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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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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앞서는 독자

등록 2017-05-18 13:44 수정 2020-05-02 19:28

그도 기자였다. 을 열심히 읽는 고마운 기자였다. 인터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심지어 같은 출입처 기자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2015년이었다. 위미정(34)씨는 민주당 출입기자였다. 정당팀 기자로 일하던 때 사표를 냈다. 그만둔 이유는 간단하지 않다. 기자 일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2011년 기자가 됐으니 5년차로 막 일에 재미가 붙을 때였다. 이유를 물었다. “정리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만둔 지 2년이 다 돼감에도 당시를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현재 중앙대 국제대학원 전문통번역학과에서 통역사가 되려 한다.

위미정 제공

위미정 제공

다른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신문)기자나 방송 일을 하고 싶었어요. 기대가 컸죠. 그런데 막상 되고 보니 업계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극복하면 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네요. 결혼하고, 아기 낳고, 육아휴직 뒤 복직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하기 힘들더라고요. 저는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편이라, 그 생각이 더 강하게 든 것 같아요.

아쉬움은 없나요.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최고 직장일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기혼여성에게는 글쎄요. 진보적인 언론사에서 기자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아이 엄마들이 일을 하면서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른바 입지가 다져진 언론인들을 보며 가정에서는 어떤 위치일까, 생각했고요.

그래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정말 조용히 그만뒀어요. 제가 그만두는 데에는 여러 사정이 있는데 “아이 때문에 그만두는 건가?”라며 너무 쉽게 저를 재단하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그것을 인정하기도 싫었고요. 다른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인데….

정당 출입 기자이기도 했고, 이번 선거는 어땠나요.

현장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죠. (웃음) 생각해보니 네 번째 선거인데 지난번과 달리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크네요.

은 언제부터 읽으셨나요.

글쎄요. 기자가 되기 훨씬 전부터니까, 10년은 넘었죠.

가장 인상적인 기사는 어떤 것이었나요.

내가 잘 모르는 세계를 이 알려준다는 느낌이 있어서 문화 분야가 특히 좋았어요. 다른 관점을 접하는 게 저한테는 중요했거든요. 내가 찾기 힘든 것을 어떻게 이리 찾아서 알려줄까 매우 고마웠어요. 그런 점에서 국제문제를 다룬 통신원 기사도 좋았어요. 많은 독자가 공감하겠지만, 저 또한 기자들이 직접 노동현장을 체험하고 쓴 ‘노동 OTL’ 시리즈도 좋았고요. 호스피스 병동 경험을 토대로 한 기사도 좋았습니다.

정말 꼼꼼히 읽으셨네요. 최근 기사는.

최근에는 대학원 과제와 시험이 잦아서 꼼꼼하게 못 봤어요. 다만 기자 준비를 할 때부터 ‘만리재에서’를 즐겨 봤는데, 몇 년간 ‘만리재에서’부터 글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에는 의 글쟁이들이 모인다고 알고 있는데, 글쟁이들의 글을 본다는 느낌이 덜한….

에 바라는 점은.

지면 매체에서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플랫폼을 옮기는 과정에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정리는 덜된 것 같아요. 직관적으로 변화를 알기 힘들달까. 웹에 들어가면 정기독자로서 어떤 혜택을 누리는지 알기 어려워요. 경우 (온라인) 유료 독자의 혜택 범위가 분명하거든요.

늘 그렇듯 독자는 기자를 앞서간다. 죄송하고 민망했다.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인터넷 아이디를 물었더니 ‘pleiades1432’라고 했다. 별자리 사진을 즐겨 본 사춘기 중학생 시절 지은 이름이다. 태양계에서 약 400광년 떨어진 황소자리의 성단 중 하나로 이 별자리가 보이면 비로소 항해와 농사를 시작해도 된다. 그의 건승을 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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