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정책기조에 공개적으로 ‘거짓말’ 딱지를 갖다붙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월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새로 선출된 유승민 원내대표는 2월4일 와의 인터뷰에서 “현 복지 수준을 유지해도 증세를 해야 한다”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김무성-유승민으로 짜인 새누리당 투톱 사이에 복지와 증세를 둘러싸고 미묘한 입장 차이는 보일지언정, 적어도 ‘증세 없는 복지’라는 현 정부의 주장은 이제 최소한의 신뢰조차 완전히 잃게 됐다.
이제 남은 건 증세와 복지의 구체적 청사진을 그리는, 제대로 된 복지 논쟁, 세금 논쟁을 한판 벌이는 일이다. 한편으론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민의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형평성과 투명성, 그리고 분배 정의라는 가치의 굳건한 정립이 그 논쟁의 밑바탕에 깔려야 함은 물론이다. 복지와 세금이란 주제는 사실 단순한 경제 이슈라기보다는, 한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공공성과 신뢰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압축성장과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공공성의 붕괴, 세대협약이라는 축적된 경험의 원초적 결핍에 허덕이는 우리 사회에서는 더없이 어려운 과제임이 틀림없다. 특히나 우려스러운 대목은, 간만에 찾아온 소중한 논쟁의 기회가 자칫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식의 낯익은 주장에 밀려 맥없이 사라질까 하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1년차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에 따른 정당성 논란에, 2년차엔 국가의 기본 임무라 할 안전보장과 관련한 무능력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렇다 할 국정 동력을 찾지 못한 무능 정권이 혹여라도 경제 살리기를 들먹이며 소중한 논쟁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앞선 여러 나라의 자본주의 경험이 일러주는 소중한 교훈은, 복지란 나눠가질 파이가 커졌을 때, 한마디로 좋은 시절이 왔을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값비싼 카드가 아니라, 오히려 어려울 때일수록 서둘러 마련해야 할 ‘돌파구’요 ‘안전판’이라는 진실뿐이다.
Ⅱ. 거짓말 시리즈 하면 전임자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근 펴낸 을 두고 ‘자서전’이라 불렀다. “26조원 중 4조원은 이미 회수됐고, 투자 대비 회수율은 114.8%로 전임 정부(102.7%)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자원외교 분야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한 사업에서 지난해 말까지 확정된 손실액은 이미 3조3천억원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조5492억원이 투자된 멕시코 볼레오 사업은 아예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자서전이 아니라 ‘자술서’를 써야 할 때라는 사회적 압력이 거세지는 이유다. 그러고 보니, 그와 함께 한 시대를 쥐락펴락했던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도 다시금 거짓말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자본시장법, 금융실명제법,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됐음에도, 노인성 치매를 앓는다는 주장을 펴며 소환조차 되지 않았던 그다. 과거 사실을 기억해내기 힘들 정도로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다던 그는, 최근 한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건강한 모습으로 골프장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던 라 전 회장, 그리고 뒤늦게 그를 소환하며 모양새 갖추기에 나선 검찰, 거짓말 시리즈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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