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졸업반 이강(27)씨는 황량한 건물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사진을 보내왔다. 기자의 사진 설명 요청에 “헤매는 이미지?”라고 했다. 이씨가 다니던 교회에서 네팔로 선교를 떠났을 때 찍은 사진이다. 그는 “네팔 가서 헤매고 일상에서도 헤매고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이 세계 속에서 늘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궁금한 것을 마음 놓고 질문할 수 없어 ‘일반고’를 뛰쳐나와 대안학교를 선택한 그는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 가운데 ‘교육부 폐지’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강 제공
고등학교 때부터다. 전남 담양에 있는 대안학교 한빛고를 다녔다. 선생님들이 모두 신문 부터 주간지 까지 보셨고, 주변에도 보는 친구가 많았다. 같이 휩쓸려서 봤다. 문학 담당 선생님이 정말 인기 있었는데,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을 6개월 정도 열심히 읽으면 엄청 똑똑해진다”고 했다. 대학 와서도 봤고, 이제 없으면 심심한 지경이 됐다.
고향이 제주도다. 제주도에서 일반고를 다녔다. 학교를 다니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일단 쭉쭉 읽고 문제 푸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게 엄청 힘들었다. 당시는 내가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다른 부분에선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과서를 읽으면 궁금한 게 계속 생겼다. 수학 교과서도 읽을수록 궁금한 게 늘어났다. 그런데 질문은 못하고 무조건 문제만 풀어야 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2주 정도 다닌 뒤 안 갔다. 부모님께 학교를 그만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일반고로 전학을 갔지만 똑같았다. 아버지의 권유로 한빛고에 갔다. 아버지랑 같이 가서 면접 본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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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질문하는 분위기라 좋았다. 문제 푸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사람 자체에 집중하는 질문들을 할 수 있었다. 성적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얘기보다 얘는 뭘 잘한다, 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대화가 가능했다. 학교에선 입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 집중된 이야기가 오갔다. 좌우지간 배우는 게 무지 많았다. 대안학교에 다녀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성적이 안 좋아서 대안학교 다녔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웃음) 일반고 잠깐 다닐 때 반에서 1등도 하고 전교 6등도 했다. 대안학교에 총명한 친구가 많고, 나 역시 총명한 개인이라 자부한다.
앞부터 읽을 때도 있고, 뒤부터 읽을 때도 있는데 기사 제목은 정확히 모르지만 최근에는 ‘노 땡큐!’(제1154호 신소윤 기자의 ‘표(票)퓰리즘’)가 기억에 남는다. 출장을 갔는데, 영상통화로 아이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나는데도 혼자만의 시간이 아까워서 책 읽고 자판을 두들기는 상황에 대한 글이었다. 개인으로서 역할과 직업인으로서 역할 사이 괴리감이 내가 앞으로 당면할 문제 같아서 생생하게 느껴졌다. 대선 육아 공약 이야기가 포함됐는데, 그 글을 읽으면서 여의도 정치가 정말 내 삶이라고 느껴졌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여자친구가 있다. 졸업하고 취직할 때가 되니까 결혼 생각이 든다. 주변에 결혼을 포기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반드시 결혼할 것 같다. 한 사람과 길게 얘기 나누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 지금은 여자친구와 그런 교류를 하고 있다. 이렇게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여자친구와 결혼하게 될 것 같다.
어떤 분야로 취업하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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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취직해서 살아가는 건 어떤 삶일까 고민하고 있다. 사회생활이 내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그걸 팔아야 하는 것인데, 내가 팔아야 하는 결과물이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자동차일 수도 있지만, 신문에 실리는 기사라면 어떨까. 기자가 되는 것도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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