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기자‘질’을 하면서 취재원이나 지인에게서 에 대한 비판을 듣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 비판의 방향이 극과 극이다. 주로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거나 사회적 취약계층에 속하는 이들은 “마저 그럴 수 있냐”는 식의 쓴소리를 늘어놓는 반면, 상당수 일반인(?)들은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너네는 아직도 그러고 있냐” “그런 시각으로는 영원히 비주류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심해한다. 요컨대, 는 언제나 ‘너무 변했다’는 비판과 ‘변할 줄을 모른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을 다루며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참 어렵다. 관찰자의 시각으로 뭔가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기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가운데서도 1987년 민주화 항쟁의 결과로 태어난 은 그런 고충이 더 클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최근에 이런 양쪽에서의 ‘겹비난’을 새삼 체감할 기회가 있었다. 발단은 4월 초 배포된 755호의 표지이야기 ‘스포츠클럽 KOREA 별일 없이 산다’. 나는 기사 작성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김연아 선수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너무 ‘오버’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하던 터라 충분히 다뤄볼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유독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다.
“역시 한겨레구나! 노무현 뇌물 사건으로 온 나라가 패닉 상태이고 다른 언론들은 하나같이 톱뉴스인데 한겨레만 웬 야구 이야기를? 참으로 골때리는 언론이구나. 내가 완전히 백기 들었다!!”(caroll2)
노무현 전 대통령의 편을 들기 위해 박연차 수사 대신 스포츠를 다룬 것이라는 해석에 순간 당황, 아니 황당해할 수밖에 없었다.
반전은 다음주에 일어났다. 756호 표지이야기 ‘굿바이 노무현’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의리도, 조직도 모르는 사회생활의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기분”(kinuk),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다”(ghostgose), “참담하다 못해 분노를 느낀다. 구독을 취소하겠다”(moolbangwool)….
권양숙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부정한 돈을 받은 것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스스로 사과까지 한 만큼, ‘노무현 이후’ 야당의 지향점이나 진보 진영의 움직임을 담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건만,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는 ‘전임 대통령 죽이기’로 보였나보다.
결국 은 ‘노무현’이라는 이슈 앞에서 겹비난을 받은 셈이다. 나나 구성원 대다수는 ‘잘못을 했으면 엄정하게 처벌하되, 검찰의 표적·편파 수사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건강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독자들은 “그건~ 니 생각이고”라며 호통을 치고 있는 듯하다.
이순혁 기자 blog.hani.co.kr/hy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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