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
챔질 순간 고요한 수면을 가르듯 날아드는 소리. 초릿대와 물 아래 무언가를 사이에 두고 낚싯줄이 일자로 팽팽하게 펴지며 만들어내는 음향이다. 꾼들은 흔히 ‘피아노줄 튕기는 소리’로 표현한다. 피아노줄 튕기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나는 거꾸로 낚싯줄로 피아노줄을 상상한다. 뭔가 묵직한 게 걸렸다는 판단을 뇌가 내리기도 전에 ‘쇄애∼액’ 소리와 함께 낚싯대 끝이 수면을 향해 처박혀 들어갔다. 낚싯대를 수면과 수직이 되게 치켜들지 않으면 이 대물은 도망가고 만다. 대와 줄의 탄성을 이용해 이놈의 힘을 빼야 한다. 오른팔 근육이 터질 듯 긴장한다. 꾼에겐 행복한 순간이다. 추석을 한 주 앞둔 지난 9월7일 밤.
잉어와 돈까스
전날 두 아들놈과 함께 낚시도구, 코펠, 버너, 텐트, 먹을거리 등을 차에 싣고 길을 떠났다. “애들 데리고 가출하셨어요?” 고속도로 톨게이트 여직원이 차 뒷자리에 잔뜩 실린 이불가지를 보고는 친절하게도 관심을 나타냈다. “아∼, 네.”
어딜 갈까 고민 끝에 이른 곳은 ‘낚시꾼의 마음의 고향’이라는 파로호. 처음 맞닥뜨린 그 신비롭고 장엄한 풍광에 그만 텐트를 치고 눌러앉았다. 첫날은 꽝. 고요하기만 한 물속은 수초 천지였다. 낚싯바늘이 계속 걸렸다. 텐트를 걷고 자리를 옮기려니 ‘귀차니즘’이 발작처럼 찾아왔다. 그래서 낚시 자리만 옆으로 옮겨 용케 수초 없는 곳을 찾았다. 그날 밤 12시 가까운 시각, 마침내 일이 터진 것이다.
물속을 이리저리 가르며 앙탈을 부리던 놈이 마침내 얼굴을 드러냈다. 플래시를 비춰보니 얼굴에 수염이 난 게 붕어가 아닌 잉어다. 길이는 40∼50cm 정도 돼 보인다. “애들에게 자랑하면 되겠다. ㅎㅎ” 아빠가 평소 낚시하러 가서 잠만 자다 오는 줄 아는 녀석들에게 마침내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
그러나 옆 낚싯대 줄을 감아버린 놈을 물 밖으로 꺼낼 방법이 없다. 하필 이런 때 뜰채도 안 가져왔다. 웁스, 곧 그놈은 바늘털이와 함께 도로 물속으로 돌아가버렸다. 다음날 아무런 증거 없이 전날 밤 상황을 구차하게 설명하는 내게 다섯 살짜리 둘째가 말했다. “아빠, 왕돈가스 먹고 집에 가자.” 돌아오는 경춘국도에서 돈가스집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정작 아이들에게 잉어의 얼굴을 보여준 건 뜻하지 않은 곳에서였다. 추석 전날 찾은 서울 경복궁 경회루. 팔뚝보다 굵은 잉어 수백마리가 겁도 없이 물 위를 떼지어 다녔다. “저게 잉어야, 며칠 전에 왜 아빠가 잡을 뻔했다는….” 그러자 둘째가 또 한마디 했다. “아빠, 왕돈가스 먹고 집에 가자.” 그러나 연휴 기간 문을 연 가게를 찾기란 너무 힘들었다. 우리 셋은 결국 종로1가까지 걷고 또 걸었다. 돈가스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내 등짝엔 둘째가 붙어 있었다.
전종휘 기자 blog.hani.co.kr/symb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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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한겨레 그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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