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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청계천 맨홀, 장마철 맨홀

등록 2005-07-06 00:00 수정 2020-05-03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박수진 인턴기자 lenne21@freechal.com

“여경의 명예를 되찾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7월1일 ‘여경의 날’을 맞아 꽃다발 한 아름씩 축하받아야 할 ‘여경 언니’들이 울며 반성문을 썼다. 이유인즉, ‘순경 출신 경무관’ 김인옥 전 제주경찰청장과 ‘장군 잡는 스타 여경’ 강순덕 경위가 사기 피의자 김아무개(52)씨에게 운전면허증을 위조해준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지만, 너무 자주 일어나 뉴스 거리도 못 되는 수많은 비리를 저질러온 남자 경찰들이 청장에게 반성문을 단체로 보내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여경들은 사돈의 팔촌의 친구가 비리를 저질러도 “뼈를 깎는 자기성찰과 반성을 통해 청렴과 친절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잠자코 사태를 지켜보던 허아무개 경찰청장은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인 판에, 실망감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여경들 가슴에 비수를 꼿았다. 문득, 소설가 박민규씨가 지난 여름 한 문예 계간지에 발표한 글 이름이 떠올랐다. 이름하야, 조까라 마이싱!

“내가 그 맨홀 뚜껑 때문에 겨우 살아남았지!” 문화방송에서 70~80년대 방영했던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의 실제 모델인 최중락(75)씨는 1962년 8월 남대문경찰서 형사로 근무할 당시 청계천 복개도로 밑으로 숨어든 도둑을 잡다 생사의 위기에까지 몰렸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1960년대, 청계천 복개도로 밑에 묻힌 전화선을 잘라내 파는 좀도둑이 끊이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복개도로 밑으로 들어간 최씨는 저항하는 도둑과 격투를 벌였다. “그렇게 싸우다가는 둘 다 죽겠더라고.” 도둑과 손을 잡고 청계2가쯤을 지나다 열려 있는 맨홀 뚜껑을 발견했다. 최씨는 도둑의 등을 밟고 맨홀 구멍 위로 올라섰고, 도둑의 손을 잡아 땅 위로 끌어올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맨홀 미담도, 장마철이 되면 괴담에 밀려 자취를 감춘다. 지난 6월26일 인천의 한 골목에서는 세명이 맨홀 뚜껑을 잘못 밟아 세명이 감전됐고, 그 중에 한명이 숨지는 사건이 터졌다. 맨홀 뚜껑은 매년 장마철에 30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봄철엔 사랑 조심, 겨울철엔 산불 조심, 장마철엔 맨홀 뚜껑 조심이다.

19만572명.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가 지난 2월부터 5개월 동안 접수한 피해신고 건수다. 9월부터 2차 접수가 시작될 예정이지만, 자칫하다간 해방 60주년을 맞아 일본 앞에서 제대로 쪽팔릴 위기에 놓였다.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 등의 집계 자료를 보면, 일제 강제동원으로 인한 피해자는 △군인·군속 36만5천명(일본 주장 24만2341명) △노무자 66만7684명 △군 위안부 4만~20만명(추정) 등 자료로 확인된 것만 해도 100만명 많게는 수백만명을 훌쩍 넘긴다. 위원회는 ‘진상 규명’의 뜻을 책상 앞으로 가져오는 사례를 접수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나 보다. 지금 같아서는 위원회 직원은 딱 3명이면 충분할 것 같다. 서류 접수하는 직원 하나, 건물 지키는 경비원 하나, 경비원이 예비군 훈련 갔을 때 ‘땜빵’해주는 아르바이트 직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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