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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은 그날까지

등록 2015-09-08 21:07 수정 2020-05-03 04:28
주현술 제공

주현술 제공

“힘이 들 땐 하늘을 봐, 나는 항상 혼자가 아니야~.” 낯익은 노래인데 가수나 제목은 떠오르지 않는다. 20년쯤 거슬러올라가 대학 때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 같은데. 그랬다. 주현술(42·사진 오른쪽) 독자는 1992년 대학에 입학해 2000년부터 공기업에서 일하는 대구 토박이다. 1995년 군 제대 뒤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읽은 과 20년째 우정을 쌓고 있다. 그의 휴대전화 연결음에서는 가수 서영은의 노래 가 흘러나오지만 그는 외로운 독자였다. 주변에 을 함께 읽을 친구 하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세상과 호흡”하고자 “꼭 보자는 나름의 기준”을 세워놓고 을 매주 기다린다.

외로운 길에 어쩌다 들어섰나.

고등학생 때 작은형과 자취를 했는데 85학번인 형이 을 읽었다. 방에 굴러다니던 잡지를 읽으며 ‘세상에 다른 이야기가 참 많구나’ 깨달았다. 그때부터 그쪽(진보적) 매체에 관심 갖게 됐고 대학 때부터 를 읽었다. 대구에서는 그냥 혼자 고민하며 속 끓이다가 서울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가끔 만나면 얘기하곤 했다. 공기업에 취업해서는 간혹 뜻 맞는 동료를 만나면 반갑다.

이 왜 좋은가.

신문보다는 이슈를 파고들어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주니까. 수박 겉 핥기 식이 아니라 속살까지 볼 수 있어 좋다. 특히 일반적으로 잘 다뤄지지 않는 이슈를 꺼내서 새롭게 얘기하니까 눈길이 간다. 산재보험을 다루는 공기업에서 일하다보니 어려운 상황에서 몸까지 다친 분을 많이 만난다. 세상살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사람들 이야기를 꾸준히 다루니까 애정이 깊다.

세상이 자꾸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아니다. 난 희망을 가진다. 딸이 2명인데, 그 아이들이 20대가 되면 괜찮아질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보면, 어려운 시기를 겪고 나면 한발 나아지는 것 같다. 우리 세대가 세상을 보는 시각은 앞선 세대와 다르고, 경쟁 위주 교육의 폐해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으니까. ‘좋은 시절’이 꼭 올 것 같다.

구체적인 방법은.

제일 중요한 것은 벽을 허무는 일이다. 계층이든, 세대든, 빈부든 그 사이에 있는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것은 신뢰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서로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희망이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벽 허물기’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주현술씨는 대구에서 구독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그는 1년 정기 구독이 끝났다며 연장을 요청하는 콜센터 전화를 받으며 “1년이 지났구나”를 깨닫는다고 했다.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구독 연장에 응하면서.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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