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내용들이 불편하셨던 분들은 물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답을 찾을 차례다. 국제민주연대와 이매진피스에 조언을 구했다. ‘공정여행’이 답이라고 했다. 공정여행? ‘착한 여행’이다. 현지인들의 삶과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하는 여행이다.
공정여행은 한국식 용어다. 이 개념을 처음 만든 영미권에서는 ‘도덕적 여행’(Ethical Travel), ‘책임여행’(Responsible Travel) 등의 용어를 쓴다.
공정여행 운동은 1988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됐다. 대규모 관광지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와 원주민 공동체 파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런던에서 만들어진 ‘투어리즘컨선’은 초기에는 서구인들의 몰지각한 관광으로 파괴된 동남아와 아프리카의 참상을 고발하는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에서는 ‘글로벌익스체인지’라는 반세계화 단체가 동참했다. 착한 여행을 생각하는 단체들과 함께 여행 상품을 기획하는 여행사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이 만든 상품을 모두 끌어모은 ‘리스폰서블트래블닷컴’이란 인터넷 여행사도 생겼다. 전세계 공정여행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는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럽과 북미의 여행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정여행 상품은 수천 가지가 넘게 만들어져 있다.
국내에서는 아쉽지만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이매진피스와 국제민주연대가 1세대 공정여행을 이끌고 있다. 이매진피스는 활동가들이 자비를 털어 동남아와 네팔 등지에서 한국 여행의 문제 사례들을 모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매진피스의 공정여행 축제에 참여했던 이들도 인터넷에 카페를 만들고 다양한 정보들을 축적하고 있다. 국제민주연대는 공정여행의 대중화를 위한 패키지 여행 개발에 열심이다.
이매진피스의 이혜영씨는 “가장 먼저 자신이 일정을 짜는 자유여행을 가는 것으로 시작하면 될 것”이라며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숙박시설과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입문 1단계”라고 말했다. 이매진피스는 착한 여행을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제안을 만들어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다(상자기사 참조).
여기에서 다시 한번 이런 물음이 나올 법하다. “한국인이, 한국인이 만든 숙박시설과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나요? 우리나라에도 더 도움이 되지 않나요?”
“현지인 운영 시설 이용이 입문 1단계”국제민주연대 김경씨의 대답이다. “현지의 자연이 수만 년간 만든 풍경과 현지인들이 수천 년간 만들어온 문화유산을 우리가 즐긴 대가는 현지인들에게 돌아야 하지 않을까요?”
근데, 이런 질문에는 좀 난감하다. “1~2년씩 정성껏 돈을 모아 사나흘 기분 좋자고 떠나는 해외여행에 이런 고민까지 떠안아야 하나? 우리가 삿포로 우동이 생각나면 곧바로 전용기 타고 일본 가는 F4도 아닌데.” 같은 서민 처지에서 공감하는 반론이다. 그래도 이렇게 대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한 명이지만, 그곳에 가는 한국인은 수십만 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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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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