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21] 불타는 이중성. 사진 한겨레 김명진 기자
다들 그렇듯이 내 속에도 ‘내’가 너무 많다. 이중성의 추를 수시로 오간다. 예컨대 정치의 공공성과 문학의 은밀함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끌리는 것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나에게 언론은 그 중간지대에서 선택한 고육지책이었다.
기자가 된 뒤에도 이중성의 추는 불안하게 요동쳤다. 예컨대 단독보도의 ‘쪼개는 힘’과 기획보도의 ‘펼치는 힘’ 가운데 어느 쪽이 저널리즘의 기본인지 헷갈린다. “둘 다 잘하면 된다”는 충고는 별 쓸모가 없는데, 제한된 시간과 역량을 어디에 투입할 것인지를 두고 인간은 항상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이란 선택을 무수히 적분하는 것과 같다.
1월20일 용산 철거민 참사가 일어났을 때, 나는 ‘죽음의 현장’에만 주목하는 사건성 접근에 거부감을 느꼈다. 그건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의 논리이지 사람에 대한 문학적 관심은 아니지 않는가. 마침 의 다른 기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우리는 남일당 건물을 ‘쪼개는’ 대신 용산 재개발 구역 전체로 ‘펼치는’ 접근을 시도했다.
펼치다 보니 쪼개는 힘이 생겼다. 기획보도를 의도한 취재 노력은 단독보도로 이어졌다. 전종휘·임주환 기자는 유착·불법의 연쇄 고리에 의해 재개발조합-용산구청-정비업체-건설사의 사각동맹이 굳건히 유지돼왔음을 밝혔다. 알아낼 것은 더 많고 제보자는 줄을 서 있다.
오직 신기한 것은 검찰·경찰의 이중성이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확인한 것을 그저 ‘의혹’으로 치부한다 해도, 그런 의혹조차 명백히 밝히는 게 수사기관의 노릇 아닐까. 재개발 비리의 종합판이나 다름없는 용산을 보면서 정의감까진 아니어도 공명심이라도 느끼는 경찰은 없나. 출세의 욕망을 펼치면서 비리를 쪼개고 들어갈 배포 있는 검사는 씨가 말랐나. 내 안의 이중성은 지금 남일당 옥상 망루에 올라 있다. 대충 접고 순순히 계단으로 내려가라고? 천만의 말씀, 나는 막 불붙은 화염병을 확 던져 버리고 싶은데?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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