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표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짧은 시간에 인간 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인류의 생활양식은 예전과 똑같은 궤도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 시대의 개막이다.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의 물리적 접촉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덕목이 아니게 됐다. ‘접촉 축소’라는 시대적 요구는 자동차와 비행기의 이동을 줄게 해 의도치 않은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를 안겨줬다. 화석 연료로 지탱하는 지금의 에너지 구조는 더 이상 ‘이대로’를 외칠 수 없는 영역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작은 정부론’에 시달리던 국가는 영역을 확장해나갈 태세다. 코로나19 대응에 미숙함을 드러낸 미국과 중국, 두 국가는 국제적인 지도력을 잃었다. 지(G)2 시대가 저물고 지(G)0 시대가 열렸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코로나 뉴노멀’이 정의와 평등의 얼굴을 갖게 하기 위해 세계시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_편집자주
4월 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에너지 수요가 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09년 금융위기 때 줄어든 에너지의 7배 수준이다. 특히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 1분기 석탄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 줄었다. 석탄 이용이 많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퍼졌고, 따뜻한 겨울 날씨로 석탄 소비가 감소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원유 수요도 항공 이용이 줄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 감소했다. 1분기 세계 천연가스 수요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 줄었다.
경기 따라 에너지 수요 증가
그러나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요가 곧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를 이해하기 위해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금융위기), 2015년 메르스 종식 이후 상황을 분석했다. 당시 전망했던 경제성장률보다 실제 성장률이 높았다. 2003년 한국은행은 사스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을 2.9%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3.1%를 보였다. 2004년에는 5.2% 성장하면서 정상 궤도로 빠르게 복귀했다. 2009년에도 한국은행은 0.2%의 낮은 성장률을 예상했으나 실제는 0.8%였고, 다음해는 10.8%로 성장률이 껑충 뛰었다. 다만 2009년에는 신종플루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더 강력했다. 2015년에는 애초 한국은행이 전망한 경제성장률보다 0.2%포인트 더 성장했다.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유에서, 유 교수는 신종감염병 확산 이후 경제성장이 멈추고 에너지 사용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은 틀렸다고 판단한다. “에너지 측면에서 볼 때 코로나19 영향으로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는 건 단기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경선 미국 텍사스 에이앤드엠(A&M)대학 박사는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 전문가 분석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일시적 현상에 지나지 않으며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는 ‘리바운드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가운데 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존 석유 경제에 의존한 경기부양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3월 이후 석유업계의 온실가스 오염원 배출 보고를 중단했고, 코로나19가 진정되자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기업이 경영난을 겪고 가정경제가 어려워지자,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을 위한 투자도 멈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라
다만 장기적으로 ‘탈탄소 사회’로 향하는 에너지전환의 흐름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 지난해 2040년까지의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35%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전망한 세계 평균 재생에너지 비중인 40%에는 못 미친다는 비판도 있지만, 2017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7~8%에 불과한 탓에 정부가 에너지전환의 신호탄을 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보다 앞선 2018년 7월에는 2030년까지 국내 감축량을 32.5%로 제한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이행안을 확정했다. 이 기준에 따라 환경부는 2020년부터 2034년까지 앞으로 15년 동안의 안정적 전력 수급 방안을 준비하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검토 중이다. 더 나아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같은 유럽의 기후분석 전문기관은 5월13일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 목표로 잡은 5억3600만tCO₂e(이산화탄소톤)에서 2억1700만tCO₂e으로 절반 이상 더 줄여야 한다고 한국 정부를 더욱 압박한다. 한국 정부가 가야 할 방향은 이미 결정됐지만, 어떤 절차를 밟아 목표를 이룰지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펼치는 경기회복 정책을 친환경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각국이 기존 석탄·석유 산업이 아닌 녹색산업이나 재생에너지에 투자한다면 에너지산업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연구팀장은 “코로나19로 줄었던 에너지 사용이 늘어날 때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지, 화석연료가 늘어날지는 각국이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전세계에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지도록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황은 여유롭지만은 않다. 각국 정부가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빨리 살리기 위해 단기 효과가 높은 기존 방식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4월 영국의 환경컨설팅업체 ‘비비드 이코노믹스’가 코로나19 이후 각국 경기부양책의 ‘녹색자극지수’(기후변화·생물다양성 등 환경 관련 방향성 평가)에 대해 세계 11개국을 조사한 결과, 이들 나라가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넣은 총재정 규모 7조3100억달러(약 9천조원) 중 11%인 8400억달러(약 1028조원)만이 환경 분야에 쓰인다고 지적했다. 11개국은 한국과 미국·중국·프랑스·영국·스페인·이탈리아·캐나다·일본·독일·오스트레일리아로 주요 나라가 모두 포함됐다. 한국은 이들 나라 중 9등이었다.
주요국 경기부양 재정 11%가 환경 분야
문재인 정부도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을 이끌 ‘한국형 뉴딜’을 추진하면서 ‘그린뉴딜’을 함께 담겠다고 공언했지만, 에너지전환이라는 장기 과제를 해결하기보다 당장 일자리가 생기는 건설 관련 정책을 우선해서 고려하고 있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며 재생가능 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이 경기부양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우리 <한겨레>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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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_기후위기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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