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이 불타고 있다. 2025년 3월21일 오후 3시25분께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은 24일 새벽 6시 현재 하동까지 번졌다.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을 덮쳤다. 23일 경남 함양, 25일 울주 언양에서도 산불이 났다. 기후위기로 인한 겨울철 이상고온과 가뭄 탓에 대형 산불이 전국화하고 있다. 세계적 현상이다.
웃는 듯한 얼굴 때문에 ‘바다의 판다’라 불리는 돌고래 바키타는 멕시코 코르테스 해에서 살아온 멸종위기종이다. 이 동물은 지금 지구상에 6~10마리만 생존해 있다. ‘최후의 바키타’(위고 클레망 지음, 도미니크 메르무·뱅상 라발레크 그림, 이세진 옮김, 남종영 해제, 메멘토 펴냄)는 화석 에너지, 산업적 어획, 밀집 사육과 육식, 생물 다양성과 상호 의존성에 관한 핵심적인 이야기를 그래픽 노블로 다룬 ‘기후변화 입문서’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서커스에 동원돼 감금·착취당하는 동물들을 만난 뒤 생태 문제를 취재한다. 유럽,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북극 등 ‘기후 핫스팟’을 두루 돌며 지구가 겪는 질병을 목격한 뒤, 저자는 무너지기 쉬운 벽돌집의 이미지로 생태 위기를 설명한다. 인간의 소비와 생태계는 모두 연결돼 있고 종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벽돌집의 벽돌이 한 장씩 부서진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뜻이다. 벽돌이 하나둘 비어가다보면 집은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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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종의 특성과 아름다움을 설명하면서 인간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점도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혹등고래는 지역 사투리처럼 사는 곳마다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른다. 꿀벌은 날갯짓으로 꽃의 위치와 꿀의 양을 공유한다. 인간의 언어가 이들의 언어보다 나으리란 보장은 없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에 대해서 우월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들을 착취하고 파괴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바키타 또한 이런 욕망 때문에 불법으로 혼획되어 사라져간다. 그러나 저자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육식 덜 하기, 가전제품 수리해서 쓰기, 정치인에게 생태적 결정 요구하기, 비행기 여행 최소화하기, 새 옷 덜 사기 등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작은 고래가 우리와 단단히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행동한다면, 집을 보강할 기회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 그러나 그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168쪽, 1만9800원.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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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정념들
에티엔 발리바르 지음, 배세진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2만9천원
최후의 포스트-구조주의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의 철학에 관한 논문 선집. 인식론, 신학, 정치학을 정리하는 논문 선집으로, 그의 지적 여정을 총결산하는 중요한 저작으로 평가받는다. 옮긴이는 “철학자로서 어떻게 인간, 사회, 세계를 바라보고 사유하는지를 확언하는 발리바르의 지적 유언장”이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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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5·18, 두레양서조합 사건
김상숙 지음, 책과함께 펴냄, 2만원
구술사 방법으로 한국 현대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복원해온 역사사회학자 김상숙의 신간이다. 전두환 정권인 1980년 9월, 계엄 당국이 대구에서 유인물을 제작·배포해 제2의 광주 민주화운동을 일으키려 했다는 명목으로 시민, 농민, 학생 100여 명을 강제 연행해 조사한 두레양서조합 사건을 다뤘다.

알츠하이머 기록자
사이토 마사히코 지음, 조지혜 옮김, 글항아리 펴냄, 1만8천원
67살부터 20년 동안 인지증을 앓아온 1924년생 어머니의 일기를 정신과 의사인 아들이 분석했다. 어머니의 언어로 당대 시대사를 그려내겠다는 목적을 갖고 개인사와 사회사를 동시에 담았다. 어머니의 생애사와 가족의 심경을 다뤘지만 알츠하이머 환자의 일기로 납작하게 읽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정원 읽기
김지윤 지음, 온다프레스 펴냄, 1만8천원
정원 디자이너이자 도시계획 연구자인 김지윤이 영국에서 정원을 공부하고 일한 경험을 썼다. 오늘날 정원은 점점 부유한 이들의 특권이 됐지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어느 곳도 정원이 될 수 있다. 지적이고 예술적이며 구조적인 동시에 개방적인 책. 아름다운 사진만 봐도 남는 독서인데 글도 빈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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