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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눈치 보고 ‘보 해체’ 물길 바꾸는 환경부

보 해체 개방 뒤집고 환경부 “4대강 보 활용 제고”, 유역 계획 수립도 미뤄
등록 2022-07-23 17:07 수정 2022-07-24 11:43
금강의 세종보는 2019년 이후 계속 개방돼 하천 생태가 상당 부분 회복됐다. 세종보는 2021년 해체가 결정된 상태다. 환경부 제공

금강의 세종보는 2019년 이후 계속 개방돼 하천 생태가 상당 부분 회복됐다. 세종보는 2021년 해체가 결정된 상태다. 환경부 제공

2022년 7월1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4대강 보와 관련해 보고했다. “4대강 보는 물 이용 여건, 수질 등을 종합 고려한 최적 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 금강, 영산강은 진행 중인 감사원 공익 감사 결과를 반영하겠다.” 한 장관은 또 “기후위기에 대응해 보 활용성을 제고하겠다. 농번기와 가뭄 등 물 이용이 필요한 때는 수위를 유지하고, 녹조 발생 등 물 흐름이 필요한 때는 탄력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보 해체에 관한 공익 감사받는 4대강조사평가단

이런 환경부의 업무보고에 환경단체는 즉각 비판하는 의견을 냈다. 환경운동연합은 7월20일 성명을 내어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전임 정부의 정책을 뒤집고 있다. 흐르지 못해 썩어가는 강과 국민이 겪게 될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최악의 결정이다. 이번 발표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에 대한 공식 폐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선 4대강 사업 처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띈 구절은 “보 활용성 제고”였다. 이것은 4대강의 보를 철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 보 해체와 개방을 모두 검토한 문재인 정부와는 사뭇 다른 방향이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보수적 태도는 다양하게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 사업 문제 해결을 위한 기구였던 환경부의 4대강조사평가단과 전문가로 이뤄진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6월 말 모두 해산했다. 4대강 문제를 전담하는 정부 기구는 사라졌다.

심지어 해산한 4대강조사평가단 소속 공무원들은 현재 감사를 받고 있다. 감사원은 2021년 12월 금강과 영산강 보 해체 결정 과정이 타당했는지 공익 감사를 시작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다섯 번째 감사다.

한화진 장관의 업무보고 중 “감사원 감사 결과 반영”은 2021년 1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한 금강과 영산강 보의 처리 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이다. 당시 금강의 세종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는 상시 개방, 영산강의 죽산보는 해체,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됐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과가 지난 네 차례의 감사 결과처럼 당시 정부의 방침을 반영한다면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계획은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또 그동안 물·하천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였던 국가물관리위원회(국가위)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섬진강 등 4개 유역물관리위원회(유역위)의 위원도 전원 교체된다. 국가위(공동위원장 국무총리·민간위원장) 임기는 7월 말로 끝나고, 유역위(공동위원장 환경부 장관·민간위원장) 임기는 8월25일 끝난다. 현재 다음 임기의 위원회를 구성 중인데, 다수가 4대강 사업에 우호적인 인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힘 소속 세종시장 “세종보 존치” 의견

환경부는 정권이 교체되자 2022년 6월까지 마치기로 했던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섬진강 유역 물관리 종합계획’ 수립도 미뤘다. 애초 국가위는 2021년 6월 ‘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세웠고, 1년 뒤까지 4개 유역위는 ‘유역물관리종합계획’(유역계획)을 세웠어야 한다. 그러나 2022년 2월, 4개 유역위가 유역계획을 만들어 환경부에 보냈음에도 환경부는 5개월 동안 이를 국가위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공동위원장인 환경부 장관이 협조하지 않은 것이다.

국가위 염형철 간사(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는 “유역계획은 물관리기본법 부칙에 따라 2022년 6월까지 수립해야 하는데, 환경부가 대놓고 법을 위반했다. 유역계획에 포함된 보 처리 방안 등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 같다. 환경부가 새 정부에 충성하느라 일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고응 환경부 물통합정책과장은 “유역위에서 제출한 유역계획을 검토 중이다. 새 정부의 국정 과제 등을 반영하기 위해 아직 국가위에 제출하지 못했다. 아직 국가위 제출 시기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21년 1월 국가위에서 처리 방침을 결정한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해체와 개방을 윤 정부가 계획대로 실행할지도 불확실하다. 환경부는 2021년 6월 ‘금강, 영산강 보 처리 방안 이행 세부실행계획 수립 연구’를 마친 상태다. 이 연구 결과를 보면,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부분), 영산강의 죽산보 해체에는 46~54개월이 걸리며, 비용은 세종보 168억원, 공주보 487억원, 죽산보 373억원이 든다.

그러나 대선 기간인 2022년 3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민주당 정권의 공주보 해체는 턱도 없는 얘기”라고 공언했다. 6월 환경부는 가뭄으로 인한 양수장 가동의 어려움을 이유로 공주보의 수위를 3.7m에서 6.3m로 올리기도 했다.

공주보와 함께 해체 대상인 세종보도 국민의힘 소속 최민호 새 세종시장이 취임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최 시장은 당선 직후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찾아가 “세종보 존치를 통해 금강 수량을 확보하면 친수 공간을 조성할 수 있고 도시에 역동성도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 정부와 주민 의견도 중요하기에 세종보 해체는 큰 걸림돌을 만났다.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전 위원인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금강은 많은 개방 실험을 했고, 농업용수 사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 영산강도 보 처리에 문제없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보 처리 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지원 환경부 통합하천관리 태스크포스 팀장은 “보 처리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와야 금강, 영산강 보들을 최종적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야”

문재인 정부 내내 11개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하지 못한 한강과 낙동강도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보의 개방 실험을 통해 보 처리 방침을 결정해왔다. 그러나 두 강에선 취·양수장의 취수구가 높게 설치된 경우가 많아 보 개방 실험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취·양수장 시설 개선을 위해 환경부는 2022~2025년 모두 9183억원의 예산 계획을 세웠으며, 2022년 399억원의 예산을 집행 중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2020년 12월~2021년 12월 한강과 낙동강의 보 해체에 따른 경제성을 분석했다. 11개 보 가운데 9개의 비용 대비 편익이 1.2(합천창녕보)~5.5(이포보)로 나왔다. 해체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뜻이다. 낙동강의 강정고령보와 창녕함안보 등 2개 보만 1 미만이었다.

염형철 국가위 간사는 “하천은 4대강 사업 이전의 정상적인 물 순환 시스템으로 가는 외길밖에 없다. 새 정부도 시대정신에 맞게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것이 신뢰를 얻고 효능감을 주는 길이다. 지속적으로 국민을 설득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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