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신참 기자는 의 창간을 지켜봤습니다. 날카로운 비판 정신에 풍부한 지성의 스펙트럼까지 뽐내는 이 놀라운 잡지를 접하며 기자 초년병은 에서 한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더랬습니다. 몇 년 뒤 그 꿈은 실현됐지요. 그때 함께 일했던 기자들은 시대에 대한 책임감이 어느 기자보다 강하고, 또한 어느 기자보다 맑은 영혼을 가진 이들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보다 열정과 소신에 가득 찬 독자들과의 긴장 팽팽한 만남들을 기억합니다. 그런 전통은 역시 면면하다는 것을 1년 전 편집장으로 다시 돌아온 뒤 확인했습니다.
이 15살 생일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국내 최고의 시사주간지로 의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키워온 것은 8할이 독자의 몫입니다.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15살! 돌이켜보면, 그 시절엔 세상이 온통 수채화 같았습니다. 마음이 맑았기 때문일 겁니다. 세상의 진실이 사무치게 궁금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열정이 컸기 때문일 겁니다. 누군가를 향해 처음으로 진지한 사랑을 느끼던 때도 그 무렵이었습니다. 15살이니까요.
공자는 그 나이에 학문에 뜻을 두었다고 하는데, 지금 15살 아이들은 어떤 포부를 품을지 궁금합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의 논리가 어느덧 아이들의 꿈과 미소, 그리고 사랑마저 일찍 거두어가는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다.
아라비아반도의 나라에선 18살 소년이 자살폭탄 테러로 한국인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몸에 폭탄을 두른 채 자살이자 타살의 순간으로 걸어가던 아이를 떠올려봅니다. 그 아이의 15살은 어땠을까요?
몸에 폭탄을 두른 채 살아가는 이들은 그들뿐만이 아닌 듯합니다. 탤런트 고 장자연씨는 강요받은 비밀들을 몸에 두르고 힘겨운 나날을 살았을 것입니다. 신영철 대법관은 언제 폭로될지 모르는 행위를 저지르고도 조마조마한 시간을 버텼겠지요. 이렇게 유예된 폭발 시점을 기다리며 숨죽이며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한둘이겠습니까.
두렵고 황량한 시대를 살아내려면 15살의 순수와 열정이 다시 필요할지 모릅니다. 15살 은 그 순수와 열정을 되새기며 신발끈을 다시 매려고 합니다. 공자의 지학(志學)을 본받아 필생을 걸 웅지를 품으려 합니다. 권력에 가장 매몰찬 언론, 진실에 가장 투철한 언론, 약자에 가장 따뜻한 언론, 미래에 가장 눈 밝은 언론으로 명실상부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땀 흘리겠습니다. 두렵고 황량한 세상, 독자 여러분께 한 움큼 정신의 비상식량을 전해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이 손을 내밉니다. 그 길에 독자 여러분이 동행해주십시오. 주변의 소중한 분들께도 을 더 알려주십시오. 그렇게 또 다른 15년, 아름다운 동행을 꿈꿔봅니다.
박용현 편집장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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