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배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marcos@hani.co.kr
‘백문(文)이 불여일사(寫)’.
인터넷 시대에 이 경구는 더욱 힘을 발한다. 수백만 수천만이 접속하고 퍼뜨리는 인터넷 환경에서 사진은 매우 강력한 표현수단이다. 이제 동영상으로 중무장한 ‘테이크아웃 TV’까지 등장했지만, 사진의 힘이 수굿해진 낌새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힘은 최근 들어 더욱 자주 확인된다.
총기난사 사건의 원인을 둘러싸고 가해자와 피해자, 군 당국의 시각은 판이하다. 그러나 사진과 인터넷이 없었다면 ‘군 인권’은 이 사건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시민단체 인권실천연대가 공개한, 발가벗은 알몸으로 군용 트럭 보닛 위에 올라가 무릎을 꿇거나 ‘원산폭격’을 하는 젊은 병사들의 사진은 ‘선정성’이 아닌 ‘처연함’으로 폭발적 관심을 이끌었다.
이른바 ‘개똥녀’라는 신조어를 낳은 것도 사진이었다. 사진은 ‘마녀사냥’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누리꾼의 이성을 압도했다. 누리꾼의 이성을 무너뜨린 것은 지하철 바닥에 또렷이 남은 개똥과, 가운데 손가락을 쭉 내민 한 여성을 찍은 사진이었다. 한 누리꾼의 말처럼, “사진 한장이 그냥 죽일 놈, 쳐죽일 놈, 때려죽일 놈을 양산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진이 ‘언제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건 아니다. 가장 최근 등장한 ‘포돌이·포순이’ 사진이 그렇다. 이를 보도한 언론사의 표현을 빌리면 이 사진은 “경찰의 공식 캐릭터인 ‘포돌이’와 ‘포순이’를 이용해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포돌이와 포순이 캐릭터 인형을 뒤집어쓴 의경들이 서로 입을 맞추거나, 포돌이가 포순이의 가슴을 만지는 사진 등이다.
“이게 도대체 언젯적 사진인데 이제 와서 난리야-_-;;”라는 식의 누리꾼 댓글은 적어도 해당 기사에서 소개한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곰팡이’라거나 ‘요즘 공직사회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댓글보다는 많아 보인다.
‘이번엔 경찰까지…포돌이·포순이 민망한 사진 인터넷 떠돌아’라는 기사 제목 앞에 누리꾼은 말한다. “트집 잡을 사진이 아닌 것 같구먼… 장난을 장난으로 이해하지 못하고….”사진의 힘은 때론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을 그냥 웃어넘길 때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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