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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치는통계] 위태로운 8.3%

등록 2006-10-21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분단과 전쟁을 겪은 탓에 남한의 국방 예산은 ‘성역’으로 여겨진다. 국방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칼질’은 예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다. 주기적으로 불거지는 ‘북한 변수’는 국방비 증액의 든든한 우군이다.
국회 심의를 앞둔 2007년 정부 예산안에서 국방비 규모는 24조6967억원으로 잡혀 있다. 1만원짜리 현금 다발을 꽉꽉 채워넣은 ‘007가방’ 2만5천 개 분량이라고 해도 실감나지 않는 추상적인 숫자이기는 마찬가지다. 내년 국방 예산안은 올해 국방 예산에 견줘 9.7% 늘어난 수준이다. 내년도 전체 나라살림(예산+기금)의 증가폭은 6.4%다. 국방 예산안은 증가율에서 이렇게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역대 정권에 견주면 그나마 참여정부의 국방비 증가율은 낮은 편이다. 10월13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 소속 김명자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박정희 정권 때는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이 무려 42.4%였다. 고도 성장기였다고 해도 참으로 무지막지한 증가율이다. 박 전 대통령 시절엔 자주국방을 추진한데다 내내 남북한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돼 있었던 때문으로 보인다. 박 정권에 이어 노태우 정권이 12.1%로, 국방비 증가율에서 역대 정권 2위를 기록했다. 전두환 정권 때는 11.3%, 김영삼 정부는 10.4%였다. 참여정부는 연평균 8.3% 증가율로 5위를 차지했으며, 김대중 정부 때가 3.6%로 가장 낮았다. 성장률, 물가상승률 따위를 감안한 질적 비교를 거쳐야 하겠지만, 역대 정권의 성격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듯하다.
‘북한 핵실험’ 발표로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내년도 국방 예산안은 든든한 후원자를 만난 듯하다. ‘칼’을 녹여 ‘보습’을 만들자는 평화의 구호는 옹색해졌다. 북한 핵은 참여정부의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을 얼마나 끌어올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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