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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니들이 안 지켜줘도 되거덩!

등록 2006-07-20 00:00 수정 2020-05-02 04:24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조폭은 원래 보호자를 자처한다.

그들의 슬로건이라면, “지켜줄 테니까, 세금 내쇼!” 알다시피, 지금 한반도에는 부시파 조폭과 정일파 조폭이 칼질 아니 미사일질을 해대며 ‘나와바리’(구역)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부시파는 사우스코리아 피플들에게 테러와의 전쟁에서, 악의 축과의 대결에서 남한 너희를 지켜줄 테니 이라크에 군대 보내고 ‘유에스 아미’에 납세나 잘하라고 윽박지른다. 부시파의 나와바리가 전세계라면, 정일파의 나와바리는 한반도다. 정일파는 부시파가 자신의 나와바리를 침범했다면서 방방 뛰어왔다. 정일파는 급기야 고요한 태평양에 돌 대신에 고장난 미사일을 던지더니, 이번에는 남쪽 동네 주민에게 고마운 줄 알라고 넌지시 충고도 한다. 공식 직함은 북한 내각참사지만, 비공식 직함은 정일파의 행동대장인 권호웅은 남조선에 내려와서 “북의 선군정치가 남측을 지켜주고 있다”고 역지사지의 뒤집어질 유머를 구사했다. 아니다. 역지사지가 아니라 언행일치다. 그는 의 ‘언행일치’를 따라했음이 틀림없다. 행동으로는 미사일을 마구 쏘아대면서 말은 “지켜주는 거야”라고 했으니 완벽한 언행일치! 울다가 웃어서 엉덩이에 뿔 나는 참사를 불러올지 모르는 권 참사는 “100여 년 전에 조상들이 화승총이 없어 망국조약을 강요당했다”는 고전 개그도 구사했다. 그러니까 오늘의 화승총은 미사일이라는 뜻?! 우리가 화승총을 쏠 테니 너희는 쌀이나 바치라는 말씀?! 이러니 남한에는 남아날 쌀이 없다. 부시파도 쌀 바치라고 하고(쌀농사 걷어치워!), 정일파도 쌀 바치라고 한다. 졸라 쌀쌀맞게 두 마디만 하자. “니들이 안 지켜줘도 되거덩!” “마이 무따 아이가.”

월드컵은 끝났는데

‘볼’ 전쟁은 계속된다. 국제축구연맹 블라터 회장은 지단의 ‘골든볼’을 박탈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지단의 어머니는 마테라치의 ‘볼’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절규했다(지단 어머니의 발언은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에 실려서 사실 여부가 미심쩍긴 하지만, 그들의 소설에도 일말의 진실은 있는 법이다). 이처럼 팀 가이스트보다 백배는 소중한 그들의 ‘볼’이 위협당하고 있다. 일단 지단은 마테라치의 “잔인한 말”이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차별 발언은 아니라고 확인했다. 그래서 차별 발언이 아니라고 단정하면,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 ‘각종’ 차별 중에 외모 차별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지단의 헤어스타일을 닮아가는 본인은 의심스럽다. 마테라치, 너 혹시 이렇게 “잔인한 말” 한 거 아냐? “너, 공짜 좋아하지!” 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여! 지단 옹, 한 말씀만 ‘더’ 하소서!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마르크스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비극과 루이 나폴레옹의 비극을 두고 쓴 유명한 구절이다. 나폴레옹의 후예답게, 지단의 월드컵 역사도 반복됐다. 1998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헤딩으로 두 골을 넣어서 우승컵을 안았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박치기로 우승컵을 날렸다. 이렇게 지단은 두 번의 월드컵을 머리로 끝냈다. 한 번은 희극이었고, 한 번은 비극이었다. 아니 한 번은 해피엔딩이었고, 한 번은 언해피엔딩이었다. 아니 아니 마지막은 희극과 비극이 뒤섞인 희비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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