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만에 정부가 국내 최상위 환경보전지역인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허가했다. ‘국립공원 개발 빗장이 풀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23년 2월27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 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 의견을 양양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상부 정류장 규모를 축소하고 법정 보호종인 산양 보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지만, 사업 추진 중에 이를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오색케이블카는 강원도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와 대청봉 인근 끝청을 연결하는 3.3㎞ 노선으로, 2015년부터 사업이 추진됐지만 그동안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와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관문을 뚫지 못했다. 2019년에도 환경부는 양양군이 낸 환경영향평가서에 ‘부동의’ 의견을 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다시 불씨가 살아났다.
환경부는 특히 이번 결정 과정에서 한국환경연구원(KEI) 등 전문기관 5곳의 검토의견을 배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산양 서식지를 교란하고 상부 정류장으로 인해 아고산대 지형이 크게 훼손되는 데 견줘, 사업자가 제시한 보전 대책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저감하기 어렵다”며 설치 불가 입장을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도 산양 서식지 핵심 구역을 포함하지 않는 범위로 (상부 정류장 부지를) 계획하라고 권고했다. 검토의견이 이렇게 나오자 한때 환경부가 이 사업을 불허하리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환경부는 결국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환경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며 “환경부가 정체성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뉴스 큐레이터: <한겨레21>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합니다.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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