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년째 영남대학교에서 ‘인권과 법’ 강의를 하고 있다. 매년 1천 명 정도, 총 9천여 명의 학생이 이 강좌를 수강했다. 학생들에게는 꽤나 인기 있는 강좌다. 수강 신청이 시작되면 5분 안에 마감될 정도다.
나는 처음 이 강좌를 맡을 때 무척이나 고민했다.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인권을 교육해야 하나? 솔직하게 진행하는 것이 편할 것 같았다. 매 학기 첫 수업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오완호씨”라고 불러주면 좋겠다고 요구한다. 교수나 선생님이라는 용어가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학생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남대학교에서 인기 강좌로 자리 굳힌 ‘인권과 법’ 강의
150여 명이 앉아 있는 대형 강의실에서 나는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 학생들 사이를 누비면서 여러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인간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십니까? 인간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마약할 권리도 인권일까요? 성노동권이 인권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안락사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무엇입니가?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음란할 권리도 인권일까요? 각자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다른 반론이 있으면 편하게 발표하게 하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중국에서 자행되는 공개 처형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준 뒤 톈안먼 사태를 설명하고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 사례를 소개한다. 세계인권선언 관련 애니메이션도 상영하고 사형제도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상도 보여준다. 간단한 인권 게임도 하고, 조별로 나누어 ‘헌법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조별로 자율적으로 발표하는 시간도 갖는다. 간혹 동성애자를 불러 특강을 하고 여러 인권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권활동가들의 특강을 마련하기도 한다.
인권의 정의, 차별의 개념, 세계인권선언의 내용, 비정부기구(NGO) 이해, 성소수자의 권리, 종교와 차별, 아시아적 가치 논쟁, 새로운 세계의 인권 경향, 생명권과 사형제도, 아시아의 인권 현황, 한국 인권운동사, 북한 인권 이해, 고문, 난민의 권리, 세계인권 현황 등의 강의 주제가 한 학기 동안 진행되고 각 강의마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인 문제, 이주노동자 문제, 양심적 병역거부권 등 여러 인권 주제들을 연관지어 생각하도록 안배한다.
어느 날 수업 중 한 여학생이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선생님, 저 죄송하지만 화장실 좀 가도 될까요”라며 나의 허락을 구한 적이 있다. 나는 누가 이 따위로 학생들을 길들여 망쳐놓았는가 생각하며 분노했다. 그리고 매일 아빠에게 구타당한 사실을 상담해온 여학생 사례를 접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학생들이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체득하고 서로를 존중·배려하고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괴된 인간의 모습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 나의 대학에서의 인권교육은 성공적일까? 이 강좌를 거쳐간 수많은 학생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오완호 한국인권행동 사무총장·영남대 기초교양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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