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삼 경남 밀양 밀성고 교사
전교조 출신으로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지낸 김진경씨가 최근 ‘전교조는 교육개혁의 걸림돌’이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보수언론들은 신이 나서 ‘그것 봐라, 너네들 대선배님도 이제 등을 돌리지 않니?’ 하면서 들까분다. 이번에는 까지 “지금 전교조의 중심에는 학생 아닌 교사가 있다”고 비판한다.

언제부터인가 전교조가 하는 일이라면 우르르 달려들어 몰매를 놓으려는 세력이 생겨났다. 조·중·동은 원래 그랬지만, ‘학사모’라는 학부모 단체, ‘자유교원노조’라는 교원단체는 아예 ‘안티 전교조’를 표방하고 나섰다. 쓴웃음이 나온다. 그들은 왜 그렇게 전교조를 미워할까.
다 부질없는 노릇이란 말인가
전교조가 제 밥그릇 지키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들 하는데, 교사가 밥그릇 지키면서 편안하게 사는 확실한 길은 전교조 활동을 안 하는 것이다. 요모조모 준비해 승진에 필요한 점수 따고, 안팎으로 둥글게 처신하는 게 최선이다.
나는 밀양지회 사무국장 일을 2년째 하고 있지만, ‘바빠 죽겄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 8시까지 출근해 정규수업, 보충수업, 담임업무, 공문처리, 그러다가 퇴근하면 다시 지회 사무실 나가서 1년 내 끊이지 않는 지회 사업(강좌, 연수, 서명, 집회 등등)을 준비하고, 단위 학교에 연락하고, 지역 시민단체 일로 회의를 다닌다. 전교조 일에 열성적인 교사들이라면 거개가 나처럼 산다. 황우석 연구팀이 한때 자랑처럼 떠들고 다녔던 ‘월화수목금금금’ 비슷한 모양새랄까.
그렇지만 우리 지회 활동가들은 다들 밝은 분들이어서 일마다 웃음이 있고 즐겁다. 그래도 때때로 자괴감에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전교조 건설 당시, 학교에서 쫓겨나기까지 하면서 지난 17년간 전교조를 버텨온 우리 지회의 ‘올드 보이’ 선생님들은 술자리가 깊어지면 젊은 우리 앞에서 더러 눈물을 비치기도 한다. 전교조가 사사건건 매도당해서, 우리의 진심을 이 사회가 몰라주는 게 억울해서가 아니다. 그렇게 십수 년간을 온몸으로 버텨왔건만, 우리 교육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서, 아이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져서, 그래서 ‘그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아서’ 술김에 마음들을 풀어헤치는 것이다.
실은 나도 가끔은 그런 자괴감에 젖는다. 오후 수업을 위해 교실에 들어갔을 때 피로에 절어 엎드려 자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밤 열두 시가 넘은 시각 학원에서 우르르 몰려나오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아프다. 저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우리가 전교조 한답시고 날마다 동분서주하는 것은 저 아이들의 고통과 슬픔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까, 12년간의 학교 교육이 실은 ‘12년간의 집단 아동 학대’에 다름 아닌 나라에서 교육을 둘러싼 지옥 같은 경쟁이 이제 꼭대기까지 차오른 나라에서 이 모든 것은 다 부질없는 노릇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질 때가 있다.
편들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전교조는 조합원 수가 9만 명이나 되는 거대 조직이고, 그 속에는 다양한 성향들이 뒤섞여 있다. 교사의 기득권에 안주하는 중산층 의식도 똬리 틀고 있다. 나 또한 합법화 이후의 전교조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교조 운동에서 교사 집단의 기득권 따위가 중심에 서 있었던 적은 맹세코 없었다. ‘물 좋은’ 학교를 찾아 비싼 집값을 무릅쓰고 이사하기를 마다 않는 ‘맹모(孟母)들의 나라’에서 전교조는 늘 외롭고 힘에 부쳤다. 정권은 시도 때도 없이 반교육적인 정책들로 불을 질렀고, 전교조는 그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불을 꺼야 했다. 그래서 전교조의 투쟁은 늘 격한 구호로 채워졌고, 또한 언제나 중과부적이었다.
나의 바람은 전교조가 한국 사회 전체와 상대해야 하는 부담이 조금이라도 덜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 교육의 장은 전교조와 교육부가 맞서 싸우는 사각의 링이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 아이들이 그 아름다운 시절을 살면서도 때때로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어둡고 숨막히는 터널이다. 나는 학부모와 시민들이 전교조를 편들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함께 ‘행동’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김건희 후원’ 희림건축, 종묘 앞 재개발 520억 수의계약 팀에 포함 [단독] ‘김건희 후원’ 희림건축, 종묘 앞 재개발 520억 수의계약 팀에 포함](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7/17650888462901_20251207501368.jpg)
[단독] ‘김건희 후원’ 희림건축, 종묘 앞 재개발 520억 수의계약 팀에 포함

이 대통령, 감사원장 후보자에 김호철 전 민변 회장 지명

‘강제추행 피소’ 국힘 대변인 사임…장동혁, 두 달 지나서야 “신속 조사”

‘갑질’ 의혹 박나래 입건…전 매니저 “상해, 대리처방 심부름”

조진웅 은퇴 선언에 갑론을박…“생매장 안돼” “감쌀 일 아냐”

쿠팡 손배소 하루새 14명→3천명…“1인당 30만원” 간다

트럼프가 이겼다…대미 3500억불 투자 손해, 자동차관세 절감 효과 2배

‘소년범 의혹’ 조진웅 은퇴 선언…“지난 과오에 마땅한 책임”

‘윤어게인’ 숨기고 충북대 총학생회장 당선…아직 ‘반탄’이냐 물었더니

“장동혁, 윤석열 면회 가서 10분 울기만…절연할 일 없다”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resize/test/child/2025/1205/53_17648924633017_17648924515568_202512045040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