 가장 강력한 폭력으로 지배하고, 가장 취약한 이유로도 시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나는 인정한다. 그러나 이것이 온전한 이성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렇게 행동하면 반드시 국가 전체를 가장 큰 위험에 빠뜨릴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군주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절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있다.”(스피노자, ) “백성을 죽게 만들고, 약탈하고, 무구한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두려움을 분노로 바꾸고, 그 결과 시민 상태를 전쟁 상태로 만든다.”(스피노자, )
네덜란드의 비트 형제 암살을 떠올리다
공화정의 위기와 정치가의 탄생.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1665년 스피노자는 의 집필을 중단하고 에 착수한다. 이 작업의 동기 뒤편에는 시대적인 배경이 놓여 있다. 종교적 분파들 사이의 갈등이 격렬해져, 자유로운 분위기로 유명했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도 불관용과 추방의 어두움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스피노자는 이 책의 후반부에서 사상의 자유가 국가의 평화와 안전에 해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이롭다는 점을 설명하고자 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양도 불가능한 자연권에 속한다. 그러므로 국가는 시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자극해야 할 책임을 갖는다. 왜냐하면 국가의 통일성과 안정성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에 ‘반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다면, 권력자의 정책이 이성에 따른 것인지 알 수 없게 되고, 공화국은 부패할 것이다.
스피노자의 관심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도 연관돼 있다. 소수파로서 네덜란드의 재상직에 올랐던 비트 형제가 오랜 권력 집단이었던 오라녜가(家)와 대립하고 있었다. 전자가 평화·지방·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했던 반면, 후자는 전쟁과 중앙집권 정책을 채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스피노자에게 이상했던 것은, 인민들이 합리적인 공화주의 세력이 아니라 편협한 호전 세력 편에 서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로부터 정치철학의 핵심적인 질문에 도달했다. “왜 인간은 예속이 자신의 자유라도 되는 듯 그것을 위해 투쟁하는가?” 그리고 7년 뒤, 비트 형제는 살해되었다.
세세하게 다른 점은 차치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면서 비트 형제의 암살을 떠올리는 것은 그 기원이 공통적으로 공화정의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 이후 현 정권은 민주주의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었다. 지난 1년간 한국 사회는 회사 운영을 모델로 삼은 귀족정으로 개조되었다. 청와대는 전략기획실로, 수사기관은 청원경찰 같은 것이 되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두려움이 퍼지는 동안, 노 전 대통령의 민주적 상징성을 제거하기 위한 비열한 모욕 주기가 진행되었다. 민주주의의 훼손과 그의 서거 사이의 본질적인 연관은, 추모객들이 방어막에 막혀 서울광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광경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그가 죽음을 선택했던 방식을 두고 모욕을 시도하는 자들에게는 이렇게 답하겠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그는 불가피하게 자신의 생물학적인 생명을 소멸시키면서 우리의 정치적 이념을 보존하고 작동시키길 원했다. 그가 대립시킨 것은 삶과 죽음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과 우리 공동의 삶이다. 정치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 되고, 그래서 온갖 혐오를 뒤집어쓰고 있을 때, 그는 정치라는 단어를 그 모든 오염으로부터 거의 유일하게 구해냈다. 이렇게 순수해진 바로 그 의미에서 그는 위대한 정치가가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정치인도 한반도의 땅과 여기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토록 강렬하게 뒤흔들지 못했다.
이찬웅 프랑스 리옹고등사범학교 철학박사과정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5/53_17649329847862_20251205502464.jpg)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

조진웅, 소년범 의혹 일부 인정…“성폭행은 무관”

쿠팡 손배소 하루새 14명→3천명…“1인당 30만원” 간다

전국 법원장들 “12·3 계엄은 위헌…신속한 재판 위해 모든 지원”

우라늄 농축 ‘5대 5 동업’ 하자는 트럼프, 왜?

김상욱 “장동혁, 계엄 날 본회의장서 ‘미안하다, 면목 없다’ 해”

김현지 “김남국과 누나·동생 사이 아냐…난 유탄 맞은 것”

전국 법원장들 “내란재판부 법안 위헌성 커…심각한 우려”

김혜경 여사, ‘우리들의 블루스’ 정은혜 작가 전시 관람

추경호 ‘기각’ 판사 “윤석열과 2분 통화, 내란 공모 가능한가요?”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resize/test/child/2025/1205/53_17648924633017_17648924515568_202512045040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