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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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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공원은 29만원으로 만드세요

등록 2007-02-09 00:00 수정 2020-05-03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그러니까 살다 보면 대꾸하기도 귀찮아 한숨만 나오는 때가 있다. 청출어람이라 했던가. ‘미스터 29만원’을 배출한 합천군수 심의조씨. 2004년 8월, 예산 68억원을 쏟아부어 만든 ‘새천년 생명의 숲’의 이름을 왜 하필 미스터 29만원의 호를 딴 ‘일해 공원’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어떻게 쟤 좀 말려봐.” 정치권도, 시민단체도, 네티즌들도 심지어 합천군수가 속한 한나라당까지 온 국민이 하나 되어 “한 번만 참아달라”고 바지끈을 잡고 늘어졌지만 역부족이었다. 군수의 쇠심줄은 5월18일 광주로 진입한 탱크처럼 흔들림 없었다. 합천군은 이장·새마을지도자·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군의원·파출소장·우체국장·초중고 교장 등에게서 얻은 51%(!)의 놀라운 여론조사 지지율로 상황을 정면 돌파했다. “세동이, 어떻게 됐나?” “어르신, 더 이상 염려 마십시오. 드디어 확정됐습니다.” “됐어? 어허….” 나라가 걱정이다.
그러니까 살다 보면 그렇게 살면 좋냐고 묻고 싶어지는 때도 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공동대표 제성호 중앙대 교수. 어째 이번에는 ‘지대로’ 삑사리를 내신 것 같은데 뒷수습을 어찌하실지 심히 우려스럽다. 그는 법원의 재심 결과 무죄가 선고된 인혁당재건위 사건에 대해 “엄청난 사건의 조작이라고 하면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사건에는 실체가 있었다”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의 앞에서 무고한 사람을 잡아 가둔 뒤 확정 판결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한 국가의 야만은 법 규정을 잘못 적용한 ‘기술적 실수’로 둔갑하고 말았다. 동네 꼬마들끼리 싸워 코피가 터진 일을 가지고 살인죄를 적용해 사람을 죽인 뒤, “코피가 터진 실체는 있었으니 조작이 아니다”라고 우기는 격이라고나 할까. 무죄 선고를 받은 뒤 32년간 참았던 눈물을 떨구고 만 유족들의 먹먹한 얼굴이 떠오른다. 한 많은 그 죽음들 앞에서 “그것은 조작이 아니다”고 박박 우기면, 우리의 삶은 이전보다 더 행복해질까.

그러니까 살다 보면 저 사람들 왜 저러나 싶을 때도 있다. 서울 양천구 쓰레기 소각장 앞에 자리한 목원초등학교 학부모님들. “우리 동네에 다른 구 쓰레기 들어오는 꼴은 못 본다”며 애들 등굣길을 가로막고 ‘배째고’ 나서셨다. 집값 걱정 때문에 몸살 나신 부모님들의 극성 때문에 교실의 절반 정도가 텅 비었다고 한다. 겉으로 드러내는 명분은 물론, 아이들 건강이다. 우리나라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오는 다이옥신은 얼마 정도일까? 법적 기준은 ㎥당 0.5ng(나노그램)이지만, 대부분 0.1ng 이하로 맞춘다. 그보다 몇십 배 많은 다이옥신이 담배 한 개비에서나 삼겹살 한 근을 구울 때 나와 우리 몸에 흡수된다. 마포구는 용산구·중구와 같이 쓰고, 구로구는 광명시와 같이 쓰는데. 네, 네 뭐라구요? 그러는 너는 어디 사냐구요? 저희 집에서 한 300m만 뛰어가면 노원구 쓰레기 소각장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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