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독자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독자분이 보낸 2018년 한가위 퀴즈큰잔치 엽서가 눈에 띄어 연락했어요. 그 엽서에 ‘전국 전업주부 아빠들이여 파이팅!’이라는 응원문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분은 전업주부 아빠입니다. 육아 때문에 쉬던 부인이 회사에 다시 나가면서 자신이 일을 그만뒀다고 했습니다. 두 아이의 육아를 위해 선택한 일입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에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른 전업주부 아빠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주부 아빠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제1249호 표지이야기 ‘아빠는 전업주부’는 독자 인터뷰에서 시작됐습니다. 전국에 있는 주부 아빠들을 찾아나섰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육아 방송을 하는 분, 요리와 육아일기 블로그를 쓰는 분, 주부 아빠 생활을 책으로 펴낸 분 등 다양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주부 아빠인 지인분을 ‘제보’한 분도 있었고요. 독자분이 소개해준 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선뜻 인터뷰를 하겠다는 분은 많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섭외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흔쾌히 집으로 초대해준 주부 아빠들이 있어 표지이야기 기사가 완성됐습니다.
주부 아빠들이 주부가 된 이유는 다르지만 결론은 비슷했습니다. 버는 것은 줄었지만 행복은 더 커졌다고 합니다. 그 행복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얻은 겁니다. 날마다 야근에 주말 근무를 하느라 잠든 아이 얼굴만 보던 아빠는 이제 날마다 아이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눕니다. 아이가 어떤 노래를 즐겨 부르고, 좋아하는 남자친구는 누구인지 다 안다고 합니다.
집안일은 부인의 몫으로 넘겼던 가부장적 남편이었다는 한 아빠는 이제 못 만드는 요리가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가사 부담 때문에 아내와 자주 싸웠는데 이제는 거의 싸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내도 전통적인 성역할을 바꾼 뒤 싸움보다 대화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더욱 갖게 됐다고 합니다.
주부 아빠들의 고민도 있었습니다. 한 아빠는 아이들이 더 이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을 즈음에 일자리를 찾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시간 동안 경력이 단절됐으니 다시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 합니다. ‘경단남’의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이게 아닐까요. 주부 아빠들을 별난 존재로 보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합니다. 주부 아빠로 사는 삶을 쓴 주부 권귀헌씨의 글에도 담겨 있습니다. “내 이야기가 평범한 스토리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그래야 전업주부 아빠도 문화센터 수업이 끝난 뒤 함께 밥 먹을 동지가 있을 테니 말이다.” 권씨의 바람대로, 다음해에는 권씨와 함께 밥 먹을 주부 아빠 동지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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