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시사넌센스] 황구라 김구라, 역시 최구라!

등록 2006-11-04 00:00 수정 2020-05-03 04:24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외신이 ‘구라’를 쳤다. 수년간 국민을 상대로 구라를 쳐오던 황우석 아니 황구라 교수님이 지대로 당했다. 하나씩 밝혀지는 황구라 교수의 구라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반도도 비좁아 전 지구적 구라로 바빴던 마당에 언제 또 매머드 복제사업은 벌이셨단 말인가. 시베리아 빙하까지 뒤져서 매머드 세포는 찾았단 말인가. 매머드 세포를 코끼리 자궁에 착상하는 엽기적인 실험까지 벌이셨단 말인가. 역사적 과업이 실패한 것도 억울한데 외신이 “미스터 황이 시베리아 벌판을 헤매다 러시아 마피아한테 ‘삥을 뜯겼다’”고 구라를 쳤다. 조선의 황구라도 구라로 받아쳤다. “마피아에 거액을 뜯긴 게 아니라 동네 형님들한테 통행세를 상납한 거야!”라고 정정 보도했다. 진실이 뭐라도 정말로 구리다. 참, 법정에서 새로운 진실이 밝혀졌다. 황구라의 정신적 스승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으로 드러났다. 평소에 스필버그 감독의 명성을 질투했던 황 교수는 스필버그의 영화 을 보고 ‘필’이 꽂혀 스필버그 따라하기를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필버그가 공룡 복제사업으로 성공했다면, 나는 메머드 복제사업으로 재미보자! 서울대를 메머드와 공룡이 뛰어노는 서울대공원으로 바꾸어버리자! 역시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비디오! 머리는 나쁘고 구라만 센 선수들한테는 아무거나 보여주면 안 된다니까!

김씨도 구라를 쳤다. 역시나 무직의 김씨는 ‘명바기’ 형님께 전화를 걸어 “대통령 선거에 나오면 총으로 쏘겠다”고 구라를 쳤다. 무려 열 차례나 구라를 쳤지만, 그까짓 구라에 끄떡할 형님이 아니다. 답답한 김씨는 구라발이 먹히지 않자 손수 형님 댁에 떡까지 보내면서 “잘 받았느냐”고 막가는 구라를 쳤다. 역시나 하찮은 구라발에 넘어갈 그분이 아니다. 왕년에 삽질을 할 만큼 해보신 형님은 한마디로 ‘생까셨다’. “삽질하고 있네!” 김씨는 삽질만 하다가 결국은 경찰에 잡혔다. 김씨는 지난 6월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도 “각하 만세!”라고 구라를 친, 아니 삽질을 한 전력을 커밍아웃했다.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는 김씨의 행동에 경찰은 당황했다. 박정희 만세를 외치면서 리틀 박정희를 죽여버리겠다니, 말이 되는가! 결국 경찰은 김씨의 정신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아, 그러고 보니 김씨가 구라를 쳤다고? 당신 혹시 김구라? 당신의 황금콤비 황봉알이 공범 아냐? 조사하면 다 나와!?

최씨도 구라를 쳤다. 최연희 의원이 법정에서 자신은 심신장애 상태에서 ‘일’을 저질렀다고, 다시 말해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구라를 쳤지만, 정의의 법정에 불의의 구라가 통하지 않았다. 아니 구라발이 먹혔는지도 모르겠다. 검사는 최 의원에게 ‘겨우’ 징역 10개월을 구형했으니. 그래도 최구라의 최후진술은 의연했다. 최씨는 최후진술에서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피해 상대방과 가족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고 잘못은 평생을 두고 갚겠다”고 구라를 쳤다. 차라리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 같은 구라를 쳤다면 용서가 됐을 것을. 정말로 최구라가 최고로 구리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면, 의원직 사퇴는 벌써 했어야지. 최 의원, 옳치 않아! 짜증 지대로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