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외국인들에게 을 보여줍니다. 주로 인터뷰 대상자입니다. 공통된 반응이 있습니다. “세련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국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자기네 기준으로 봐도 멋있고 깔끔하고 세련됐다며 눈을 휘둥그레 뜹니다. 글자를 모르니 그 기사 내용에 대해선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기자들은 제 글을 칭찬받은 것처럼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창간 때부터 그랬습니다. 새로운 판형, 강렬한 붉은 제호, 도발적 지면 편집 등 1994년 3월에도 이미 ‘인상적 디자인의 매체’였습니다. 그런데 인쇄매체 디자인의 고갱이는 무엇일까요. ‘글자’입니다. 예쁘다고 감탄하며 그냥 페이지를 넘긴다면 디자인의 보람이 없습니다. 이 매체의 ‘내용’을 찬찬히 읽게 만드는 것, 그 글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인쇄매체 디자인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창간 22주년을 맞아 본문 글자 크기를 키웠습니다. ‘글자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많은 독자의 의견을 반영했습니다. 디자인을 맡고 있는, 한국 언론계 누구나 그 실력에 놀라는 ‘디자인주’(대표 박은주, 실장 장광석, 팀장 손정란, 디자이너 최혜란·박민서. 사진 왼쪽부터)가 그 작업을 맡았습니다.
“창간 이후 판형이 크게 보아 두 차례 변했고, 지면 디자인 개편도 매해 이뤄졌는데, 그 과정에서 글자 크기는 지속적으로 ‘조금씩’ 커졌다. 이번에는 단행본에 필적할 정도로 글자 크기를 키웠다.” 장광석 실장의 설명입니다. 글자 크기를 키울 때는 두 가지 고려가 필요하다고 장 실장은 말합니다. 일정한 분량의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동시에 시각적으로 느슨하거나 헐거워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각 지면의 상단 여백을 활용하는 동시에 지면 디자인 전반에 걸쳐 장식적 조형을 절제하여 적용했다”고 장 실장은 덧붙였습니다. 또한 전체적 색깔은 블루·레드·그레이를 기본으로 삼되, 좀더 또렷하고 잘 보이는 동시에 눈의 피로를 최소화하는 적정 수준을 찾아 채도와 색상을 조정했다는군요.
때깔이 달라진 지면을 펼쳐든 취재기자들의 마음은 희비가 엇갈립니다. 더 세련된 매체가 된 것 같아 기분은 좋지만, 심층·탐사보도의 결실을 더 압축적 분량에 담으려면 기사 작성의 고심이 더 깊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탁월한 디자인과 탁월한 심층·탐사보도가 어우러지는 을 만들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고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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